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쓰고 싶은게 생겨서 ㅎㅅㅎ)> 내용자체는 2016년?인가 2015년인가 트위터에서 얘기했던 내용이에요~~
일케쓰니 되게 오래 판것처럼 보인다 ㅋㅋㅋ
남자는 소년을 두고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허나 아주 만약에, 우리가 죽게 되는 날이 온다면, 만약에 누구 하나가 먼저 죽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남자가 될 것이 자명했다. 오래전 소년이 그리 물었을 때 남자는 내가 되지 않을까. 하고 대답했었고, 소년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을 때 남자는 대답 대신 소년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제일 큰 이유는 남자가 소년이 죽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유를 말했다면 소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있지 않냐며 말했을 것이고 남자는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조차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남자는 지금, 소년이 저를 위해 펑펑 울고 있는 상황이 썩 싫지만은 않았다. 가슴부터 배까지 이어진 커다란 상처에선 피가 철철 흘러넘쳤고, 온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지만 저 뜨거운 눈물만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이 너무 기뻐서 되려 웃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소년은 연신 제 몸 위로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지만 출혈을 따라가지 못했다. 소년은 점점 약해지는 마법을 느끼며 안된다고 도리질을 쳤다. 곧 구조대가 올 거예요. 이미 흘린 피는 주워 담을 수 없었기에 남자는 소년의 손을 꽉 잡아 제 몸 위로 올렸다. 얼굴 위로 툭툭 떨어지는 눈물은 너무 뜨거워서 뼈까지 녹아버릴 것 같았다.
헤기, 내가 죽더라도 너는 죽지 못하겠지. 남자가 보아온 소년은 누군가가 죽는다고 해서 따라 죽을 아이가 아니었다. 설령 그것이 오랜 정을 나눈 연인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혹시 몰라, 남자는 달달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열어 속삭였다. “죽지 마.” 그러면 소년은 남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죽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살 이유는 이미 사라졌는데.
“헤기.”
남자가 다시 그 이름을 불렀을 때 소년은 겨우 눈물을 멈추고, 네 하고는 대답했다. 남자는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악인이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단순한 호의로 누군가에게 옆을 내어주지는 않았다. 내가 죽으면 넌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겠지. 너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살날이 너무도 많았다. 네가 꿈에서 애타게 부르던 그 이름처럼 나 역시 꿈속에 남겨지게 되겠지. 남자는 그런 건 싫었다. 꿈속의 사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참 이기적이지만 남자는, 허크는 제가 죽은 뒤에도 헤기가 제게 구속됐음을 하고 바랐다. 허크는 헤기에 관해선 한없이 관대해지다가도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네가 다른 이와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입을 맞춘다는 것을 떠올리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거기에 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허크는 헤기의 이름을 부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네가 나를 아주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잊지 않고, 나를 떠올릴 때마다 울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네 눈물이 강을 만들고 바다에 닿을 때, 그때, 네가 결국 울다 지쳐 쓰러질 때 생각해줬으면 한다. 너의 울음을 그치게 만들 수 있는 건 나 이고, 울지 않게 만드는 것도 나뿐이었으며. 생에, 내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네가 살 길 바라는 내가 바란다.
아, 그래 소년은 단 한 번도 남자에게 강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남자는 강하지 않았다. 그 말은 독이고, 칼이며 소년은 남자가 무엇에 의해 무너지는지 잘 알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종종 소년에게 남자는 강하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하고 말하지만 남자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깊은 상처는 오직 소년만이 볼 수 있었다. 눈물까지도. 소년은 남자가 저로 하여금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없는 곳에서 혼자 쓸쓸히 죽어가면 어쩌지? 과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죽는다면 서로의 곁에서. 그런 생각이 멈추지 않았을 때, 소년이 큰 부상을 입었다. 이대로 움직이면 상처가 터질 것이고, 가만히 있자니 숨이 곧 넘어갈 것처럼 가냘팠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때 소년은 남자가 한번 무너졌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는 오랜 전투경험이 있었기에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았고, 그 대상이 소년이 된다면 더더욱 그래야 했다.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당장에라도 들어 안아 달려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그래선 안 되니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렇게 무력한 건 오랜만이어서, 그저 상처를 지혈하고 감염되지 않도록 하며 소년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거는 게 다였다. 곧 수색대가 올 것이고, 그때까지만 버텨준다면.
자책은 해본 적 없다. 동료가 죽었을 때도 자신의 탓이라곤 일절 생각하지 않은 남자였다. 그저 그들이 약해서, 운이 없어서 죽고 다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저 ‘동료’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은, 단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아이였고, 남자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고백하지 않았을 뿐. 후발대가 도착했을 때 소년은 이미 기절한 뒤였고, 남자는 그런 소년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누가 말하길 이미 소년이 죽은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숨이 붙어 있는 건 기적이었다.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지.
“못 본 척해.” 하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남자가 저 때문에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 역시 남자 때문에 무너졌을 것이다. 남자가 저를 지키기 위해 다쳤다는 사실에 소년은 도저히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소년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보지 않으면 모른 척할 수 있겠지. 소년은 더듬더듬 남자의 상처 위로 마법을 시전했다. 파란빛이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우습게도 자신이 케르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지독한 가문의 증표가 손등을 칼로 찌르는 듯 아팠지만 남자의 고통만큼은 아니리라. 눈을 가린 남자의 손은 정말 크고, 그의 땀 냄새가 배어있어서 피 냄새를 지울 수 있었다. 지혈을 했지만 남자의 호흡이 안정되지 않았다. 이미 흘려버린 피는 다시 담을 수 없었고, 아무리 체력이 좋은 남자라지만 한계는 있었다. 그는 한숨 자고 일어나면 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남자도 그랬듯이 소년도 그가 눈을 감는 게 두려웠다.
“좋아한다.”
갑작스런 남자의 고백에 소년이 그의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자는 딱 버티고 물러나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비겁하지? 이런 상황에서….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끌어안는 손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야.”
품에선 피 냄새가 났고,
“이런 상황에서조차… 내가 죽으면 널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남자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한다, 헤기.” 입술에선 피 맛이 났다. 갈라진 상처가 화끈거렸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남자가 저를 끌어안고 그대로 쓰러졌을 때 소년은 그가 아직 기절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나도 사랑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허크 안죽엇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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