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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크헤기 오메가버스 AU / 19세 미만 구독불가
46~8P 예정 4,000원
추후 통판은 시간이 나면 열 예정입니다.
표지는 날림님이 그려주셨습니다 ♥
*책에는 편집과 수정이 들어갑니다
이그나호 강을 끼고 동쪽으로 쭉 걷다 보면 로체스트 선착장까지 닿는다. 어른의 걸음으로 꼬박 다섯 시간. 마차로는 삼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로체스트는 수도인 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때마침 강줄기를 끼고 있는 커다란 종탑에서 종이 울렸다. 커다란 종소리가 도시를 가득 메운다. 거리의 비둘기들이 놀라 날아가고, 산책하던 개들이 멈춰서 짖기 시작한다. 춘곤증에 시달리던 버스 운전기사도 화들짝 놀라 핸들을 바로 잡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종탑은 수도의 상징이었고, 법황이 가진 권력의 크기였다. 곧 법황의 연설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중후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헤기는 그 목소리가 참 변태 같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상한 취미가 있을 거야. 실제로 법황을 본 건 TV에서가 전부였지만, 생긴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꼭 누구 하나 등 처먹을 것처럼 생겨서는…
“변태일지도 모르지.”
헤기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오메가들을 수집할지도 모르고. 근거 없는 소문이 둥둥 떠다녔다. 헤기는 친구들의 말에 하나하나 수긍하며 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떠들었다. 어쨌든, 자기는 몰락한 가문의 사람이며. 그 원인에는 법황도 있었으니 이 정도 소문을 내는 건 괜찮을 것이다. 괜찮아야…하는데. 헤기는 괜히 주변을 돌아보며 다른 귀족 가문이 없는지 살폈다.
케르 가문은 몰락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헤기는 어떤 이유로 법황청에 버려졌는지 모른다. 너무 어릴 때 일이었고, 이제는 귀족이란 이름만 남아있을 뿐 이제는 가문의 권위도, 명예도 부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에일이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지만 헤기는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그건 아주 옛날, 에일을 처음 만났을 때, 에일이 제게 절박하게 ‘평범’을 부탁한 날 묻어둔 것이다. 이 세상에 하나 남은 가족의 부탁이기도 했고, 헤기는 많이 지쳐있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의 삶에 크게 불만이 있지도 않았다. 종종 몰락한 가문의 아이라고 시비를 거는 이들도 있었는데 헤기는 그들을 상대해 주기엔 너무 바빴다. 헤기의 머릿속은 한가지로 가득 차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다른 이들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헤기는 꿈에서도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으응…허크…”
“헤기…너…”
저를 홀랑 벗겨놓고서 냄새만 킁킁 맞던 허크가 고개를 벌떡 들었다. 분명 이성을 잃었던 붉은 눈이 한겨울 이그나호 강만큼 꽁꽁 얼어붙어서는 헤기의 옷을 하나하나 입혀주었다. 커다란 손으로 단추까지 꼼꼼하게 잠근 허크가 반지를 빼앗으며 말했다.
“너 알파잖아,”
“네??”
“축하해. 가문을 이을 수 있겠네. 우린 헤어져야겠지만.”
“네????”
“즐거웠고, 결혼할 때 청첩장 꼭 보내야 한다!”
멀어지는 허크를 보고선 헤기가 무슨 말이냐며 뛰쳐나갔지만 허크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허벅지가 경련이 일어나도록 허크를 향해 뛰던 헤기는 결국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허크는 잡을 수 없을 만큼 멀어져 있었다.
“아…아! 허크!!”
헤기가 손에 잡히는 걸 콱 잡아 던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건 허크의 머리에 명중했고, 피가 터졌고, 허크가 쓰러지면서…
“거기서…이!! 나쁜 놈아!!!!”
꿈에서 깼다. 헤기는 한 손으론 제 손을, 다른 한 손으론 이마를 붙잡고 있는 허크를 보고서 눈을 깜빡였다. 꿈이었나? 꿈이었지? 헤기가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이 허크는 헤기의 휴대폰을 살폈다.
악몽이라도 꿨는지 자면서 끙끙 앓던 헤기가 뜬금없이 제 이름을 마구 불러 댔다. 악몽이 아니라 응큼한 꿈이라도 꾸는 건가 싶어서 가까이 갔더니 갑자기 옆에 있던 휴대폰을 잡아 던지는 게 아닌가.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퍽 소리 나게 맞은 허크는 얼굴을 그러쥐었다. 그리고 이어진 ‘이 나쁜 놈아!’와 함께 쏟아지는 욕설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평소엔 잠버릇이 심한 줄 몰랐었다. 기절하듯 잠들곤 했으니까. 애무가 길었나? 녹초가 될 때까지 괴롭히다가 삽입을 했으니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쁜 놈이라고 할 것까지야… 피곤하면 나오는 잠버릇인가. 허크는 아직도 상황파악이 덜 된 헤기를 제 밑에 잡아당겼다.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자 얼룩덜룩한 나신이 드러났다. 쥐가 나서 벌벌 떨 정도로 벌어졌던 허벅지는 성한 곳이 없었다. 힘 조절을 했어야 했는데. 오랜 섹스로 퉁퉁 부은 구멍에 귀두를 밀어 넣자 헤기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헤기가 고개를 저었지만 허크는 그만둘 마음이 없었다.
요상한 꿈을 꾸긴 했지만 허크와 저는 아직 열렬한 연인이며, 허크는 지난밤 헤기가 꾼 꿈의 내용을 들으며 집이 떠나가라 웃고는 말했다. ‘네가 알파라고 해서 내가 놔줄 것 같냐.’ 커다란 손이 제 뺨을 붙잡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 헤기는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가 알파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허크의 얼굴에 멍이 든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에일에게 주먹으로 맞은 것이다. 헤기는 에일에게 화내지는 않았으나 속상한 건 속상했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상처를 내놓다니 에일은 제정신인가? 차라리 안 보이는 곳을 때리지. 그러고 보니 허크의 몸에는 상처가 많았다. 칼에 베인 상처도 있었는데 식칼로 조금 벤 정도가 아니라 어깨에서부터 가슴까지 주욱 그어진 상처는 누가 봐도 다툰 흔적이었다. 그것도 생사를 걸고서 다툰 것이다. 그 외에도 자잘한 상처도 많았다. 꿰맨 상처도 있었고, 열상으로 보이는 상처도 있었다. 다행인 건 얼굴에 상처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한동안은 에일 때문에 멍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근데 아무리 사적인 감정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때려도 되는 것인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헤기를 보며 허크는 “네 형이니까 맞아 준거야.” 하는 정말 쓸데없이 젠틀한 말을 했다.
그런 다정한 사람이 오메가도 아닌 저와 사귀어 준다니. 차라리 아주 못된 사람이었다면 분명 이건 사랑이라고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너무 다정한 나머지 동정이나 연민이면 어쩌지? 하는 의심이 들고 마는 것이다. 헤기는 수업 내내 딴짓을 하다가 마치는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몸을 일으켰다. 휴대폰을 켜보자 에일의 문자가 쏟아졌다. 그 와중에 허크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문자 확인 보다는 전화가 먼저지. 헤기는 문자함을 닫고는 허크의 전화를 받았다.
[헤기 어디야.]
“학교죠.”
헤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시간에 학생인 자신이 어디에 있겠는가. 헤기는 터벅터벅 정문으로 걸어가며 전화에 집중했다. 허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다급했고, 운전 중이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네? 잘 안 들려요. 헤기가 휴대폰을 바짝 귀에 붙이며 물었지만 제대로 들릴 리가 만무했다. 겨우 알아들은 거라곤 학교 안에 있어라. 데리러 가겠다. 정도였는데 이미 교문을 나와 버린 후였다. 헤기는 하는 수 없이 교정 안 벤치에 앉으려 몸을 돌렸다.
툭. 앞을 보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던 헤기는 떨어진 휴대폰을 주우려 몸을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헤기?”
“네?”
고개를 들며 대답하자 모르는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니다, 모르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아주 어릴 때 한번. 딱 한 번 본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화상으로 인한 상처가 얼굴을 뒤덮고 있어서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뒷걸음치지도 도망치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는 헤기를 보고서 남자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웃는 것도 같았고, 아파하는 것도 같았다.
“로드 백작…”
커다란 손이 헤기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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