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격이 얼마나 모났냐면 더 이상 빠질 머리카락이 없는 멀린이 제 속눈썹이라도 뽑아서 설명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말끔한 일처리, 단정한 옷차림. 항상 신사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그 속은 시꺼멓기 그지없었다. 특히 아서와 되지도 않는 말싸움을 하고 나면 항상 화가 나 있었는데 그 뒤처리는 모조리 멀린의 몫이라 사직서를 몇 번이나 제 손으로 찢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해리 하트는 완벽했다. 그의 출신, 학력, 품위 그 모든 게 성격을 커버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니 그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멀린은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당장이라도 안경을 집어던지고 제 목에 기억삭제 침을 놓고 싶은 지경이었다.
“해리! 해리는 정말 너무해요! fucking!! 어떻게 절 속이 실수가 있어요?”
“에그시 천천히 말하렴. 옳지. 울지 말고.”
전 아서는 죽었다. 죽은 줄 알고 추모주까지 마신 해리 하트는 돌아왔고, 자연스레 그 자리에 앉게 됐다. 거기까진 나쁘지 않았다. 당연한 순서로 에그시 역시 갤러해드의 자리를 물려받았으니 킹스맨도 어느 정도 다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론 새로운 인력을 뽑아야 하고, 그것은 온전히 멀린의 몫이었으나 가히 최고의 요원이라 불리는 해리 하트가 돌아왔으니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전 그동안 해리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얼마나 외로웠는데요!”
“에그시…”
“매일 밤 해리만 생각했는데.”
아, 제발. 멀린이시여. 저들을 당장 여기서 내쫓아 주소서.
“그래서 나는 우리가 그 24시간에 못했던 것들을 마저 해볼까 하는데. 에그시.”
해리가 에그시의 허리를 끌어안자 에그시가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뭐가 문제지?”
에그시가 힐끗 멀린을 쳐다봤다. 오, 에그시. 멀린은 이제라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려준 그에게 매우 고마웠으나.
“멀린 눈치도 없군. 발렌타인이 눈치까지 폭발시켜 버린 건 아니겠지?”
차라리 자신을 모르는 척 했으면 알아서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퍽킹 해리 하트. 멀린은 만찬장의 문을 닫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미 책상위에 에그시를 눕힌 해리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제발, 멀린이 나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