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카테고리를 만들까...
나미>조로 연애감정x 입니다
나미가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 건 동맹이 끝나고도 한참 지나서였다. 우연히 들른 섬에 폴라 탱 호가 정박해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로우의 안부를 물으니 이미 배에서 내려 마을로 향했다고 했다. 뭐, 사실 루피를 빼면 데면데면 했던 게 사실이었기에 만나도 할 말은 많지 않았지만, 목적은 정보교환이었으니까. 나미는 하트 해적단의 항해사 베포와 앞으로의 경로와 일정을 공유했다. 같은 섬에 가리란 보장은 없지만 목적지가 같으니 언젠가 다시 마주치겠지. 선장한테 안부 전해줘. 나미는 베포의 부드러운 털을 한껏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참고는 헤어졌다. 항해사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봐? 로빈의 말에 나미가 배시시 웃었다. 그렇지 뭐. 둘은 마을로 향했다. 간만의 육지 생활을 마음껏 누릴 계획이었다.
하트 해적단과 헤어진 지 한 달 남짓 흘렀다. 해적 사이에 안부를 묻는 것도 우스워 연락하지 않았더니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다. 언젠가 만나겠지! 루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긴 그들도 원피스를 목표로 하지 않았던가. 가는 길 어딘가 한 번쯤은 마주칠 것이다. 또다시 동맹으로, 아니면 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식사부터 하자는 로빈의 말대로 둘은 테라스가 멋지게 꾸며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2층 창가 어때? 둘은 광장이 훤히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광장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신세계로 들어오고 나서는 가는 섬, 마을마다 해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만큼 막강한 해군들도 즐비해 있었는데 특별히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체포하는 일은 없었다. 동네 애들 싸움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로빈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게다가 여긴 민간인이 많은 곳이니까 한둘 죽는 거로는 안 끝날걸. 로빈은 가끔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단 말이지. 나미 앞에 머리색을 닮은 오렌지주스가 나왔다.
어라?
그때 나미의 눈에 들어온 건 익숙한 초록 머리와 그 옆에 있는 장신의 남자였다. 초록 머리는 검 세 자루를 마스코트처럼 들고 다녔으며 그 옆에 있는 남자는 키만큼이나 긴 코트와 장검을 들고 있었는데 누군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우연히 만났나? 그런 것 치곤 거리감이 너무 가까운데, 둘이 그만큼 친했던가? 나미의 시선을 따라간 로빈이 둘을 발견하곤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폴라 탱 호에 탔을 때 그가 말했어, 밀짚모자 일당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나미가 그래? 하며 고개를 돌렸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지냈지, 바닷속은 정말 조용하더라. 의외였어. 로빈의 말을 들으며 턱을 괸 나미가 둘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둘은 시야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날 밤 조로가 배에 돌아오지 않았다. 섬에는 일주일 정도 머물러야 했고, 하루 이틀 정도 돌아오지 않 는거야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다른 동료들은 분명 조로라면 길을 잃었을 거라며, 어디 주점에서 밤새도록 마실지도 모른다며, 아니면 어디서 자고 있겠지 라며 신경 쓰지 않았다. 조로는 강하니까. 그게 이유였다. 나미는 조로가 얼마나 강한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괴물같이 강한 녀석이었으니까 어디 가서 칼 맞고 돌아다니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있었는데, 오늘 낮 마을 광장에서 다른 배의 선장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런…얼굴은 처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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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갑판 위에 익숙한 얼굴이 자고 있었다. 나미는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내려와 조로의 머리에 혹을 하나 달아줬고, 둔하기 짝이 없는 그는 뭐냐 출항하자고? 하며 얼빠진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기우였나. 나미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옷 샀어?"
"아, 이거 토라오한테서 빌렸다."
'토라오'라고 불리는 건 한 명뿐이었다.
"조로, 네 옷은?"
"아……"
조로가 머리를 벅벅 긁더니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켠다.
"술 마시다가 시비가 붙어서, 찢어먹었어. 그러고 보니 옷을 새로 사야겠는데 돈 좀 줘."
걱정한 내가 바보지. 나미는 어젯밤 제가 한심스러웠다. 잠이나 일찍 잘걸. 조로에게 돈을 빌려준 그녀는 이자는 두 배로 쳐서 갚는 거 알지? 하는 말도 덧붙였다. 깡패냐. 조로가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인상을 썼다.
"어제 로우군이랑 계속 같이 있었어?"
"……어."
"친한가 봐."
"그렇지 뭐."
조로는 대답을 피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분명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면 곤란해할 지언정 대답은 착실하게 해줄 것이다. 근데 더는 묻고 싶지 않았다. 그는 우리 해적단인데. 그런 생각이 불쑥 치밀었다. 나미는 홱 등을 돌려 선실로 들어갔다. 머리를 마구 헤집고는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왜 이러지, 진짜…루피한테 옮았나 봐.
-
조로와 옷가게라니 그만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을까. 조로는 옷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주면 주는 대로 입었고, 딱히 좋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싫은 건 명확했다. 조로의 옆에는 그 남자도 함께 있었다. 하트 해적단의 선장, 죽음의 외과의라고 불리는 트라팔가 로우.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잘 어울렸다. 둘 다 검을 쓰고, 말수가 적고, 쵸파가 잘 따르잖아. 이상해. 정말 이상했다. 가슴 한구석에서 울렁거리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는 대체 무엇일까. 그날 밤 역시 배로 조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셋째 날 오전, 산지와 함께 마을로 왔다. 오늘은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신세계로 들어오면서 정보만큼 중요한 건 없었기에 나미는 신문과 책을 꾸준히 사 왔다. 배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곤 저와 로빈, 쵸파 정도였지만. 나미는 서점의 의학 코너에서 그 남자를 발견했다. 오늘은 남자 혼자였다. 주변을 샅샅이 살펴본 나미는 인기척을 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마침 그가 뒤를 돌아보았고 산지가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네준 덕분에 셋은 어렵지 않게 대화를 틀 수 있었다.
"근데 조로는 어딨어?"
"조로야를 왜 나한테서 찾지."
"요 이틀 동안 같이 다녔잖아. 오늘도 만나기로 한 거 아니야?"
로우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나미를 바라봤다.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얼굴은 '죽음의 외과의'라는 별명과 퍽 잘 어울렸다.
"아니다."
"어제 같이 있지 않았어?"
"그랬지."
"언제 헤어졌는데?"
"오늘 새벽에."
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그를 보며 나미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묻는 말에는 대답해주는데 속 시원하게 말이 나오지 않으니, 조로랑 싫은 점까지 쏙 빼닮았다.
"아니, 혹시 우리 검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해서 물어본 거지."
나미의 능청스러운 말에 로우가 들고 있던 책을 덮었다.
"네가 말한 그렇고 그런 사이가 연인 사이를 말하는 거라면, 맞다."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서 말했고, 덕분에 나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나미에게는 둘의 행동이 너무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만났고, 또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데 나 같으면 일주일 내내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을 거다. 아니, 적어도 개인적인 일이 있다고 해도 다음 약속 정도는 잡아두겠지. 아니, 아니…. 나미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입술을 꾹 닫고 로우를 노려봤다. 나였다면. 내가 녀석이었다면. 나미는 하고 싶은 말을 참았다. 사랑하는 사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배에 태우고 싶은 사람,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을 결국 두고 떠나는 이의 마음을 나미는 잘 알고 있었다. 둘은 각 배의 선장과 부선장이고 그 배에선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서로의 동료를 끔찍이도 아끼며 떠날 생각도 없었다. 물론 죽음을 앞에 두고 동료는 살리고 제 목숨을 내놓는 미련스러운…모습마저 똑같았다.
"나미야, 내가 네 동료를 빼앗아 갈까 봐 불안한가?"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뒤에 서 있던 산지가 나미의 어깨를 잡았다. 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로야와 나는 그 무엇도 약속하지 않았어."
그때였다. 살기가 넘실대던 책방 안으로 얼빵한 목소리가 삐죽 틈을 열고 들어왔다. 뭐하냐? 그때, 그 목소리가 들어온 그 순간 나미는 로우의 얼굴이 조금 말랑말랑해졌다고 생각했다. 시체 같은 피부에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 날카로운 인상을 심어주던 금안이 잔뜩 말랑말랑해져서 영락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 같다고.
맥빠져. 나미는 그날 책을 고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배로 돌아왔다. 물론 조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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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통통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게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많은 일이 있었지. 우솝을 만나서 배를 얻었고, 산지를 만나고 아론 파크를 때려 부순 일들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나미에게 그들은 구원 그 자체였다. 신이 와도 녀석들은 이기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나미에겐 조로가 다쳐서 쓰러졌던 일,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졌던 일, 산지가 편지 하나를 두고 해적선을 내렸던 일 모두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루피만큼, 조로만큼, 산지만큼 강했더라면 동료를 잃지는 않았을 텐데. 계속 우솝에게 무기를 부탁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제 친구를 잃는 건 싫어.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조로는 배에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어디를 가냐고 물어보면 마을이라는 얘기만 하고 훌쩍 떠나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나미는 이제 조로의 일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마지막 날 밤 기록이 꽉 차서 내일 아침에 배를 출발하겠다는 말을 듣고 배에서 내린 조로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어디가?"
"트랑이한테."
"왜?"
왜라니, 조로는 나미를 올려다봤다. 달빛을 등지고 있었기에 나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일 아침까지 시간이 있는 거잖아?"
그건 나미가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다. 시간이 있으니까 만나러 간다는 얘기에 더는 할 말이 없어져, 그저 길 잃지 말라는 얘기밖에 할 수 없었다. 나미는 둘이 어떤 마음으로 행동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이해할 순 없었다. 나였다면, 다음 섬을 정해놓고 계속해서 마주치려고 애썼을 거야.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기록이 차는 내내 옆에 붙어 있었을 거야. 결국 헤어져야만 하는 시간이 왔어도 그러고 싶지 않아 울었을 거야. 각자의 위치와 입장을 고려해봤을 때 이게 최선이었다고 해도.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녘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컴컴하고 안개가 꼈다. 출항 할 수 있으려나. 가디건을 걸친 나미가 갑판 위로 나왔다. 바람은 괜찮고… 일찍 출발하면 될 것 같은데. 전망대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달그락거리는 검집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나미는 그가 조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찍 왔네."
"안 갔어."
그는 추운지 몸을 으슬으슬 떨고 있었다.
"왜?"
"길 잃어버릴까 봐."
겉옷 좀 빌려주라. 조로가 손을 내밀자 나미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이거 입으면 터져.
"인사는 하고 왔어?"
"대충."
"…제대로 하고 와."
"어차피 또 만날 텐데 뭣 하러."
"……그건 그래."
기껏 사람이 배려를 해줬건만 나미는 얼른 들어가 애들 깨우라며 손짓했다. 섬에 태풍이 오기 전에 출항해야겠어. 조로는 대충 대답하고는 선실로 들어갔다. 길 잃으면 안 된다? 나미의 장난스런 말에 내가 애냐는 외침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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