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에 대하여









“헤기는?”


 

 허크는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물었다. 리시타는 허크의 모습을 보더니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가르쳐 주기 싫은 것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허크는 굳이 묻지 않고서 자리를 떠났다. 날이 꽤 쌀쌀해졌으니 밖에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콜헨은 보통 여덟 달은 춥고 넉 달 정도는 따뜻했다. 훈련을 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추위였다.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고 부엌으로 들어가자 티이가 곤란한 듯 웃었다. 헤기님은 지금 여기 없는데요. 이미 허크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아는 표정이었다. 허크는 그래? 하며 다시 자리를 옮겼다. 사람이 꼭 필요한 때에는 없단 말이야. 중간에 만난 린이 제가 도와줄까요? 하고 물었지만 허크는 단호히 거절했다. 넌 너무 방정맞아. 허크의 말에 린이 방방 뛰었지만 허크는 그것을 무시하곤 다시 헤기를 찾아 나섰다. 콜헨에 갈 곳은 많지 않았다. 그것이 헤기라면 더더욱. 여기는 들어가기 껄끄러운데. 허크는 제 키보다 작은 문에 몸을 숙이고는 들어갔다. 노크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날아드는 잔소리에 알아차렸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브린이 답지 않은 굵은 목소리로 잔소리를 했다. 허크는 브린의 말을 한귀로 흘려듣고는 제 할 말 만 했다. 헤기는? 브린은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차고는 서재에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밖에서 보면 작은 집인데 무슨 마법을 부려놨는지 안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허크는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까치발까지 들어 책을 꺼내려는 헤기의 뒤에서 가뿐히 책을 뺏어들고는 물었다. 더 꺼낼 건 없냐? 헤기는 발밑을 힐끔 쳐다보더니 두꺼운 책을 가리켰다. 너보다 무겁겠다. 허크는 한손가득 책을 들고는 집을 나섰다. 나갈 때도 헤기가 브린에게 인사하는 것을 멀뚱히 보고만 있다가 손짓만 까딱했다.



“혼자서 이걸 어떻게 옮기려고?”


  

  허크는 책을 책상에 내려놓곤 물었다. 헤기는 허크가 들고 있는 것 말고도 손바닥만 한 책들을 가방에서 더 꺼냈다. 그거야 허크가 왔으니까 챙긴 거죠. 겨울 중 가장 추운 달이 되면 헤기는 종일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그런 달은 임무도 없었을 뿐더러 헤기에게 나가라고 하는 일은 더욱 없었으니까. 허크는 헤기에게 몇 번이고 저를 부르라고 했으나 헤기는 자발적으로 허크를 부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와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딱히 나쁜 감각은 아니었다. 당연하다, 라는 게 그러다 내가 안 오면? 허크의 물음에 헤기는 어깨를 으쓱이며 책을 한권 펼쳤다. 올 때까지 기다리죠 뭐. 근데 허크는 저 왜 찾아 왔어요? 헤기가 의자에 털썩 앉아서 물었다. 웃통까지 다 벗고. 아, 그랬지. 허크는 바람에 어느 정도 땀이 식어버렸음을 알았다. 부탁할게 있었는데. 허크의 말에 헤기가 고개를 들었다. 내내 책만 쳐다보고 있을 줄 알았던 금빛 눈이 저를 향했다.



“도와줘.”

 


-



“이런 건…차라리 다른 사람이 낫지 않을까요?”



  헤기가 조마조마하여 물었다. 허크는 됐어. 하고는 한손은 바닥을, 한손은 등 위에 올려놓더니 헤기를 등에 태운 채 푸시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 날씨에 밖에서 운동을 했다간 감기가 지독하게 걸릴 것이고, 안하자니 몸이 간지러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또 부족한 게 아닌가. 적당한 무게에, 떨어지지 않는 것. 헤기는 책 하나를 들고 허크 등 위에 앉아 있다가, 책을 품에 안고는 물었다. 저 무거울 텐데. 허크는 가만히 눈을 감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네 정도가 딱 괜찮아.”

책 내려놓을까요?”



  뭣하러, 편하게 있어. 허크는 그렇게 말했지만 헤기는 그럴 수 없었다. 그도그럴것이 앉아 있는 곳은 사람의 등이었고, 책을 읽자니 자꾸 움직여서 집중도 되질 않았다. 그뿐이겠는가 언제 떨어질지 전전긍긍하여 무언 갈 잡아보려고 해도, 잡히는 건 탄탄한 근육과 아니면 바지춤인데, 손끝에 잡히는 뜨거운 열에 괜히 얼굴만 홧홧해져서 금세 놓아버리기 일수였다. 그런 헤기를 무시하는 건지 모르는 건지 허크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땀을 뚝뚝 흘렸다. 허크의 몸을 감상하고 있자니 조금 우스워지는 것이다. 고작 이런 이유로 저를 찾아오다니. 서툰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정말 모른 채 하는 행동인지. 한참이나 아무 말도 없던 허크가 먼저 물었다. 뭘 그렇게 재밌게 읽어? 헤기가 조용하니 책을 읽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헤기는 뭐, 하며 말끝을 흐렸다. 아직 첫 페이지도 넘어가지 못했다. 마법서적이 뭐가 재밌겠어요. 헤기의 대꾸에 허크가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어서 보는 거 아녔냐. 호흡이 살짝 흐트러졌다. 헤기는 허크가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빨개진 얼굴을 책으로 가렸다. 허크는 검술을 재미로 해요? 헤기의 대꾸에 허크가 말했다. 난 재밌어서 하는데. 아, 이 사람 하나부터 열까지 나랑 맞는게 하나도 없었다. 허크는 검술도 훈련도, 운동도 싸움도 재밌다고 말했다. 마족과 싸우고 나면 내가 살아있는 것 같거든. 헤기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 헤기 너는? 그럼 왜 책을 읽는데. 헤기는 종이 위에 꾸불꾸불 기어가는 글자를 손으로 훑었다.



“검술 좋아하고 훈련 좋아하고, 싸움 좋아하는 누가 다칠까 봐요.”



  말해놓고도 퍽 부끄러운 소리였다는 것을 안다. 허크는 그래? 부럽네. 네 호의를 받는 사람. 하고는 다시 몸을 움직였다. 어쩐지 아까보다 속도가 조금 빨라 진 것 같아서 헤기는 더욱 그 움직임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됐다.

 



















-탈고하고^ㅁ^간만에 쓰는 웹글... 아 글쓰는거 좋고, 재밌네요...앞으로 몇개 더 적어보고

긴 글 하나 적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999 들러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해용

오탈자 지적 언제든 감사합니다. 제가 웹글은 따로 탈고나 맞춤법을 신경안쓰다보니..





'2D > 마영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크헤기 눈(雪)  (0) 2016.11.03
허크헤기 Lost Stars 上  (0) 2016.09.18
허크헤기 타인의 시간 샘플  (0) 2016.08.09
허크헤기-진심  (0) 2016.06.27
허크헤기 - 38.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물거품  (0) 2016.06.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