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그가 한번 발돋움하자 소년이 걸음을 멈췄다. 그건 실로 훌륭한 상황판단이었다. 소년의 앞으로 바짝 다가온 그가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면 소년은 들고 있던 키리크로 재빨리 받아쳤다. 흐음- 하며 소년을 바라보던 그가 미소지었다.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소년은 생각보다 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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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나 학원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류지와 코네코마루와 함께 걸어가던 렌조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잠시 뒤쳐지는 렌조를 보고서 류지가 뭐하냐며 소리쳤고, 렌조는 어색하게 웃으며 먼저가보라고 했다. 데이트가 있거든요. 하면서 하하 웃는 렌조를 보고서 못말린다는듯 둘은 돌아섰다. 둘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렌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반대방향으로 뛰어갔다.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쏘아오는 살기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상당한 거물급의 악마, 적어도 상급이상의 악마의 기운에 렌조는 황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자신은 무리다. 그렇기에 렌조는 황급히 그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 뻗어오는 살기에 키리크를 꺼대든 렌조는 악마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하…!"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보고서 렌조는 눈을 믿을수가 없었다. 어째서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 그 악마. 땅의 왕 - 아마이몬, 자신이 섵불리 공격도 방어도 할 수 없는 상대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멀리 튕겨진 폰은 두동강이 나있었다. 그 순간 키리크로 막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저렇게 바닥을 굴렀을거라는 생각에 입안이 바짝 말랐다.
"아마이몬…"
"기억하고 있습니까?"
기억하지 못하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절대 잊을리가 없었다. 린의 정체가 탈로나고, 도련님과 코네코마루가 다쳤었다. 그때 그 상황을 잊을리가 없었다.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욱신거리는 가슴에 렌조가 이를 악물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도련님과 코네코마루가 없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자신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때 당시에는 린도, 유키오도, 슈라도 있었다.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저를 상대로 한눈을 팔다니, 굴욕이군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아마이몬이 긴 손톱으로 옷위를 가로질렀다. 순간의 오싹함에 키리크를 휘둘렀지만 한손으로 막은 그가 그것을 붙잡고는 멀리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멱살을 쥐어 잡고는 불쾌하다는듯 렌조를 노려봤다. 자신 역시 잊을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 순간의 푸른불꽃과는 비교할바가 못되지만, 설마 살아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놀랐습니다…죽일 생각으로 날려버렸는데…"
고작 금밖에 가지 않다니, 너 상당히 강하군요? 아마이몬이 웃었다. 강한것과 싸우는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물론 가장 즐거울때는 그 강함을 짓눌러 버리고, 상대가 패배감에 휩쌓인 표정을 했을때지만, 어디 더 발악해보라는듯 힘을 풀은 아마이몬을 보고서 렌조는 인상을 쓰며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온 슈치리 캬로하 운켄 소와카"
"응?"
"키리크!"
순간 어깨로 전해져오는 살기에 아마이몬이 잡고 있던 멱살을 놓고는 뒤로 물러났다. 쿵 하고 떨어진 렌조는 콜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쳐야 했다. 그래봤자 학원안이었다. 어떤 선생은 이미 알아차렸을지도 몰라, 렌조는 큰 나무뒤로 몸을 숨기며 숨을 골랐다. 아까 폰으로 잠깐이지만 연락이 닿았었다. 한시라도 빨리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며 렌조가 숨을 삼켰다.
순수한 감탄사, 아마이몬은 자신의 앞에서 영창을 외고 있는 렌조를 보고서 눈을 반짝였다. 엑스와이어? 분명 그건 누군가의 농간이다. 저정도면 적어도 중1급이상, 어째서 학생으로 위장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마이몬의 흥미를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온몸이 저릿저릿하게 울렸다. 사탄의 자식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있는 소년, 그 두가지에 아마이몬이 정십자 학원에 흥미를 가지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