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는 어제였고 뭔갈 쓰고ㅡㄴ 싶었고,..
요즘 원고하는데 제 인생도 힘든데 원고 내용도 힘든 내용이라
힘이 듭니다...그래서 달달한게..보고 싶었고...
시끄럽네. 허크가 용병단 안쪽을 보며 말했다. 린은 허크가 내려놓은 두레박을 보고서 감탄사를 터트렸다. ‘얼~’ 연어, 은어, 송사리, 메기 등등 꽤 다양한 생선들이 들어 있었고, 그 옆에는 커다란 타티크가 아직도 숨이 붙어 있는지 펄떡거리고 있었다. “신입이 왔어요.” 린은 고개도 들지 않고서 말했다. 처음 생선을 봤을 땐 질색을 하더니 이젠 익숙한 모양이다. 허크는 관심이 없는 듯 그래? 하고는 더 묻지 않았건만 린 혼자 신나서 이것저것 떠들어 댔다. “나이는 저랑 비슷하고, 엄청난 미소년이라고 하더라구요.” 또 어린애가 들어왔냐 허크가 혀를 차자 린이 뭐 어때서요? 하고 쏘아봤다. 허크는 아서라 하고 말을 끊으며 잭을 불러오라고 했다. 잭은 용병단에 몇 없는 요리사였다. 다들 그럭저럭 요리는 할 줄 알았는데 잭 만큼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오래전 도살장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부둣가에서도 일을 했었고, 그만큼 칼 나루는 솜씨가 좋았다. 린은 콧노래를 부르며 용병단 안으로 들어갔다. “잭~!” 부르는 목소리는 꽤 신나 보였다.
잠깐 열린 문 사이로 뽀얀 얼굴이 보였다. 허크는 아주 찰나였지만 용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미소년!’ 린의 말을 떠올린 허크는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는 옷을 대충 털고 용병단 건물로 들어갔다. 따뜻한 공기에 몸의 긴장이 풀릴 무렵 무언가와 푹 부딪쳤고, 허크는 저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정수리를 보며 미안하다고 어깨를 붙잡고 몸을 떼어냈다. 그리고 상대 역시 앞을 보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올려 허크를 마주 봤고, 순간 허크는 작살에 꽤 뚫린 타티크마냥 심장이 부들부들 떠는 것을 느꼈다. 얼굴에 열이 확 몰리고,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저기, 아픈데…”
“아…미안…”
맞았다. 제대로 맞았다. 꼭 네반의 죽창에 맞은 것과 같은 아픔이었다. 하루 종일 일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헤기라고 해요…잘 부탁드려요.”
헤기라고 소개한 소년은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허크는 손을 잡아당겨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렀다. 무슨 냄새가 날까 몸은 어느 정도 무게일까, 품에 안았을 때 감촉은 어떨까. 단 몇 초. 시간이라고 하기에도 찰나.
“허크…라고 불러…”
웃는 게 더 예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뭐함?” 타티크를 옮기던 린이 허크와 헤기를 보고 말했다. 그러나 큐피트의 화살을 직격타로 맞은 허크에게 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린은 허참, 거참, 이것 참… 하고 탄식을 내뱉으며 지나갔다.
그 뒤로 허크는 헤기와 지겹도록 붙어 다녔다. 사실 전혀 지겹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지겨웠다. 헤기가 다른 이에게 뭣 좀 물어보려고 하면 귀신같이 나타나 해결해주거나 대신 물어서 답을 전해주거나 했다. 헤기는 자연스레 허크에게 의지했고 허크는 그것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썩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허크가 일방적으로 붙어 다닌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어쩔 수 없었다. 허크는 어쩔 수 없었다니까? 하며 조지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헤기 바로 위 기수에 남자는 허크뿐이었다. 자연스레 허크가 가르치고, 데리고 다녔다. 사수 좋다는 게 뭐겠어. 헤기는 알아듣지 못했다. 허크 역시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했다.
허크는 본디 저돌적인 남자였다. 전투 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과감하고 공격적인 스타일. 그리고 그건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유독 헤기에게만은 그럴 수 없었다. 브린의 집에서 책을 찾던 헤기가 손이 닿지 않는지 발끝으로 서서 책을 꺼내려 할 때, 그때. 뒤에서 가볍게 책을 꺼내준 허크가 그대로 헤기를 제 품 안에 가뒀을 때. 저를 올려다본 헤기가 순수한 얼굴로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을 때. 허크는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서 물었다.
“헤기…내일 쉬는 거…”
“네.”
“나,…나랑 보내자…”
등신! 머저리! 허크는 할 수만 있다면 제 머리를 총으로 쏴버리고 싶었다. 카이 아저씨한테 과녁으로 대신 써달라고 할까. 어떻게 말을 더듬을 수가 있지. 분명 허락을 구하려고 했는데 통보를 하고 자빠졌다. 허크는 망했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좋아요…” 잘못 들었나? 허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이번엔 헤기가 책으로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같이 보내요…”
허크가 멍청하게 서 있는 사이 헤기가 팔 밑 공간으로 쏙 빠져나와 손을 흔들었다.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살살 흔들리는 손에 허크 역시 손을 살살 흔들었다. 손이 이렇게 가볍게 흔들릴 수 있구나. 허크는 책장에 머리를 쿵 박았다. 혹시 꿈인가 싶어서 다시 한 번 쿵! 소리 나게 박자 브린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나가십쇼. 그가 짜증 가득히 말했지만 허크는 그의 짜증을 하루 종일 받아 줄 수 있었다. 그가 인챈트를 실패해서 무기를 몇 번이고 터트려도 봐 줄 수 있었다.
너무 꾸민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한 번 옷을 점검하자 약속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대충 정리를 한 뒤 나가자 헤기가 여관 앞에 앉아 있었다. 추운데 밖에서 뭐해. 허크가 살짝 나무라듯 말하자 헤기가 괜찮다며 웃었다. 헤기의 옷을 여며주며 마차에 올라타자 헤기가 신난 얼굴을 했다. 콜헨에 온 지 벌써 보름째건만 마을밖에 나간 건 손에 꼽았다. 다른 마을에 가는 건 더더욱. 창밖을 내다보자 가을꽃이 들판에 가득했다. 하얀 꽃봉오리를 아름답게 벌리고 바람에 휘날리자 들판이 온통 희었다.
“뭘 그렇게 봐?”
헤기 어깨를 살짝 감싸 안고 창밖을 내다봤다. 헤기는 어깨에 올라온 손에도 아무렇지 않은지, “그냥 밖에 콜헨 밖에 나오는 건 처음이니까요.” 하고 대꾸했고, 허크는 손안에 잡힌 작은 어깨가 부러지기라도 할 것 같아 황급히 손을 뗐다.
덜컹! 마차가 크게 흔들리자 저도 모르게 헤기의 몸을 꽉 끌어안고 나머지 한 손으로 천장을 붙잡았다. 저 아저씨 한 번씩 이런다니까. 마부가 있는 쪽을 보며 불만을 토해낸 허크는 고개를 숙여 헤기를 바라봤다. 괜찮아? 품에 얌전히 안긴 헤기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밖은 밝아도 마차 안은 어두웠고, 그래서 허크는 헤기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지 못했다. 다만 헤기가 고개를 들었을 때 너무 가까워서, 헤기의 표정이 꼭 저를 원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서서히 고개를 숙였고, 곧 입술이 닿을 때쯤 마차가 멈췄다.
“도착했쇼.”
마부가 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했다. 그제야 헤기의 몸을 놓아준 허크가 먼저 내리곤 헤기에게 손을 뻗었다. 밝은 곳에 나오자 확연히 붉어진 얼굴에 허크의 손에 힘이 꾹 들어갔다.
오늘 로체스트에 상인들이 오거든. 허크가 헤기의 어깨를 붙잡고 제 옆으로 당기며 말했다. 마침 헤기가 서 있던 옆으로 커다란 상자를 든 상인들이 지나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는 편이야. 헤기는 얌전히 허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감탄을 했다. 허크는 꽤 오래 있었나 봐요? 헤기의 물음에 허크는 멋쩍은 듯 뭐 너보다야 오래 있었지.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운이 좋으면 드래곤을 볼 수도 있고.”
“드래곤이요?”
“여기 기사단장이 타고 다니는 게 있는데…”
둘의 시선이 닿은 곳은 커다란 성당 앞이었다.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었다. 무슨 일인가 가까이 가보니 교황이 있었고, 그 앞에 누군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기사 서임식이네. 허크가 말했다. 운이 좋았어, 저런 것도 볼 수 있고. 그러자 헤기가 허크의 옷깃을 쭈욱 잡아 당겼다. 얼굴이 빨개진 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저는…안보여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서임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제일 앞에 자리를 잡은 사람이나 허크만큼 키가 큰 사람뿐일 것이다. 허크는 피식 웃더니 한 손은 헤기의 어깨 밑으로 한 손은 오금에 밑에 넣고는 쑥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시야가 높아진 헤기가 서둘러 허크의 목에 팔을 감았다. 어때? 보여? 얼굴이 가까웠다. 보여요, 잘 보이는데… 헤기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촉촉한 입술이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붙었다 떨어졌다.
“어…미안해요.”
“……”
“허크가 너무…절 좋아한다는 얼굴을 하니까…”
하마터면 그대로 헤기를 떨어트릴 뻔했다. 허크의 팔에 힘이 꾹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세워놓고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싫었어요?”
싫을 리가 없지 않은가. 마음 같아서는 엘쿨루스의 목이라도 따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허크는 고개를 젓고는 물었다. 그럼 너는? 허크의 물음에 헤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났다. 작은 손이 허크의 뺨을 살짝 붙잡았다.
“싫으면 먼저 키스할 리가 없잖아요…”
때마침 함성이 터졌다. 꼭 축복받는 것 같았다.
다정한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