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조는 저 멀리서 보이는 등을 보고서 시익 웃었다. 마침 지루하고 한가했던 참이었는데 잘됬다 싶어 그는 살금살금 분홍색 머리 뒤로 다가갔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동생은 정신이 없어보였다. 킨조는 그 틈을 타 동생의 목을 감싸안으면서 장난을 쳤다.
"렌조!!"
혼자서 뭐하냐며, 또 우울증 도졌냐며 장난스럽게 말을 했지만 정작 동생은 반응이 없었다. 킨조는 뭔가 이상하다 싶어 장난을 멈추고 렌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렌조가 자신의 눈을 계속해서 피하려했다.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아 양손으로 뺨을 잡고 일부러라도 눈을 마주치게 했는데 끝까지 시선을 밑으로 깔아냐렸다.
안절부절한듯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져있었다. 마치 비밀을 들킨 어린아이 같았다.
"무슨일 있냐?"
얼굴을 가까이 하자 놀란듯 뒤로 슬슬 피한다. 더 심술이난 킨조가 억지로 렌조를 눕히고서 위에 올라탔다. 무슨일인데, 닿을듯 말듯 하게 가까이온 킨조를 밀어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말하는데 영 미덥지 못했는지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렇다면 다 방법이 있지, 킨조가 눈을 번뜩였다. 그의 손이 슬금슬금 티 안으로 들어갔다. 흠칫 하고 놀라는 렌조를 보고서 반응이 오는군 하면서 웃었다.
"말안하면 못된짓 해버린─"
"하지마"
킨조는 날아오는 발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옆으로 굴렀다. 누구냐며 화를 내고 싶었는데 렌조가 형- 하며 가서 뒤로 숨었다. 그게 심히 마음에 들지 않은 킨조가 눈을 치켜뜨며 렌조를 노려봤다.
"형 동생간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려던것 뿐이야"
"이미 충분해"
주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했지만 아까부터 렌조가 계속해서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나가자고 했다. 그것도 자신을 흘긋 쳐다보며, 대체 뭐냐고, 쯧 하며 혀를 차던 킨조는 둘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헝클였다.
"…맘에 안들어"
렌조가 어느날 부터 묘하게 자신을 피하기 시작했다는걸 깨달은것은 금방전이었다. 처음엔 우연이거니 했는데 이제는 확실해졌다. 지금도 그랬다. 오랜만에 온 집이었다. 내일이면 헤어질게 뻔한데 갑자기 친구랍시고 이상한 녀석을 끌고 와서는 둘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우리방에서.
어릴적부터 같은 방을 쓰며 자라왔다. 물론 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부터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그건 엄연히 '우리'방이었다. 가끔씩 올라와서 자고 갈때면 장난도 치고 놀기도 했던 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는 말이 친구랑 같이 잘거야, 좁아. 라니 물론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비켜준다. 준다고,
"…젠장…"
나를 피하는 눈빛, 몸짓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나를 모르는 사람이란듯, 없는 사람이란듯 하는 저 태도가 짜증이 났다. 무엇을 잘못한건지 말해줘야 내가 어떻게 할꺼 아냐, 벽에 머리를 쿵 하고 박았다.
"아씨……"
머리만 더 아파왔다.
그러니까 정확히 삼일전이었다. 오랜만에 올라온 렌조는 딱 일주일만 있다가 갈꺼라면서 올라왔었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끼리 식사를 했고, 술도 약간 했었다. 물론 그 다음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게 문제였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난 방에 누워있었고, 나가보니 형이 괜찮냐고 물어왔을 뿐이다. 그것뿐이었다. 형도 렌조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렌조"
이름을 부르자 흠칫 거리며 나를 보지도 않고서 도망친다.
"렌조"
주조형과 이야기중인 렌조를 부르자 흠칫 놀라며 형뒤에 숨어버렸다.
"렌조"
도련님과 얘기 중인 녀석을 부르자 갑자기 도련님을 붙잡고서 저멀리 사라진다.
"렌조"
"아빠!! 아버지!!"
평소에 잘 부르지도 찾지도 않던 아버지를 미친듯이 찾았다…
*
한숨을 쉬면서 방문을 드르륵 열었다. 거의 자정이 다된시간까지 렌조를 찾지 못했다. 하루종일 한것이라고는 렌조를 찾고 뛰고 부른것 뿐이었다. 정말이지, 하루종일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렌조가 바로 방에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친구를 보낸건지 혼자서 엠피를 듣고 있는 녀석은 내가 온지도 모르고 뒤돌아 있었다. 문을 조심스럽게 탁 닫았다. 내가 너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넌 모르겠지. 킨조가 화가난듯 렌조의 등을 발로찼다.
"?!!"
놀란듯 뒤돌아본 렌조는 킨조를 발견하고나서 표정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황급히 도망치려던 렌조를 붙잡은 킨조는 그대로 위에 올라타서 멱살을 잡고서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가까이 다가온 킨조를 보고서 황급히 렌조가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것이 역효과였을까, 킨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른 한손으로 렌조의 팔을 붙잡았다.
"대체 뭔데!"
킨조가 소리치자 렌조가 흠칫하고 놀랐다. 자정이 다되어간다 누군가라도 들어오면 특히나 주조형이나 아버지가 들어온다면 경을 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유를 말해줘야 내가 사과를 하든 뭘하든 할꺼 아냐!"
렌조의 얼굴위로 고민의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킨조가 다시 소리치려던 입을 렌조가 도로 멱살을 잡아 내려 입을 맞췄다. 분명 처음엔 입막음으로 하려던 키스가 점점 짙어지면서 손에 힘이 점점 풀려갔다. 잠시후 숨을 고르던 킨조가 갑자기 하하 하고는 렌조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채 웃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어?"
"난 그거 꿈인줄 알고 있었는데"
어?!!! 새빨갛게 물든 렌조를 보고서 킨조는 킬킬 거리며 웃었다.
"다 기억하고 있어"
"아…, 그럼 형……"
"응"
계속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렌조를 보고서 킨조는 귀엽다는듯 웃었다.
"다시 말해줄래?"
"……"
렌조는 형을 흘긋 바라보더니 일어서서는 방의 불을 껐다. 그리고선 살짝 킨조위에 앉았다.
"형 좋아해"
"……"
"안아줘, 형"
물론이지, 하고 웃으며 그는 렌조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생일 축하해 형"
"…최고의 선물이군"
렌조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다.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은 절대 자신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불량하고, 화만내며 자신에게 발차기를 날리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 렌조의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형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건지 아니면 우연인지 킨조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것을 보곤 렌조는 못말려 하면서 저도 웃어버렸다.
사람들의 함성이 잦아들쯤 킨조가 렌조에게 눈짓했다. 올라와, 렌조는 익숙하다는 듯 무대뒤로 그를 쫓아갔다. 킨조는 지친다는 듯 물을 벌컥벌컥 삼키고 있었고, 주변 동료들도 악기를 다시한번 보고 있었다. 렌조는 킨조옆에 가서 앉아 그를 쳐다봤다. 언제나 그렇듯 킨조는 뭘 보냐는 듯 렌조의 머리칼을 흐트려 놓았다.
"오늘따라 열기가 더 대단한것 같아서"
"당연하지 오늘이 마지막 공연인데"
아, 그렇구나. 라고 하려는 찰나 렌조가 뭐?! 하며 되물었다. 귀따가워라…킨조가 눈쌀을 찌푸리며 렌조를 노려보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왜?! 인기 많으면서 왜?"
"고등학교 밴드부의 한계지"
킨조는 키득거리며 물을 연신 들이마셨다. 렌조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왜 네가 풀이죽어 있는건데"
"그래도…형…형 사실"
렌조가 말하려는 찰나 킨조가 렌조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입을 맞췄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기에 주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다. 렌조는 멀어져 가는 킨조를 바라보며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앵콜도 보고가"
"……."
"그렇다고 반하진 말고"
어이가 없어서… 렌조는 식어버린 열기에 손을 떼냈다. 못말리는 형이야, 그는 중얼거리며 대기실을 벗어났다. 이미 노래를 시작하고 있는 킨조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마 그가 밴드를 그만두는 까닭은 당연 고교졸업이라는 타이틀 뿐만은 아니었을 거다. 형은 명타를 위해 집안 위해, 엑소시스트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드럼소리가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이 끝나자 킨조가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렌조와 눈을 마주쳤다. 아까와 같은 상황에서 렌조역시 미친듯이 심장이 뛰었다. 형의 마지막 무대 라는 타이틀이 이렇게나 긴장될수 있을까, 렌조는 정신을 차리고자 양손으로 뺨을 툭툭 쳤다.
노래가 끝나자 끝없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킨조가 마이크에서 멀어지고 고개를 들며 살짝 웃는 듯 했다.
「 」
"……"
렌조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킨조가 시익 웃고는 친구들에게 손짓했다.
「 마지막으로 한 곡 더 갑니다!!」
"오쿠무라군-"
하고 아침부터 까치집을 하고 있는 린을 보면 시마가 푸웃 웃는다. 머리 뻗혔어 하면서 손으로 가르키면 그래? 하면서 다시 정리한다. - 그보다 너 나랑 이렇게 얘기해도 되는거야?- 하고 물으면 시마가 뭘? 하고 묻는다. 그러자 린이 더듬거리며 그 있잖아- 네 형. 노랑머리- 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멀리서 킨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렌조는 저도 모르게 방어자세를 취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렌조오오오!"
날라차기가 날아올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것도 오지 않자 렌조가 왠일이냐는듯 킨조를 바라보자 킨조가 렌조의 멱살을 붙잡았다. 그럴줄 알았어! 하고 렌조가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입술을 쪽 붙이고는 떨어졌다. 경악한건 렌조와 린 뿐만 아니라 식당에 있던 명타모두들, 렌조가 입술을 벅벅 닦으며 뭐하는 짓이야! 하고 물으면 킨조가 팔짱을 끼고서 당당하게 말했다.
"바보냐? 뽀뽀한거잖아"
"바보는 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