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 훌린은 눈앞에서 흔들리는 두 개의 봉긋한 가슴을 보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자신이 비록 지금 꽃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해도 과거에는 꽤 잘나가는 영웅이었고, 자기의 뒤로 여자들이 줄을 섰으며, 그건 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의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나 꽃집에 오는 여자들의 절반은 쿠 훌린의 얼굴을 보러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자신이, 가만히 있어도 여자들이 줄을 서고, 달려드는 그런 자신이 저런 꼬마의 가슴을 보고 흥분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소녀는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했다. 딸꾹하고 몸을 흔들 때마다 몸집에 맞지 않는 커다란 가슴이 출렁하고 움직였다.
“…시로.” “으,윽, 응?”
아니다. 쿠 훌린은 몸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시로의 모습을 보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숙였다. 대체 저 녀석의 부모는 어떤 녀석 이길래, 저리도 착 달라붙는 옷을 입게 했단 말인가. 그리고 저 녀석은 딸꾹질이 나오면 물을 마시거나 숨을 참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을. 쿠 훌린은 애써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시로가 들고 있는 화분을 빼앗아 들었다.
“물이라도 마셔보지 그러냐.” “물도 마시고, 숨도 참아봤는데 안 돼.”
그렇군. 더는 해줄 말이 없는 쿠 훌린은 꼬리를 말고 도망치듯 창고로 몸을 숨겼다. 진정해라 쿠 훌린, 작은 쿠 훌린도 진정해야 돼. 마음속으로 참을 인을 몇 번이나 그은 쿠 훌린은 억지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려 시로를 마주 봤다.
딸꾹. 아.
뒤로 살짝 묶은 포니테일이라던가, 커다란 금색 눈동자라던가. 허리 뒤로 잘록하게 묶인 앞치마가, 왜 쿠 훌린? 하고 말하는 작은 입술을 보며 쿠 훌린은 잠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시로를 바라봤다. 성큼. 성큼 다가가자, 시로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히,끅...쿠 훌린? 그 와중에도 흔들리는 봉긋한 가슴이 미치도록 동하게 하였지만 지금은 대낮이다. 상대는 아직 미성년자인, 자신보다 한참 어린 소녀였고, 물론 나이는 문제 될게 아니었다. 단지, 쿠 훌린은 시로의 어깨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론 뒷목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딸,꾹.
시로의 어깨가 흠칫 뛰었다. 숨을 참지 못하고 살짝 벌려진 입술 사이로 혀가 침범했다. 자칫하면 혀를 깨문다는 생각에 눈을 꼭 감고 애써 입을 벌린 시로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오갔다. 쿠 훌린의 입이 시로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핥으며 이내 완전히 삼켰다. 결국, 먼저 항복을 외친 건 쿠 훌린이었다. 아무리 숨을 나눈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고, 키스하면서 숨 쉬는 방법을 알 정도로 시로는 많은 키스를 해보지 않았으며, 쿠 훌린이 그런 것 까지 배려해줄 사람은 아니었기에 밀어내는 손에 기꺼이 떨어져 나갔을 뿐이다. 조금 아쉬운지 입술을 한번 핥은 쿠 훌린이 시익 웃어보이자 시로가 재빨리 옷소매로 입술을 닦아냈다.
“어떠냐. 딸꾹질은 멈췄지?”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쿠 훌린이 한발 빨랐다. 시로는 한참이나 아무 말도 없이 숨을 골랐다. 그러고 보니 진짜 딸꾹질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지. 시로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식식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