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커플링 시마 렌조 beautiful 시리즈
2012년때 글인데 최근 네타듣고 지인이랑 기겁한게 유머 ㅋㅋㅋ
beautiful world
벌컥 열린 문에 화들짝 놀란 메피스토가 들고 있던 커피를 약간 쏟았다. 인상을 찌푸린 메피스토는 곧 손가락을 휘둘러 흔적을 지우고는 의자를 뱅그르르 돌려 문제의 장본인을 돌아봤지만 그의 행색에 다시 한번 놀란 메피스토가 이번엔 한숨을 내뱉었다.
"그 꼴로 여기까지 온겁니까."
"주신 열쇠 덕분에"
책상앞으로 핑그르르 날아든 열쇠를 보고서 메피스토는 한숨을 다시 한번 내뱉었다. 어째 인간과 관련되면 한숨이 없을 날이 없는 것인지, 미간을 찌푸린 메피스토가 열쇠는 압수입니다. 하고 말하면 그는 좋으실대로 라며 웃었다. 피 칠갑된 옷을 벗어던지고 열결되어 있는 샤워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메피스토는 어쩔수 없는 사람이다. 하고 생각하며 벗어둔 교복을 준비하고 피로 더럽혀진 바닥을 치워냈다. 물론 모두 마법으로 지만 귀찮아 하는 티를 팍팍 내는 메피스토는 아예 샤워실을 없애버릴까 하고 생각중이었다.
"옷을 더럽히는건 자제해주세요. 개인사비로 마련하는건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으니까요."
"…저런 괴상망측한 피규어들을 줄이면 생각해볼게요."
그럴순 없습니다! 하며 울먹이는 메피스토에게 그는 웃으며 농담입니다. 하고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군,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메피스토가 두잔의 차를 준비했다. 소파에 축 늘어진 그는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졌고 표정은 어두웠다. 보통 임무에서 돌아오고나면 피곤하다, 귀찮다, 다음부터는 부르지마라- 라는 불평을 늘어놓는 그와는 달리 오늘은 조용했다. 내어준 차를 멍하니 들고 내려다 보는 그에게 메피스토는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애같지 않은 사람, 하지만 어느때에는 너무나 어리광쟁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사람. 메피스토는 그냥 가라고 할걸, 이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 있었나요."
"……그만 가볼게요."
실컷 물어봐달란 표정을 해 놓고선, 이래서 어린 애들은 싫어 하고 생각한 메피스토가 그를 불렀다.
"그냥 정식 엑소시스트로 지원하는게 어떻습니까. 그럼 이렇게 피곤할 일도…"
쾅, 닫힌 문을 보고서 메피스토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정말이지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야…"
탁자 앞에서 차를 다시 가져온 메피스토가 약간 놀란듯 웃음을 지었다. 찻잔은 말끔히 비워져 있었다. 조금은 생각해 보겠단 뜻인가, 하고 중얼 거린 메피스토가 입을 우물 거렸다. 단게 필요해. 하고 중얼거린 메피스토는 다음 임무 후에는 사탕을 사오도록 하자 하고 생각했다.
"시마 렌조군…"
*
정말이지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다. 자신이 어떠한 상황인지 알면서도 항상 궁지로 몰아넣는 그 사람은 정말이지 싫은 사람이다. 이를 으득 씹은 시마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나마 다행인것은 도련님과 코네코랑 같은 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방 룸메는 평범한 학생이고 자신이 자주 늦게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항상 문을 잠가놓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우면 몇시간이나 잘 수 있을까 생각한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악마였어. 그렇게 눈을 감으면 몰려오는 피곤에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시마, 너 또 지각했다고"
"…에 도련님…"
네 룸메한테 다 들었다고, 말하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시마는 괴로운 얼굴로 코네코를 쳐다봤고, 코네코는 어쩔수 없네요 하며 웃으며 도련님을 말렸다. 그래, 난 그저 이 생활을 계속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것이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웃을수 있다고,
실습도중 발을 헛디덨다. 평소라면 거뜬히 해치웠을 악마도 피로누적이란 변명과 엎친데 덮친격으로 친구들과 도련님 앞이라 힘을 낼수가 없었다. 실습도중 갑작스레 나타난 상급악마는 자신을 보고 웃는것 같았다. 이를 악문 시마 앞으로 큰 등이 보였다. 영창을 왜치는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고,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큰등은 늠름해보였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서는 안되었다. 부상을 입은 그를 보고 시마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악마는 놓치고, 도련님은 다쳤다. 그리고 자신은 지켜졌다.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도련님을 알지 못할 것이다. 도련님은 오른팔이 부러진 정도로 부상이 그쳤지만 시마의 표정은 풀어질줄 몰랐고, 결국 그날밤 자진해서 그 임무를 맡은 것이다.
찌르고, 도려내고 자르고 짓밟아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검은 제복코트에 악마의 피가 무작위로 튀어나고 메피스토가 잔소리 할 것을 생각하며 시마는 열쇠를 돌렸다.
결국에는 또 그런 꿈을 꾸어버렸다. 항상 임무를 하고 나서는 그에 관련된 꿈을 꾸곤 했다. 세시간도 못잔채로 일어난 시마는 조금 있으면 날아올 아버지의 불호령을 생각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어쨋거나 그 악마를 죽였으니 이제됬다.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수 있을 것이다. 조금 시간이 남은듯해 침대위로 다시 몸을 던지면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도 잊고서 잠에 빠졌고, 얼마후 아버지보다 먼저 도련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beautiful boy
처음 마장을 받은 것은, 처음 메피스토와 접촉한 것은, 처음으로 엑소시스트 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소꿉친구들보다 몇년 전인 내가 아주 어렸을때였다. 형과 아버지가 악마를 볼수 있었고, 집안 자체가 그래왔기에 어느정도 기를 느낄수 있었던 나는 동갑인 친구들을 대신해서 마장을 받았다. 새빨간 피가 몽글몽글 이마위에서 피어나고, 턱아래로 흘렀을때, 나는 황급히 도련님과 코네코의 손을 잡고 달릴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채 내 피를 보고서 울기 시작한 둘을 달래는 것은 어려웠고, 눈앞이 흐릿해지는 느낌에 더 이상 같이 있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나에게만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후 나는 어느정도 거리에서 두 사람의 손을 놓아버렸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살짝 웃어주며 그 둘과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고, 악마라고 생각되는 괴물은 당연하다는 듯 나를 향해 쫓아왔다.
"여긴 악마소굴이군요."
"그렇네"
명타가 자진해서 정십자 기사단 밑으로 들어왔다. 급속하게 늘어난 악마의 수를 혼자선 감당하기 힘들어서 였다. 메피스토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주변의 악마들을 물리면 후지모토는 총알이 아깝다는 듯 저벅저벅 걸어갔다. 이곳을 교토지부로 이용할 것이어서 주변을 알아두지 않으면 안되어서지만 메피스토는 귀찮다는 듯 칭얼거렸다.
"그러니까, 넌 안따라와도 된다고 했잖아!"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시로냥이 외로워 할가봐 따라와준건데, 입을 뿌뿌 하고 내밀면 미간에 총알 박아버린다 하며 총구를 들이민 후지모토에게 메피스토는 장난입니다. 하고 웃었다. 둘이 티격태격 하는 사이 누군가 다가와서 둘에게 부딪쳤다. 거친 숨소리와 엉망진창인 옷, 피투서이의 모습에 후지모토가 황급히 아이의 상태를 살폈고, 곧이어 덮쳐오는 악마를 메피스토가 날려버렸다.
"상처는 깊지 않아…그렇지만…."
"……마장이군요."
그래, 하며 눈을 내리깐 후지모토의 얼굴에는 어두운 빛이 떠올랐다. 자신의 탓도 아닌 것을, 메피스토가 문을 준비하면 그곳을 통과해 곧장 명타종 내로 들어갈수 있었다.
메피스토는 그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저정도 상태면 울법도 한데 저 어린아이는 눈물은 커녕 얼굴도 찌푸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후지모토에게 안겨있었다. 조금 기분나쁜,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덤덤한 표정이었다. 이내 기절한건지 시선을 피하려고 한건지 아이는 눈을 감아버렸고, 메피스토는 조금 아쉬운 기분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 아이는 시마 소장의 막내아들- 시마 렌조였고, 그 후 몇일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니 차라리 그대로 일어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지금까지도 메피스토는 그때 일을 떠올리면 차라리 죽는게 나았을지도 하며 생각한다. 상처입은 아이에게 처음 날아들은 것은 아버지의 호통이었다. 짝- 하고 내리쳐지는 소리에 후지모토가 일어나려 하면 메피스토가 막아섰다.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하고 말하면 후지모토는 이를 악물었다.
"어째서 도련님을 혼자보낸 것이냐!!"
"……"
"만약 도련님이 다치셨다면 어쩔뻔 했냐고 묻지 않느냐!!"
그렇게 호통을 내리치면 아이는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하고 대꾸했다. 인간은 이해할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참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옆의 오지랖 넓은 이 인간은 다른 모양이다.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꽉 쥐면 손에 손톱자국이 남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것은 몇번째 명타의 방문이었을까, 어느정도 안정화되고 서서히 명타종안에 엑소시스트라는 개념이 잡혀갈때쯤이었을 것이다. 시찰로 자주 들리는 후지모토와 달리 메피스토는 어쩌다가 한번 그 주변을 배회했고, 그것은 정말 지독히도 우연이다. 하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아이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건지 미간을 찌푸린 메피스토가 그 아이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혼자 나무 뒷편에 숨어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면 흠칫 놀란 아이가 살기에 가득찬 눈동자로 메피스토를 올려다 보았고, 메피스토는 그 눈에 조금 놀랄수 밖에 없었다.
이 아이도 감정이라는 것이 있구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딱 두번의 만남에서 아이가 처음으로 내뱉은 감정이었다.
"옷이 더러워 졌군요."
아이의 옷자락을 만지면 묻어나오는 악마의 피냄새에 메피스토는 히죽 웃었다.
"혼자서 악마를 해치운 겁니까?"
그러면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럼 도망친거군요. 뭐 그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악마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것으로 부터 도망친다. 딱히 대단할 것도 없지만 메피스토는 박수를 쳐가며 아이를 칭찬했다.
"그럼 한가지 제안을 해보죠."
"……"
"제 밑으로 들어오시지 않겠습니까?"
이해를 못한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이에게 메피스토는 눈높이를 맞추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악마를 물리치고 싶지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지요."
원래 악마는 인간의 마음을 훔쳐보곤 그 빈틈을 노리는 것이다. 자신은 악마중에서도 상급에 해당하는 악마,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위쪽에 해당하는, 그렇기에 어린애 마음하나 훔쳐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린애 하나쯤 유혹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제가 그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그렇게 말하면 아이의 눈에서 살기는 사라지고 정말이지 순수한 눈빛으로 물어왔다.
"강해질수 있나요…도련님을…지킬수 있는 힘을, 정말"
정말이고 말고요. 하며 웃으며 주문을 외우면 눈앞에 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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