아, 젠장. 빌어먹을. 에그시는 세상이 뒤집히는 광경을 보며 다시는 술 같은 걸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그것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다. fucking 해리 하트. 제 다리 사이로 술을 들이붓고 있는 그는 미치도록 섹시했다.
발단은 아주 사소했다. 임무를 마치고 조금 들떠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온 에그시를 보며 해리가 혀를 찼다. “신사는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시지 않는단다.” 그놈의 fucking할 신사. 매번 신사. 신사. 신사. 신사!!를 달고 사는 입을 제 입술로 막아버린 에그시는 아주 손쉽게 저를 떼어낸 해리를 보며 칭얼거렸다. 술 냄새나는 입술은 싫어요? 하고 묻는 에그시에게 해리는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이미 술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에그시는 그 말이 곱게 들릴 리가 없었다.
“맨날 신사래! fuck! 신사라서 해리는 저 같은 어린애를 잡아먹었어요?”
물론 이 말 역시 술에 취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며 해리 역시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에그시는 그의 태도에 더욱 열이 받아 그가 들고 있던 마티니를 제 입에 들이부었다. 언제 마셔도 저와는 맞지 않는 술이었으나 꽤 높은 도수가 한꺼번에 몸 안으로 들어오자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 더워. 에그시가 넥타이를 풀고 겉옷을 벗자 해리가 잔소리했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워요. 해리.”
“옷은 네 방에 가서 갈아입거라.”
“해애리……”
에그시. 해리가 짐짓 엄격한 목소리로 다그쳤으나 에그시는 개의치 않고 그 앞에서 속옷 한 장과 셔츠 하나만을 남기고 모두 벗어 던졌다. 양말까지.
“진짜 더워서 그래요…”
비틀. 비틀. 온 세상이 흔들렸다. 때문에 에그시는 안경을 벗어 던지는 해리의 손이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허벅지에 얼굴을 비비자 차가운 손이 목덜미에 닿았다. “흣.” 천천히 셔츠 안으로 들어와 척추를 타고 내려오는 손에 에그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해리, 고개를 들자 다른 한 손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타버릴 것 같은 입안에 차가운 손가락이 들어오자 에그시는 그것을 쪽쪽 빨면서 몸을 쭈뼛 세웠다.
“에그시. 나머지 옷도 마저 벗으렴. 내가 찢어버리기 전에.”
하하. 에그시가 웃으며 단추 하나하나 풀려고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손은 자꾸만 엉뚱한 것을 잡아낼 뿐이었다. 해리의 시선이 머리 위에 꽂혔다. 빨리, 에그시.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에그시를 보며 해리는 웃음을 한번, 그리고 한숨을 한번 쉬더니 그대로 쭉 일으켜 제 앞에 있는 식탁에 그를 앉혔다.
“아무래도 네게 신사적으로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구나.”
신경질적으로 단추를 뜯어내는 해리를 보며 에그시가 팔을 뻗어 목에 둘렀다. 해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신사적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