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영웅전' 허크헤기 신간(날림님이 도움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9 표지
<Ice Fortress> 로 참가합니다. 시리어스/사망소재있음/해피엔딩 입니다
19금 이구요 통판은 행사 끝나고 다음날 계획중입니다
70페이지 전후로 5천원 예상중입니다.
80페이지로 늘어날시 가격이 인상될수있습니다.
*시즌3 빛나는 자 스토리 날조가 있습니다
http://yellweroom.tistory.com/194
http://yellweroom.tistory.com/234
연성을 참고했습니다
*책에는 엔터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책에는 편집/수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침내 영웅이 쓰러졌다. 밝은 금발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영웅의 앞으로 검게 공간이 갈라졌다. 갑작스런 키홀의 등장에 모두가 뻣뻣하게 굳었다. 키홀은 소리 없이 걸어와 죽은 영웅을 확인하곤 헤기에게 말을 걸었다. 키홀의 말에 헤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의 등 뒤로 세상에서 사라졌던 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마렉, 아이단, 루더렉… 헤기의 목소리에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 키홀은 살리고 싶으냐고 물었고, 헤기는 그러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헤기는 무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허크를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프라가라흐를 잡으면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크도 그들을 그리워하지 않았는가. 분명 괜찮다고, 허락해 줄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저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요.”
헤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크는 천천히 헤기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믿어.” 조심스레 뺨에 키스한 그가 손을 놓아줬다. 헤기는 웃고는 등을 돌려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였다. 헤기가 채 프라가라흐에 닿기도 전에 날카로운 검이 헤기의 심장을 꿰뚫었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가슴팍이 온통 붉은색 이었다. 헤기는 대체 누구냐 묻지도 못한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부들부들 떨리던 몸뚱이가 이내 완전히 멈췄고, 피가 바닥을 적셨다. 검을 뽑아든 그는 고개를 들었다. 무표정한 만큼 자비심 없는 손길이었다. 키홀에게 검을 겨눈 그가 말했다.
“키홀, 헤기를 살려.”
“……”
“헤기는 네게 소중한 영웅이잖아?”
***
“허크가 저를 죽이는 꿈을 꿨어요.”
헤기의 하얀 발가락이 이불 밖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찬 공기에 시리지도 않은지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헤기는 허크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이내 포근한 이불 안으로 발을 쏙 숨겼다.
“어떻게?”
궁금해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크의 시선은 여전히 피투성이 갑옷에 고정된 채였고, 닦아내는 손길도 멈추지 않았다. 헤기는 그냥… 하고 말끝을 흘리다가 허크와 시선이 마주친 걸 깨닫곤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칼로 푹! 하고…”
허크가 갑옷을 닦아내는 것을 멈추곤 깨끗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몸을 일으키자 헤기가 고개를 들고서 허크를 바라봤다. 저벅저벅 다가오는 그림자가 제법 위압적이었다. 그가 침대위에 앉자 침대가 푹 내려앉았다. 그 뒤에는? 허크의 물음에 헤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팔을 뻗어 그의 목에 둘렀다. 죽고 나서 뭐가 더 있겠어요? 썩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는지 허크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나 다가오는 입술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만하고 나랑 놀아줘요. 헤기의 불평 어린 애교에 허크는 기꺼이 그래주었다.
헤기. 허크가 조심스레 헤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부드러운 머리칼이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씻고, 똑같은 침대에서 자고, 똑같은 옷을 입는데 왜 헤기의 머리카락은 이렇게 부드러운 걸까. 피부는 또 어떻고, 분명 같은 전장에 나가는데 헤기는 늘 매끄럽고, 티 한 점 없는 뽀얀 피부를 가졌다. 물론 허크는 그런 헤기가 좋았다. 그 나이 때의, 과거 도련님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한 피부 결이다. 허크는 그 하얀 피부에 키스하는 걸 좋아했다. 제 색을 남겨 놓는 걸 좋아했다. 그러면 헤기가 꼭 제 것 같았다.
잠들었는지 대답하지 않는 헤기를 보며 허크가 몸을 들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은 그는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던 손으로 뺨을 살살 문질렀다. 따뜻한 이불 속에 있던 헤기의 몸은 제게 딱 맞는 온도였고, 허크는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고작 이 정도. 이 정도의 행복.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이불속에 함께 있는 것. 헤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잠들어 있고, 저는 그런 헤기의 모습을 한 없이 내려다보고 있을 정도의 행복. 허크의 손이 헤기의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졌을 때 헤기가 눈을 떴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과 귀 끝이 귀여워서 허크는 헤기가 먼저 입을 열 때 까지 만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커다란 손이 입술을 꾹 누르자 붉은 빛이 돌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왜……”
긴 밤으로 인해 목소리가 잔뜩 갈라져 있었다. 헤기는 목을 가다듬으며 다음 할 말을 찾았다. 평소라면 잠이 들 때까지 머리만 만져주던 사람이었다. 할 말이 있는 걸까? 헤기는 다정한 두 눈동자에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단지 바라보는 것. 허크가 좋아하는 건 그런 것들이었다. 의외라고 생각도 했는데 허크는 단지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단 한 순간도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아 했고. 헤기는 제가 허크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종종 허크가 제게 매달린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는 시간. 맞잡은 손, 마주친 눈동자. 웃고 있는……
“헤기. 줄 게 있어.”
허크가 몸을 일으켜 침대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가 나간 공간만큼 찬 공기가 들어오자 헤기는 몸을 떨며 이불을 끌어안았다. 얼굴만 빼꼼 내민 채로 그가 하는 양을 보고만 있던 헤기는 그가 협탁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오는 것을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허크가 누워있으라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저 제 예상이 맞기만을 바랄뿐이었다. 다시 침대위에 앉은 허크가 조금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했다. 그의 손에는 앙증맞은 상자가 입을 벌려 제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헤기. 언젠가…이 전쟁이 끝나면 그때도 나랑 있어줄래.”
헤기의 손을 잡은 허크가 손가락에 은색의 반지를 끼워줬다. 헤기에겐 조금 헐렁하긴 했지만 벗겨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이 조금 아쉬운지 다른 손가락에도 끼워보던 허크는 결국, 처음 끼웠던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허크는요?”
허크는 손에 반지대신 목에 건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난 검사고, 손에 끼면 반지가 금세 망가질 거야.”
헤기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크의 손을 꼭 잡은 헤기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곤 하얀 이가 보이도록 활짝 웃었다.
“너무 좋아요…기뻐요…”
“진작 줄 걸 그랬네.”
헤기가 밝게 웃자 허크가 손을 뻗어 헤기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가슴이 맞닿을 때까지 꽉 끌어안자, 헤기 역시 손을 뻗어 허크의 등을 끌어안았다. 살살 등을 쓸어내리자 다시금 잠이 쏟아져 내렸다. 시간은 늦었다고 하기도 민망했다. 여명이 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내일 당장 소집 명령은 없었다. 살살 눈이 감기는 헤기를 보며 허크가 못 말리겠다는 듯 몸을 안아 눕혔다. 민망했는지 헤기가 허크의 품을 파고들며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 니아브가 말해준 적 있어요.”
헤기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헤기의 눈꺼풀은 이미 한계에 달했는지 반쯤 감겨있었다.
“이 지방에는 혼인을 할 때 읊는 서약이 있데요.”
물론 허크 역시 니아브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헤기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기에 모른 척 무어냐고 물었다. 헤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마를 그의 가슴팍에 푹 기대고는 말했다.
“약속하니. 내가 밤중에 부르짖는 이름은 당신의 이름일 것이며, 아침에 내가 보고 미소 짓는 눈 또한 당신의 눈일 것입니다.”
점점 잦아드는 목소리에 허크도 눈을 감았다.
“난 죽어서도 살아서도 당신의 것임을…”
서서히 잠에 빠지는 헤기를 보며 허크가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약속합니다.”
이 전쟁이 끝나면. 헤기는 벌써 몇 년 째 이어진 전투의 끝을 아직 짐작할 수 없었다. 이제 겨우 몇 년. 허크와 함께 콜헨에서 로체스트로 로체스트에서 다시 콜헨으로, 쫓기듯 모르반으로…그러다 또다시 콜헨으로. 잊혀지고, 잊혀지고, 잊혀 져도 허크만은 저를 잊지 않을 것이다. 기억 속에서 지우지 않을 것이다. 그것 하나만 믿고서 그를 따라왔다. 저를 따라와 줬다. 모두를 구하고 싶었으니까. 다시 한 번 모두와 웃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내일 다시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허크만 있다면 버틸 수 있었다. 앞으로 수년, 수십 년…그래도 그 끝에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헤기 하나만 약속해.”
반지를 빤히 바라보던 헤기가 고개를 돌렸다. 저를 뒤따라오던 허크가 절박하게 저를 불렀다. 평소였다면 그가 앞장서거나 함께 걸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한참 뒤에서 쫓아오던 그가 헤기를 붙잡았다. 무슨 약속인지 아직 듣지도 못했는데 그의 절박하고 결연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침만 꿀꺽 삼켰다. 그 모습을 보던 허크가 애써 웃었다. 허크가 가까이 다가와 어깨를 붙들고 이마를 맞댔다. 가만히 그를 따라 눈을 감자 잡은 그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를 믿어.”
어느새 허크의 두 눈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헤기는 저 눈이 좋았다. 저를 믿는 흔들림 없는 두 눈. 사실 허크의 모든 게 좋았다. 단단한 손아귀라던가, 탄탄한 배라던가. 넓은 등도 좋았고, 그을린 피부와 큰 키도 좋았다. 짧은 머리카락과 진한 눈썹은 또 어떠한가. 그 험악한 인상마저 좋았다. 이렇게 마냥 좋은 당신을 내가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헤기는 허크가 저를 배신한다고 하더라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허크를 사랑하고, 허크 역시 저를 사랑하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배신하지 않아.”
그건 헤기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알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었고, 되새기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너도 나를 배신하지 마.”
헤기가 배시시 웃자 허크가 단호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대답.”
“알았어요.”
커다란 문이 열렸다. 온통 어둠이어서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더니 발 아래로 빛이 들어왔다. 그것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자 사방에서 불빛이 쏟아졌다. 깜깜한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등불처럼 길을 밝혔다. 그들이 도달한 곳은 원형의 신전이었다. 신자 하나 없는 쓸쓸한, 아니 사실 신전인지 아닌지 모른다. 그저 그 모습이 신전을 닮아 있었다. 어디서 봤는데… 헤기가 중얼 거렸다. 그러나 기억을 떠올리기로 전에 누군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곳엔 제 몸만 한 검을 한손으로 가볍게 든 금발의 남자가 서 있었다.
잊혀 진 자.
과거 두 신과 함께 엘쿨루스를 봉인한 영웅이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자였다. 메르가 탄식을 내질렀다. 루!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죄인을 단죄하는 신처럼 검을 치켜들고 용맹한 전사처럼 뛰어들었다.
캉! 캉! 묵직한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고전할 거라는 헤기의 생각과 달리 허크는 이미 그의 움직임 따위 다 알고 있다는 듯 부딪치고 반격했다. 쾅!! 격돌하는 소리와 함께 루가 뒤로 밀려났다. 그는 입술을 깨물더니 메르를 보며 말했다.
“저들이 아버지가 찾는 진정한 영웅인가 보군요.”
메르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 생각이 없어. 그러나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루 라바다는 허공을 보더니 소리쳤다.
“그가 무엇을 약속했나! 세상을 구원할 구원자의 자리?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힘? 그도 아니면 변치 않을 애정과 믿음? 나를 보아라! 이것이 그대들의 미래가 아닌가. 덧없는 과거 속에 헤매이는 타락한 영웅이.”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 음성이었다. 분명 그의 등 뒤로 빛이 흘러나왔고, 검에선 살기가 흘러나왔으나 그의 모습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다. 몇백, 몇 천년을 홀로 이곳을 지켜왔을 것이다. 그 누구도 기억해주는 이 없이. 영웅이란 때때로 신이 되지 못한자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잊혀진 자들.
“이런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버지?”
“나는, 너를…”
그때였다. 커다란 대검이 루의 가슴을 뚫고 들어왔다. 피가 파도처럼 흘러내렸다. 허크는 검을 비틀어 루의 몸을 갈랐다. 상체의 반이 날아간 루는 그럼에도 영웅인지라 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서서히 앞으로 쓰러지는 루를 받아든 메르가 오열했다. 처음부터 이럴줄 알고 있었다. 허크가 그를 쓰러트리려는 것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여기서 멈춰야 했고,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피투성이 손으로 메르의 팔을 꽉 붙든 루가 이내 숨을 거뒀다.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손을 보고는 헤기가 눈을 꽉 감고 고개를 돌렸다. 지나치게 잔인한 짓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헤기.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
네? 헤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서로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알 테지만 지금 허크가 묻는 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숨기는 것? 헤기는 한참을 눈만 떼구르르 굴리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허크를 바라봤다. 허크는 대검을 던져놓더니 품에서 작은 검을 꺼내들었다. 그가 평소에 들고 다니던 검보단 작았지만 헤기가 쓰는 검보단 확실히 컸다.
“키홀을 만났지.”
“아……”
그제야 탄식을 내뱉은 헤기가 허크를 바라봤다. 나무라는 기색은 아니었다.
“저 녀석을 쓰러트리면 모두를 살려준다고, 원래대로 되돌려 준다고 약속했을 거야.”
그건 저와 키홀 말고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혹 잠결에 말을 했던가 헤기가 눈치를 살폈지만 허크는 무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미숙하지 않잖아. 너는.”
만약, 허크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화를 낼거라고 생각도 했었다. 원망할지도 모르고, 붙잡을 지도 모른다. 가지 말라고 제게 검을 겨눌지도 모른다. 수많은 가능성을 상상했지만 그 중에서 제가 다른 길을 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허크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꼭 그들을 살려야 겠느냐. 네가 영웅이 되면서 까지. 저기 지척에 피를 토하고 쓰러진 과거의 망령을 보아라. 네가 본 그가 정말 영웅이었느냐? 덧없는 과거 속에 얽매여 영원을 헤매는 타락한 영웅이?
“하지만 이 길 말고는 없어요…”
“헤기.”
“허크는 마을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팔을 붙든 허크의 손을 밀어낸 헤기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마렉이나 대장님이, 케아라가 보고 싶지도 않아요?! 혼자 남아있는 니아브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클로다가 가엽지도 않아요?”
“그럼 나는!”
허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너를 잃고, 잊어버리기까지 한 나는…”
이 세상에 영웅은 둘이나 필요치 않다. 그리고 키홀이 선택한건 헤기였다. 허나 그 대가없는 희생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리라.
“제가 허크를 기억할게요…”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대답이 아니다.
“저는 그 누구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지나친 오만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허크는 저를 지나치는 헤기의 등을 빤히 바라봤다.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은 숨을 헐떡이면 날개 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위로 입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면 심장소리가 쿵쾅쿵쾅 들리기도 했다. 허크는 그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고, 제가 가질 수도 없었다.
푹. 허크의 검이 헤기의 가슴을 꿰뚫었다. 저 지척에 쓰러진 영웅처럼.
헤기가 고개를 돌려 허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검이 빠져나가는 감각이 생경했다. 가슴을 붙들고 피를 토하는 헤기를 보며 허크가 다시 한 번 검을 치켜들었다. 미안하다.
“허크…어째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보자 그의 손이 우뚝 멈춰섰다. 헤기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의 목에 걸려있는 반지가 툭 헤기 앞으로 떨어졌다. 더듬더듬 손을 뻗은 헤기가 반지를 꼭 그러쥐었다. 헤기의 손에도 같은 반지가 있었다. 헤기가 입을 조금 크게 벌려 소리 없이 말했다.
*허크헤기 구간 <Love Me Do>소량 가져갑니다
샘플 http://yellweroom.tistory.com/287
'행사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7/15 오락관 B1 허크헤기 배포본 나갑니다~ (0) | 2018.07.10 |
---|---|
허크헤기 꽃과 소년 포스트타입 유료공개 (0) | 2018.01.31 |
허크헤기 Everybody's On The Run 포스트 타입 유료 공개 (0) | 2017.10.23 |
금사 행방불명/낙원의 꽃 포스트타입 유료공개 (0) | 2017.08.19 |
허크헤기 LOVE ME DO 통판폼 (0) | 2017.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