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 부끄러워서 다 지우고 남은게 이거 하나라니....이것도 캐해석이 난잡합니다...
2011/08/30
본디 악한 인간은 없다. 하지만 선한 인간 또한 없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너무 깨끗해서 자칫 방심하면 그 순수함의 칼날에 베이고 만다. 그 남자는 그렇다. 지나치게 순수한 그 남자는 사랑도 고통도 이별도 몰랐다. 그 순수함엔 오직 즐거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남자가 정신이상자라거나 살인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릴 적에 불행한 삶을 산것도 아니었다. 남자는 순수한 즐거움만을 원할 뿐이었다. 남자는 신을 믿지 않았다. 신은 그에게 진실도 거짓도 주지 않고, 즐거움도 고통도 주지 않는다. 신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믿는다. 남자는 철저한 무신론자이다.
또 한 남자가 괴물처럼 이상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살인청부업자처럼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남자의 숙적처럼 무지막지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런 힘들이 부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가끔 칼에 찔리거나 숙적에게 죽도록 쫓길 때는 왜 나에겐 저런 힘이 없을까 원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것 나름으로 즐거우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는 지금 세상에 만족하지 못했으나 그것도 나름 즐거웠다. 남자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야메의사 키시타니 신라는 그를 애정결핍이라고 했으나 그는 믿지 않았다.
"넌 사랑이 필요 한거야. 관심과 사랑이. 다른 사람의 관심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그 관심이 없으면 넌 죽고 말걸. 물론 나야 세르티가 항상 관심을 주고 있어서 괜찮긴 하지만. "
실례야 신라
"아니다. 어쩌면 넌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인간에 대한 관심. 하지만 애정결핍이 아니란 건 아냐 어쩜 너나 시즈오나 똑같을까. "
신라
"본디 너무나 너무나 인간적인 건 동물적이기도 하다잖아. 동물은 자기감정에 충실하지 아니 그들은 그것밖에 몰라, 너와 시즈오는 너무 너희들 밖에 몰라."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인(仁)이 적다. =말이 번드르르하고 항상 웃는 낯으로 사람을 대하는 인물은 대개 박애의 덕(德)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 말은 오리하라 이자야에게 극히 모순되는 말이다. 그는 말이 번드르르할 뿐 아니라 항상 웃는 낯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는 박애(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사랑함)가 넘치고도 지나쳐서 그에게 피해를 줄 정도니까 하지만 덕이 높다는 건 아니다. 그의 박애는 덕(德)에서 한참 벗어난 사상이니까.
"너와 시즈오는 사랑하지 않아. 그야 네가 맨날 떠들고 다녀서지만 시즈오는 널 싫어해. 이건 너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 "
인간 오리하라 이자야는 의사인 그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네 말대로 인간은 참으로 흥미롭고 다양하지. 그건 우리 셋만 봐도 알 수 있듯이. " "근데 신라. 난 너도 싫어." "알고 있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야메의사는 붕대를 더 세게 조였다.
"하지만 인간만큼 말과 행동도 다양해. 사랑의 형태도 다양하고. 내가 하는 사랑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거 너도 알잖아. 물론 세르티가 아름답긴 하지만 나와 같은 인간이 흔하지 않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이자야는 신라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랑의 형태가 다양하다고? 그럼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의 형태는 대체 무엇인데. 오리하라 자신은 그들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괴롭힘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요도 사이카도 그 사랑의 형태를 공격적으로 표현하지. 미카양도 자신의 사랑을 스토킹으로 표현하고, 나미에양도 근친이긴 하지만 그 사랑의 형태가 스토킹에 가깝지 가장 이상적인 건 음...키다군과 사키양? 미카도군과 앙리양? 그 정도 일까."
이자야가 자신 역시 그 정도는 안다는 듯 소리쳤으나 신라는 알았다며 그를 진정시켰다. 누가 아니래. 배에 소독약을 부어버릴라. 오리하라 이자야는 지금 헤이와지마 시즈오와 한판 하고 와서 온몸이 만신창이였으니 자신이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생 같은거 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시즈오가 화낼 테니까.
"네 사랑의 형태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야. 약간 유치하다는 거지. 왜 첫사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한다는 말도 있잖아. 장난꾸러기 같이 괴롭히고 못살게 굴고 울면 당황하고, 네 사랑은 그렇다고,"
치료가 다 되었는지 신라가 이자야의 어깨를 툭툭 쳤다. 번호 알지? 하니 이자야는 피식 웃어 보였다. 한두 번도 아니고, 변태인 점만 빼면 정말 완벽한 의사인데 말야.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너와 시즈오의 싸움. 이것 역시 사랑의 형태 중 하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