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가 희한하네. 그것이 허크가 점박이를 보자마자 했던 첫 감상이었다. 

'점박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강아지를 키우냐고 물었지만 허크는 그 물음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점박이는 생긴 것만 고양이었지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개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그래도 많이 할퀴었는데. 제 팔에는 아직도 점박이가 남긴 이빨 자국과 발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날 바로 샵에 데려가 날카로운 발톱을 모두 잘라 버렸고 점박이는 케이지에 들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게 됐지만. 그래도 허크는 제가 기르는 고양이, 이하 점박이가 그 어떤 개보다 영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리한 요 고양이는 아침만 되면 알람도 울리기 전에 저를 깨웠다. 사실 그건 매우, 아주 매우 아팠다. 그 작은 손으로 뺨을 꾹꾹 눌러대는데 다시 자라기 시작한 발톱이 살포시 뺨을 할퀴었다. 허크는 면도를 하다말고 제 뺨 위에 난 발톱 자국을 어떻게 해야 친구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귓가에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에 한숨을 쉬고는 욕실에서 빠져나왔다. 점박이 울음소리는 꼭 아기들이 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종종 밤에 들릴 때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곤 했다. 오목하게 파인 접시에 캔을 따서 부어주자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도 않는 것이 퍽 웃겼다. 배고플 때만 나 찾지. 허크가 머리위를 긁어주자 그르릉 소리가 났다. 하긴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듣긴 했다. 개가 아니라 고양이지만.


일은 허크가 출장을 다녀온 사이에 터졌다. 평소에 친했던 친구에게 가끔 집에 와서 밥을 주기만 하면 된다고, 어차피 출장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허크는 제 손이 생각보다 훨씬 빨랐음을 알았다. 아니 점박이를 생각하니 빨리 일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친구놈이 아직 돌아가지 않았나? 싶었던 허크는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가 그대로 들고 있던 가방을 툭 떨어트렸다.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주방 냉장고 앞에 누가 앉아 있었다. 친구라고 하기엔 작았고, 도둑이라고 하기엔 옷을 하나도 입고 있지 않았으며, 변태라고 하기엔 허크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이 너무나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점박아?"


허크는 제가 말해놓고도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네?"


곧 들려오는 활기찬 대답에 고개를 푹 숙였다.

수인이었다. 




-




대답하고서도 놀랐는지 점박이, 이하 본인의 주장으론 헤기. 라는 소년은 딸꾹질을 멈출 줄 몰랐다. 허크는 물 한잔을 내어주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헤기는 그런 것에 수치심도 없는지 다리를 벌렸다. 결국 보다 못한 허크가 제가 입고 있던 재킷을 다리 사이에 툭 던져주며 제 방에 올라갔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작은 옷을 가져다주었으나 그래도 무릎까지나 내려왔다. 


"바지는 무리겠다."


허크의 말에 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속옷은 입어야지. 줄줄 흘러내릴 것 같지만. 허크는 그나마 신축성이 있는 속옷을 쥐여주곤 말했다. 입어. 그러나 헤기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왜요?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자신에게 묻는 아이에게 허크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다.

수인의 취급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개체 수도 없을뿐더러, 최근에 나온 수인들은 모조리 개발에 의한 것이었다. 그들은 평범한 인간보다 수명이 짧았고, 그것은 그들이 죽을 때까지 젊은 미모를 유지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건 결코 좋은 용도로 쓰이지 못했다. 노예로 부리는 건 좋은 처사였다. 질 나쁜 인간에게 '구입'되어 성 노리개로 쓰이고 버려지는 게 다반사였다. 아마 그런류였겠지. 


"나는 너를 안을 생각도 없고."

"……."

"애초에 그냥 고양이라고 생각해서 데려왔어."


제집 문앞에서 죽어가는 고양이를 모른 척 할 정도로 허크는 매정한 인간이 아니었다. 애초에 건강하게 된다면 다른 곳으로 분양이라도 할까 생각 중이었다. 


"그럼 저를 버리실 건가요?"


그러나 허크가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기엔 너무 무지했다. 뭐? 헤기의 말에 허크가 되물었다. 헤기의 모습은 아무리 많이 봐도 성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수인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평생 어린 외모로 살아갈 것이다. 짧지만, 아름답게. 그것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허크는 모른다.


"…사람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저는 수인이잖아요."

"점…아니 헤기 지금 너는 사람이야."

"그럼 내쫓으실 건가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버려지는 것에 익숙한 듯 했다. 허크는 시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렇게 매정한 인간으로 보였냐?"


이미 자정이 넘었다. 허크는 헤기를 제 방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늦었으니까 자고, 내일 얘기하자. 알겠지?"


'점박이'는 항상 저와 같은 침대에서 자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옆구리가 따뜻한 것이 꼭 사람 같았는데, 그걸 이제야 알다니. 허크는 밤새 제가 끌어안고 잤던 것이 베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그날 밤에야 알아차렸다. 꼭 그만큼 따뜻했다. 





-





아침에 일어나보니 헤기는 다시 점박이로 돌아와 있었다. 왜냐고 물어도 야옹하는 대답 외에는 하지 않으니 허크로선 답답할 노릇이었다. 수인이면 분명 등록센터가 있을 터인데, 등록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었다. 허크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 캔을 사야 할까 아주 잠깐 고민하다 결국 고양이 캔과 시리얼 두개 모두 샀다. 


"왔어요?"


옷 사 오는걸 깜빡했다. 허크는 커다란 티 하나 달랑 입고 종아리를 드러내고 있는 헤기를 보며 식탁에 앉아 이마를 짚었다. 헤기가 해준 요리는 썩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수인은 배우는 것도 빠르다고 했던가, 허크가 포크를 까딱이며 헤기를 바라봤다. 밥도 먹다 말고 TV에 시선이 빼앗긴 헤기를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영락없는 애였다. 그러다가도 이런 아이가 다른 이유로 개발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피가 식었다. 목 뒤에 식별코드가 있을 터였고, 신고하면 분명 전의 주인이 나타나겠지. 


"헤기."

"네?"


이쪽은 돌아보지도 않는 헤기를 보며 허크가 입술을 달싹였다. 물어볼까? 아니면 그냥 모른척할까. 아이의 손목에는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 아니 온몸에 자잘한 상처가 많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것들이었다. 


"먹고 보는 게 어때? 녹화해줄게."


헤기가 허크를 바라봤다. 그건 의문이었다. 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지에 대한. 


"나도 챙겨보는 프로니까."


그렇지만 헤기는 알고 있었다. 허크가 TV 같은 걸 볼 시간 따윈 없다는 거. 인간으로 변한다고 해서 고양이때의 기억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헤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받아보는 배려였다.


헤기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건 허크가 집에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용했다. 고양이때의 습성이 남아있는 것인지 발소리마저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귀여운 구석을 찾아보고자 하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 제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건지 불쑥 튀어나오는 귀와 꼬리는 화를 내다가도 제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게만들곤 했다. 

다칠뻔했다. 혼자서 요리를 하려고 하다가 불을 낸 건지 어짼건지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옆집에서 빨리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 분명했기에 허크는 헤기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때 뿅! 하고 튀어나온 축 처진 귀와 꼬리란, 허크는 저도 모르게 입을 막고는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아야 했다. 


"자…잘못했어요. 주인님."


그러나 허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때리지 마세요…"


헤기는 수인이었고, 수인의 용도는 거기서 거기였으며, 


"제발…"


아마 헤기도 그러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리라는 것.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매달리는 헤기를 보며 허크는 제 안에서 차오르는 감정이 단순한 동정인지, 수인에 대한 경멸인지, 전 주인에 대한 질투와 혐오인지 알 수 없었다. 




-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다. 허크는 뻑뻑하게 감기는 눈을 애써 뜨고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러나 밝게 빛나는 화면은 오히려 눈에 피로만 쌓을 뿐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헤기가 집에 오고 나서 매번 빠졌던 회식까지 참가했건만 술은 고민을 줄여주기는커녕 제 마음이 무엇인지 확인사살을 해줄 뿐이었다.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헤기는 인간으로 돌아오기를 극도로 꺼려했다. 허크는 이제 헤기가 어떤 모습이든 '헤기'라고 불렀다. 다녀왔어.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는데도 허크는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익숙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미 헤기는 허크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헤기?"


그래도 매번 문앞에 나와 저를 올려다보던 녀석이 이번엔 보이지 않았다. 허크는 가방을 내려놓고는 헤기를 찾았다. 소파 밑. 문 뒤. 커튼 너머. 싱크대 아래. 냉장고 옆 구석. 헤기는 몸집이 작았다. 허크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다. 당연히 헤기가 무슨 종인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고양이는 다 똑같은 거 아냐? 헤기가 저에게 관심이 너무 없다고 했을 때 허크가 했던 말이었다. 조금 무심했나. 허크는 제 방에 있는 욕실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덜컥, 잠겨서 열리지 않는 것을 보곤 허크가 문에 귀를 기울였다. 앓는 소리가 났다. 헤기! 허크가 다급히 이름을 부르자 덜컹 무너지는 소리도 났다. 덜컹, 덜컹, 잘그락, 쾅!쾅! 거의 미친 사람처럼 문을 두드리던 허크는 제 서랍에 있던 마스터키로 문을 열었다. 헤기! 허크의 부름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배를 붙잡고 바닥에 나동그라진 헤기를 보며 허크는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열이 심했다. 온몸이 붉게 달아올랐고, 손끝이 벌벌 떨렸다. 결국 허크는 헤기를 업고서 가까운 수인병원을 찾아야 했다.


"발정깁니다. 일단 억제제를 투여했으니 한동안은 괜찮을 겁니다."

"한동안은?"

"약으로 억누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애초에 성욕처리기니까. 의사의 말에 허크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수인은 처음인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다음에 발정기가 오면 차라리 관계를 가지시 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약은…"

"약도 좋은 게 아니니까요."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의사는 제가 말해놓고도 조금 씁쓸해 보였다. 수인을 위해 개발된 약은 없어요. 그럴 터였다. 그렇겠지. 허크는 잠들어 있는 헤기의 이마를 쓸어올렸다.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오랜만에 피를 봤다. 허크는 제 손을 깨문 헤기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린 애도 아니고 약이 먹기 싫다고 떼를 쓰다니, 아니 애가 맞지만. 그래도 수인이면 다 큰 게 아닌가? 제 손에 선명하게 남은 잇자국을 보며 허크는 이걸 회사 사람들에게 무어라 설명해야 하나 또 고민해야했다. 집에서 기르는 애가 하나 있는데 물었다고 하면 분명 이상한 시선이 따라붙을 것이었고 섹시한 애인이 물었다고 하기엔 이상한 잠자리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겠지. 차라리 후자가 나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선 허크는 억지로 헤기의 턱을 잡아 벌려 약을 털어 넣었다. 팔을 꼬집는 손이 생각보다 매웠다.


"…그냥 저랑 자면 안 돼요?"

"이거 감기약인데."


발정기는 이미 끝났다. 또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허크는 아직 선택하지 못했다. 약을 먹이는 것은 분명 몸에 부담이 온다. 섹스를 한번 하고 나면 발정기는 하루만 앓고 끝나는 일이다. 그러나 약을 먹는다면 일주일 내내 시달릴 것이 분명했고, 그 짧은 수명도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관계를 가진다면, 헤기와 지금 이상의 감정을 나눈다면 허크는 자신이 자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인의 삶은 짧다. 헤기는 이제 앞으로 10년, 많으면 13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그건 헤기에게는 긴 시간일지도 모르나 앞으로 몇 수십 년을 더 살지도 모르는 허크에게는 짧은 시간일수도 있었다.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십 년. 고작 십 년. 

십 년은 너무 짧았다. 수인은 우리와 같지 않다. 그건 헤기와 자신이 동등할 수 없음을 뜻했다. 동등해져서는 안 되었다. 


"말 돌리지 말구요."

"…."


그러나 그들은 인간이었다. 하나의 생명체였다. 자신들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행동할 줄 알았다. '헤기는 똑똑한 편입니다.' 의사가 말했다. '보통은 제 주인도 알아보지 못하고 달려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스로 문을 잠궜다는 건' 의사는 허크를 힐끔 바라보는 말을 아꼈다. '그만큼 발정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는 소리일지도 모르고요. 잠깐 검사를 했는데 속이 많이 상해있더군요. 마약 성분도 검출되었고, 시력도 나쁩니다. 전 주인이 폐기하려고 했던 것 같구요. 이유는 팔을 물어뜯었다고 하더군요. 수인이 인간에게 해를 입혔을 땐 그 주인의 능력에 따라 폐기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인권유린이라고 말도 많았지만 그들은 무법지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무늬가 희한하죠? 벵갈과 개량됐을 거예요. 원래는 굉장히 몸집이 큰 고양인데...작네요. 심하게.' 의사는 허크를 돌아보며 시익 웃었다. 조금 즐거운 것도 같았다. '그냥 헤기가 작을 뿐이니까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무리는 시키지 마세요.' 그러나 의사의 다음 말에는 웃을 수 없었다. '죽을 테니까.' 


"아직은 그럴 생각 없다."


그래요? 헤기가 허크의 어깨에 기대며 뺨을 비볐다. 그건 고양이때와 똑같아서 허크는 차마 밀어내지 못했다. 그럼 주인님은 언제 날 안으시려나. 가끔 헤기가 장난스럽게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그때마다 목소리가 떨리는 걸 아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오래전 들었던 강의에서 늙은 강사가 말했다.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서 항상 잠이 왔다는 것만은 선명하게 기억났다. 강의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강의를 듣는 사람도 대부분 자거나 딴짓을 하곤 했다. 강사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쬈다. 살랑, 봄바람이 불었다. 스스로 트라우마를 건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이렇다 할 트라우마가 없던 허크는 그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시험점수는 당연히 좋지 못했다. 


그것이 지금 떠오른 이유는 어째서일까. 끝 맛이 썼다. 독하지 않냐, 동료가 물었을 때 허크는 담배를 끄고는 그러네. 하곤 말했다. 사회에 들어서고 나서도 허크는 이렇다할 트라우마는 가지지 않았다. 그건 행복한 삶인가? 그렇다면 트라우마가 있는 삶은 불행한 삶인가. 허크는 악몽에 시달리는 헤기를 깨우지 않았다. 깨워서 어떻게 할 건데? 위로라도 해줘야 하나? 어떻게? 왜? 헤기가 자신에게 무엇인데? 사람이 살아가는 데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는 일이고, 그건 당연한 거지만 허크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안정된 삶을 원했다. 악몽에서 깨어난 헤기는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추스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솨아아아.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다시 시작된 흐느끼는 소리는 허크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충분히 괴로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제 품을 찾는 아이를 보며 모른 척 했다는 죄책감에 새벽 내내 허크는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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