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au

본편

http://yellweroom.tistory.com/164

http://yellweroom.tistory.com/165

http://yellweroom.tistory.com/170

번외

http://yellweroom.tistory.com/181

http://yellweroom.tistory.com/186


책에는 수정&추가 되었습니다



옷을 사기 전에 헤기는 참 많이도 부딪치고 다녔다. 바지를 밟고 넘어져 무릎은 남아 날 일이 없었고, 이마도 자주 부딪쳤다. 찢어지지 않은 게 어디냐는 헤기의 입을 아프지 않게 때린 허크는 임시방편으로 커다란 카펫을 사서 깔아 놨으나 한 순간이었다. 헤기가 우유를 가득 담은 컵을 들고서 돌아다니다가 쏟아버린 것이다. 헤기. 허크의 부름에 헤기가 딸꾹 거리며 허크를 쳐다봤다. 결국 그 카펫은 우유냄새가 빠지지 않아 버려야 했다. 산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운명을 달리한 카펫에게 애도를 보내고 있자니 또다시 넘어진 헤기 때문에 허크는 결국 옷을 사야 했다. 진작 옷을 샀으면 됐지 않느냐고 말해도 말이지 시간이 쉽게 나는 게 아니었고, 헤기도 워낙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기에 한번 나오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물론 옷을 사줘도 금세 찢어 먹어서 소용없긴 했지만. 긴 바지는 활동이 많은 헤기에게 불편할 거라 생각해 짧은 바지를 사줬건만 이럴 거면 그냥 속옷을 입고 다니는 게 났지 않겠냐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즘 옷들이 짧긴 했지.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여름이 되자 대번 옷이 짧아졌다. 겨울에는 매번 허크 옷이 크고 따뜻하다며 질질 끌고 다니던 아이가 이제 위에는 반팔에 아래에는 속옷만 입고 집안을 들쑤셨다. 하다못해 반바지라도 입는 게 어떻느냐는 말에 그럼 다 벗고 다닐 거라는 협박 아닌 협박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했다. 다행인건 속옷이 사각이라는 것. 허크는 딱 달라붙는 드로즈 때문에 드러난 엉덩이 골을 보며 속으로만 앓았다.

“아…”

요플레 뚜껑을 따던 헤기가 울상인 얼굴이 되어 허크 앞에 섰다. 닦아 주세요. 하고 징징 거리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더 참으면 신이 노할 것이 틀림없었다. 노골적으로 제게 잡아먹어 주세요. 하고 굴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허크는 툭 떨어진 요플레 때문에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도 모르고 그것을 밟고는 헤기를 들어 올렸다. 얼굴을 핥고 입술을 깨물고, 딱 달라붙은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허크의 손 모양을 따라 형상을 남기던 옷이 아래로 내려갔다.

“허크…발정났어요?”

“누구 때문에.”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비가 오는 날도 아니었고, 칼바람이 부는 날도 아니었다. 회사가 언제나 바쁜 날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매일 출근하는 회사도 아니어서 허크는 모처럼의 휴일을 집에서 만끽하고 싶었으나 저를 향해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헤기를 보며 한숨을 쉬며 고개를 뒤로 젖힐 뿐이었다.

헤기가 삐졌다.

이유는 모른다. 아예 짐작가지 않는 게 없는 건 아니었는데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기에 허크는 사과를 하는 대신 쿵쿵 발소리를 내며 헤기를 혼자 두는 쪽을 택했다. 그러더니 옷장 문을 열고는 그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게 아닌가. 그럴 거면 문이나 좀 닫지 혼자 있는 건 죽어도 싫어서 문도 닫지 않고 까만 뒤통수와 바짝 선 꼬리만 보여주니 허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상황이었다. 솔직히…귀엽기도 했고. 그러고 한참을 있다가도 “밥 먹자.” 는 말에 대번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더니 다시 바짝 세우고는 장농문을 찰싹 때린다. 허크는 일부러 헤기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후라이팬에서 살살 익어가는 연어냄새를 맡고도 헤기는 요지부동이었다. 최후의 필살기였는데. 많이 삐졌나? 싶어 조금 기다려도 볼까. 아니면 그냥 달래서 데리고 나올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점심은 뱃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허크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소리를 내며 식기를 내려놨다.

“잘 먹었습니다.”

그러자 대번 추욱 내려가는 귀와 꼬리를 보니 웃음이 터졌다. 최대한 웃지 않으려고 했는데 들었을 것이다. 코도 좋으니 메뉴가 뭐였는지는 진작 알았을 것이고, 그러고서도 나오지 않았단 말이지. 허크는 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고는 성큼성큼 헤기에게 다가갔다.

“헤기.”

어깨를 잡아 살살 흔들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힘으로 당길 수도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밥 먹어야 나가 놀지.”

결국 허크가 져 줬다. 저와 놀기를 기대하며 휴일만 기다리던 헤기에겐 역시 제가 이기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 헤기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는 허크의 품에 달려들었다. 울음을 참으려고 킁킁 거리는 소리에 다시 웃음이 날 것 같아 허크는 고개를 돌리고는 헤기를 끌어안았다. 얼굴을 비빈 부분에 눈물자국이 호수마냥 번져있었다. 그대로 식탁에 앉은 헤기는 허크가 썰어주는 연어를 새끼오리 마냥 입만 벌리곤 받아먹었다. 중간 중간에 당근도 먹이려고 했으나 귀신같이 알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뺨에는 눈물자국이 말라붙어 있었고, 눈은 여전히 촉촉하게 젖어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눈 밑은 또 어떻고. 그런데 안 울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웃음이 났다. 귀여워서.

밥을 다 먹고 입가도 꼭꼭 닦은 헤기는 접시가 치워지는 것을 보더니 다시 서러워졌는지 몸을 들썩이며 코로 울었는데 덕분에 설거지도 못하고 헤기에게 따뜻한 우유를 내어준 허크는 그대로 헤기를 안고는 침대에 누웠다. 색색 잠든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주자 영락없는 애였다. 어린 애.

그렇게 저를 조르고 설득하여 가려고 했던 산책은 뒤로 미뤄졌지만 사실 허크는 그러한 것보다는 헤기와 함께 있는 시간이 중요했다. 잠든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볼 수 있는 시간. 몇 번이고 봤던 얼굴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응…에일…”

저 에일이란 자는 대체 헤기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