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시는 흔들리는 시야로 플래시가 터지는걸 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 막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아 얼굴을 가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자 남자는 혀를 차며 에그시의 팔을 위로 올리곤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플래시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에그시는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이 몇 년도인데 플래시가 터지는 카메라라니. 그 다웠다.
처음부터 해리가 그랬던 건 아니었다. 남들이 보기엔 조금 이상해 보일지 모르는 조합이라도 둘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적당히 하라고 할 정도로 깨가 쏟아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일이 틀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에그시가 임무에 나갈수록,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수록 해리의 심기는 불편해졌고, 에그시 역시 그가 집착할수록 밖으로 겉돌았다. 에그시는 본디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 아무리 해리가 좋다고 한들 그가 주는 집착까지 받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향수가 바뀌었는데.”
해리가 묻자 에그시는 제 소매를 끝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더니 아, 이거 타겟이 좋아하는. 까지 말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해리가 어느새 다가와 뒷덜미에 이를 세웠다. 아릿하게 퍼지는 통증에 에그시가 눈살을 찌푸리며 해리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에그시의 멱살을 잡고 돌아 마주 본 해리가 으르렁거리며 에그시를 노려봤다.
“에그시.” 해리의 말에 에그시는 항복 선언을 했다. 알겠어요. 알겠다구요! 에그시가 소리치며 해리를 밀어냈지만 오히려 손목이 붙잡혀 그대로 침실로 끌려갔다. 지금까지 해리는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았다. 눈을 감고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그래, 에그시. 하며 속으로 꾹꾹 눌렀다. 그것이 언젠가 터질 거라는 건 알았으나 이런 식은 아니었다. 에그시는 제 위에서 추삽질을 하며 온몸을 물어뜯는 해리를 보며 덜컥 겁에 질렸다. 차마 하지마라는 말도 하지 못한채 그가 움직일 때마다 신음만 내뱉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깜빡이는 시야 속에 플래시가 터졌다. 순간 눈이 부셔 얼굴을 가리자 억센 손이 그것을 저지했다.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발작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는 에그시를 힘으로 누르며 우는 얼굴과 몸, 흠뻑 젖은 아래까지 모조리 찍은 해리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에그시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뒤로 빼며 물었다. 대체 왜 그러냐고, 미쳤느냐고.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에 에그시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스미스가 렌트보이 취급받고 싶지 않으면 몸 간수 잘해야 할게다. 에그시.”
그 이후였다. 해리가 잠자리를 사진으로 남기게 된 것은. 에그시는 어느 날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뿌려져 제 친구들은 물론이고 엄마가 그것을 보게 될까 두려워했으며 혹여나 진짜 뒷골목으로 팔려가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해리 하트의 집착은 에그시의 생각보다 컸고, 그건 다른 사람이 에그시의 몸을 본다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첫날 이후에는 도통 울지 않는구나. 에그시.”
해리가 에그시의 사진을 보며 말했다. 에그시는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에그시에게 임무가 있는 날이면 해리는 항상 그를 침대에 묶어놓고, 강간 아닌 강간을 했다. 에그시의 발악이 심할수록 그는 즐거워했으니 에그시는 더 이상 우는 것도 소리 지르는 것도 포기했다. 가끔 그는 그것이 아쉬운 듯 예전 사진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거기에는 눈물과 정액으로 범벅된 자신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악취미. 에그시가 넥타이로 묶인 손목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해리는 에그시를 힐끔 보더니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따라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흠칫 떨리는 몸을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악한 건 내가 아니라. 너다. 너만큼 날 흥분 시키는 사람은 없었어.”
아, 젠장. 에그시가 입술을 깨물며 다시 다리를 벌렸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홧홧한 열기에 벌써 허리가 튀었다. 이미 한 번의 삽입으로 풀어진 구멍은 벌름거리며 그의 것을 삼켰다. 쉴 틈도 없이 끝까지 차고 들어온 성기에 숨을 멈추고 몸을 비틀자 그가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듯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