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스에 나왔던 하마토라 레시버스 퍼펙트블루 통판 받아요~ 42페이지 4000원
“웃기지 마!!”
버스데이의 휴대폰이 벽에 부딪혀 바닥을 나뒹굴었다. 쩍 하고 갈라진 액정위로 두 사람의 웃는 모습이 비쳤다. 레시오는 그것을 들고서 다시 버스데이에게 다가갔다. 유리파편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웃기지 말라고!!”
버스데이의 비명이 병실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명백한 비난이었다. 레시오는 그 비난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번 일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것을 버스데이에게 들키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비난을 듣는 것은 역시 괴로웠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뜬 레시오가 버스데이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화면이 밝게 빛났다. 버스데이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개새끼”
지난 십 년간 버스데이와 수없이 싸우기도 했지만, 노골적인 욕은 처음이었다. 레시오는 울컥 올라오는 말들을 다시 집어 삼켰다. 뭐라고 말하고 싶어도 지금 그에게는 변명으로 들릴 것이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게 나았다. 사실 레시오는 이번 일이 버스데이의 귀에 들어가면 헤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도 네가 죽는 것보단 났다고, 그랬기에 행한 일이었다. 그래도 살아 있으면 좀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거라고, 그렇게 믿고서
단번에 안색이 나빠진 버스데이가 가슴을 움켜쥔 채 기침을 토했다. 분명 병은 사라졌는데도 버스데이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스루가를 붙잡고 물어봐도 그는 영문 모를 웅얼거림만 반복할 뿐이었다.
“버스데이”
“다가오지 마!”
턱을 타고 피가 뚝뚝 흘렀다. 여전히 한 손은 가슴을 움켜쥐고선 다른 한 손으로 레시오를 밀어냈다. 결국, 레시오는 그에게 닿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우뚝 섰다.
“내 걱정할 시간에 나이스한테 가보는 게 어때?”
“…나이스는 무사해. 그러니까 너는 네 몸부터 챙겨”
버스데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사?” 레시오를 한번 훑어본 버스데이가 이를 악물었다. 상처투성이 얼굴에 오른쪽 팔에는 깁스를 한 채로 서 있는 레시오는 의사라기보단 환자에 가까웠다. 버스데이는 보지 못했는데도 눈앞에 그려지는 친구 두 명의 대치에 금방이라도 터질 듯 머리에 열이 차올랐다.
레시오가 나이스를 죽이려고 했다. 자신 때문에.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그를 죽이려고 했다. 솔직히 말해 둘이 데스매치를 하건 죽음의 레이싱을 달리던 버스데이로선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그 이유가 자신이었다는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레시오가 자신 때문에 친구인 나이스를 죽이려고 했다. 그 사실 하나에 버스데이는 레시오를 보고서 평정을 유지 할 수 없었다.
병은 사라졌다. 자신의 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이니 버스데이는 알 수 있었다. 레시오의 눈에도 죽음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으니 확실하겠지. 하지만 몸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생각하는 것도 지친 것인지 피를 대충 닦아낸 버스데이가 레시오의 팔을 내쳤다. 휴대폰이 바닥을 뒹굴었다. 버스데이에게 레시오와 나이스는 똑같은 친구였다. 함께 해온 세월이 달랐다고 해서 그 둘의 소중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한 쪽이 더 좋아질 수는 있겠지,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친구의 목숨을 거두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링거 줄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울컥 올라오는 토혈에 다시 목 안이 따끔거렸다. 자신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었겠지.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레시오가 한 짓은 명백한 실책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이었다. 그래서 버스데이는 레시오에게 화를 냈다. 자신의 책임이었다.
“나이스는 친구야.”
“…….”
“나와 같은 우리 친구라고!!”
그리고 레시오는 졌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의 잘못을 고하는 레시오를 보고서 버스데이는 차라리 이기고 돌아오길 바랐다. 그랬다면 원망이라도 하지, 널 미워하고 떠나기라도 하지. 그러지도 못했다. 여기서 내가 떠나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레시오는 충분히 상처 입었다. 이제 자신은 그를 감싸주는 사람이어야 했다.
“같지 않아!!”
레시오가 처음으로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버스데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버스데이가 다 죽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입안이 썼다.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같지 않아. 나이스는 분명 친구야. 친구지만, 그렇다고 너와 같진 않아”
하지 마. 버스데이가 중얼거렸다. 더 이상 말하지 마. 레시오. 그것은 경고였다. 밀어내는 버스데이의 팔을 붙잡은 레시오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잔뜩 찡그린 얼굴이 무언가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버스데이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때 나를 막아서는 게 설령 치유라고 했어도 나는 망설이지 않았을 거야”
“레시오…”
“너를 구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퍽. 버스데이의 주먹이 레시오의 얼굴을 때렸다. 이미 힘은 빠질 대로 빠져서 아프지도 않았지만, 아직 아물지도 않은 입술이 다시 한 번 터졌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레시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피가 턱을 타고 흘렀다.
“실언이야. 잊어줘”
레시오의 옷자락을 붙잡고 씨근대는 숨을 몰아쉰 버스데이가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울음에 집어 삼켜진 목소리는 레시오에게 닿지 않았다. 흔들리는 어깨를 꾹 잡아 안은 레시오는 말없이 버스데이를 마주 안았다.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레시오”
간신히 완성된 그 문장에 레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든 버스데이를 침대에 눕힌 레시오가 그 앞에 앉았다. 내가 무얼 하고 싶냐니 뻔했다. 레시오는 버스데이를 구해주고 싶었다. 그가 나를 구해줬던 것처럼 자신도 버스데이를 불치병이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꺼내주고 싶었다. 그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버스데이에게 더 이상의 유예는 없었다. 그의 몸은 한계였다. 어쩌면 운 좋게 수술로 한순간 그의 병을 억누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병이 다시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레시오는 하루빨리 이 지옥 같은 삶에서 그를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됐는데. 어째서 너는 나아지지 않았을까. 어째서 너는 예전처럼 웃어주지 않는 걸까.
이제 어떡하면 좋지.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들어 있는 그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 레시오는 버스데이의 손을 그러쥐었다. 한 손뿐이었지만. 확실히 레시오에게 나이스는 친구였다. 십년 이상 함께한 버스데이와는 비할 바가 못 되었지만.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버스데이였다. 레시오에게 버스데이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였다. 친구였었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더 이상 레시오에게 버스데이는 친구가 아니었다. 여태껏 잘 속여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쉽게 마음은 자신의 사정은 알 바가 아니라는 듯 비집고 나왔다. 버스데이가 죽을 일이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불쑥 튀어나온 거무튀튀한 감정들은 이제는 제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이제 끝이었다. 그를 걱정해 고백하지 않는 것도, 그가 병 때문에 거절하는 일도 있지 않을 것이다.
“…미안해”
그것이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레시오 조차 알지 못했다. 나이스를 죽이려고 해서인지, 버스데이를 변명거리로 삼아서인지 아니면 그를 자신의 손으로 구하지 못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죽여 버린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인지. 사랑이라니. 이 쓰고 아릿한 감정이 사랑이라니. 절대 얘기하지 못할 감정들이 입안에 맴돌다가 이내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텅 빈 병실만이 레시오를 반겼다.
버스데이가 사라졌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레시오. 너 지금 표정이 어떤지나 알고 있냐?”
레시오는 지금과 똑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다. 이건 그 옛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그 날의 재현이었다.
“사진이라도 찍어서 버스데이한테 보여주고 싶군.”
레시오가 이를 악물었다. 당장에라도 눈앞에 나이스의 멱살을 붙잡고 실토하게 만들고 싶었다. 너는 알지 않느냐. 나와 버스데이의 사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항상 그랬다. 버스데이는 자신보다 나이스에게 먼저 말했고, 먼저 전했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인생의 중요한 것까지 나이스에게 먼저 말했다. 그때도 지금도, 그래서 레시오는 나이스를 질투했다. 자신이 먼저였는데. 그를 만난 건 자신이 처음이었는데 나이스는 그 십 년의 세월이 아무것도 아니란 듯 깨고 들어와 자신과 버스데이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고작 십 년 알고 지낸 게 뭐가 대수라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레시오가 나이스의 멱살을 잡아챘다. 무라사키가 말릴 새도 없었다. 테이블 위의 커피 잔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코네코의 비명이 들렸다.
“고작…고작이라고”
목소리가 떨렸다. 레시오는 금방이라도 나이스를 죽일 듯 노려봤다. 나이스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어” 아주 단조로운 대답이었다. 떨림도 없었다.
“네가, 뭘…안다고”
“그럼 넌 뭘 아는데”
나이스가 툭 내뱉은 말에 레시오의 말문이 막혔다. 손이 떨렸다. 눈동자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렸다.
“넌 지금 당장 버스데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잖아. 왜 떠났는지도, 아무것도 모르잖아. 너는”
레시오가 나이스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시끄러워” 레시오의 목소리가 가게에 울렸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나이스의 목소리도, 버스데이에 관한 것도, 자신보다 더 잘 안 다는듯한 저 말투까지도.
“닥쳐!!”
애초에 버스데이가 아니었다면 인연이 되지도 않았을 녀석이다. 레시오는 입술을 꾹 깨물고선 무라사키를 노려봤다. 잡힌 손목이 통증을 호소했다.
“그만해. 레시오. 나이스 너도”
네, 네. 나이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을 털곤, 바 앞에 앉았다. 잔뜩 꼬리를 세운 코네코를 진정시키며 의자를 빙글 돌렸다.
“난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머저리 의뢰는 안 받아”
나이스! 무라사키가 그를 질책했지만 레시오에겐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의 각오. 지금 나이스는 꿈속의 버스데이와 똑같은 것을 묻고 있었다. 대답은 뻔했다. 말하기도, 생각하기도 싫었다. 어째서 그들은 똑같은 것을 묻고 있는가. 어째서 그들은 뻔한 질문을 하는가. 그리고 어째서 자신은 그때마다 대답을 하지 못하는가.
대답해줘 버스데이. 나의 은인이자. 친구.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너 사실은 버스데이한테 응석 부리고 있었던 거 아냐?”
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상대는 단발머리에 꽂은 핀이 예뻤던 아이였다. 몸도 아담하고 얼굴도 귀여운 게 언젠가 버스데이가 억지로 주입한 이상형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일전에 마주친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던, 그래서 버스데이가 외면하지 못하고 도와줬을 것이다. 버스데이는 겉으론 날라리처럼 보여도 타인에겐 상냥했으니까.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자신도 몇 번이나 고백을 받지 않았던가. 버스데이라고 해서 못 받을 건 없었다.
단지, 레시오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버스데이는 한참이나 대답이 없다니 곤란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그리곤 담담한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레시오는 절로 숨을 삼켰다. 소녀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단지 버스데이가 그러했다. 담담하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곤 최대한 소녀가 상처받지 않도록 말했다. 하지만 그로 하여금 더 상처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냥 거절하고 입을 다물었다면 소녀는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금세 수긍하고 포기했을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더 울며 매달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소녀는 진심으로 버스데이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오래 기다렸어?”
버스데이의 얼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아서 레시오는 입을 다물었다. “갈까.” 버스데이가 자전거에 올라타 레시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위험하잖아!”
“뭐야. 레시오쨩 긴장했어?”
레시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혹여나 미끄러져 그가 다치지 않도록. 버스데이의 얼굴이 등에 닿았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을 모른 척한 채 묵묵히 강변을 달렸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한결 괜찮아진 것인지 버스데이가 아, 하곤 소리를 냈다. 허리에 감긴 팔이 느슨해지자 레시오가 속도를 줄였다. 목을 높게 쳐들고는 하늘을 올려다본 버스데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버스데이”
“응”
만약 자신이라면 버스데이의 대답을 듣고 어떻게 했을까. 아니 자신이라면 고백을 할 수나 있었을까. 그렇다면 버스데이는 그 소녀와 똑같은 이유를 대며 자신을 거절했을까? 레시오는 소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덫 씌우곤 버스데이 앞에 섰다. 좋아해. 좋아해 버스데이. 만약 거절당한다면, 버스데이가 천천히 자신의 결함을 말하고 미안하다고 한다면 분명 레시오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어! 그럴 터였다. 소녀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말은 그런 대답이 아니었다. 일부러 자신을 낮춰 말하여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버스데이라면 알고서도 그런 말을 할 것이다. 상대를 확실히 끊어 놓기 위해. 만약 그렇다면, 거절당한다면 우리는 영영 멀어지고 마는 걸까. 그렇다면 차라리 이 마음을 숨기고 영원히 그의 옆에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왜…그랬어?”
“뭐가?”
“굳이 네가 병이 있다고 말 안 했어도 그 애는 돌아갔을 거야.”
“그냥.”
괜히 물어봤나. 레시오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야.”
그것은 결코 배려가 아니라고 레시오는 말하지 않았다. 버스데이가 소녀를 거절한 이유를 안다. 그러므로 자신도 똑같이 거절할 것이다. 이유는 굳이 말해주지 않겠지. 그러니까 이대로 만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병 때문에 소녀를 거절했다. 하지만 병을 알고 있는 자신은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이것이 나에 대한 배려라면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네가 나를 좋다. 싫다 하는 선택을 바란 것이 아니다. 네가 좋든 싫든 네 옆에 있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대로 괜찮다고,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괜찮다. 괜찮았다.
'행사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크헤기 타인의 시간 (0) | 2016.08.09 |
---|---|
허크헤기 현대au 소설본 (0) | 2016.05.21 |
허크헤기 Everybody's On The Run (0) | 2016.01.03 |
흑백논리 금사 소설본 (2) | 2015.02.24 |
레시버스 굿바이마이프렌드 (7) | 2014.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