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축으로 드린건데 내가 쓴것중에 가장 공들인거! 라고 말할수 있는 글..흐흑..
I will always love you
스구로 류지x시마 렌조
To. 애수님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아래 시마는 점점 힘이 풀리고 팔이 아파왔음을 느꼈다. 그냥 놔주세요. 하고 말하니 무슨 헛소리 하냐며 도련님이 소리쳤다. 정십자 학원에 다닌다고는 하나 아직은 후보생이었다. 물론 후보생들도 훈련 도중에 다치고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그것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2인 1조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담당 선생도 없이 그 둘이 갑자기 나타난 중상급 악마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간신히 스구로가 영창을 끝마치고 시마가 키리크로 엄호하고 공격을 받아 쳐내면 운이 좋게도 악마는 물러섰다. 절벽 끝에서 다행이네요. 하고 웃는 시마와 스구로에게 악마가 덮쳐왔다. 검은 날개- 그것을 알아차린 시마가 황급히 스구로를 밀어내고 몸으로 막아섰다. 시마?! 돌아보면 절벽아래로 미끌어지 듯 뒤로 쓰러지는 그에게 손을 뻗혔다. 간신히 손을 잡고 절벽에서 끌어올릴려고 하면 무게가 만만치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보다 더한 듯한 무게에 이상해서 시마를 살피면 그 다리 끝에 검은 깃털이 붙어 있었고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뻗혀왔다. 저것이 문제란걸 깨달은 시마와 스구로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도련님 놓아주시죠.”
“시끄러워!!”
“이대로 가다간 둘다 떨어지고 맙니다.”
얼마나 높은 건지 절벽 사이에 안개가 끼어있었다. 그 밑엔 강이 있는지, 그저 돌바닥인지 몰라 시마는 조금 망설였다. 어차피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강이라 한들 살아남지 못한다. 그렇다고 구조요청을 오기에는 한 참 늦었고, 도련님과 동반자살? 말도 않되는 일이었다. 시마는 마른 침을 삼킨뒤 손에 힘을 풀었다. 시마?! 하고 도련님이 그를 크게 부르면 시마는 헤헤 웃어 보였다.
“도련님…애들에게 안부전해 주세요…”
“시끄러워…”
“형들한테도 잘 말해주시고요.”
“시끄럽다고!”
“제 침대에 베게 안 속에 유서가 있어요.”
“시마!!!”
이제는 완전히 미끌린 손 사이로 시마가 멀어졌다. ‘안녕히계세요’ 하면서 멀어져 가는 시마를 보고 나는 그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실로 지독한 꿈이었다. 문밖에서 주조가 무슨 일이냐는 듯 물어왔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하고 말하면 곧 자리를 떠나는 주조에게 이 꿈을 말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시마 렌조가 실종이 된지 어언 8년이 지났다.
그 일이 있고 몇 날 며 칠을 수색했지만 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절벽아래엔 꽤나 큰 강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시신만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그것 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은 실종이란 이름하에 죽음이었다. 혹은 그가 인간을 배신했다고, 악마의 길을 택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시마가 그럴 리가 없었다. 나 때문인것만 같았다. 모든 일이 내 책임인 것만 같아 그 무엇에도 집중 하지 못했다. 그 일을 알리고 킨조가 오열하던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주조가 렌조, 하면서 불렀던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질 않았다. 야오조의 눈물이, 그 모든 것이 그를 괴롭게 했지만 아무도 그를 탓 하지 않았다.
렌조는 자신의 역할을 한 것이다. 라고 시마가(家)는 그렇게 납득한 듯 했다. 대체 어떤 역할이냔 말이다. 자신을 지키려다 마장을 받은 것? 무수히 많은 상처를 입은 것? 마지막엔 자신을 위해 목숨을 희생한 것? 스구로는 그 무엇 하나 받아들이지 못했다. 시마가 죽은 것 역시 그는 받아 들이지 못했다. 그저 아직 찾지 못한 것 뿐이라고,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최근 명타 근처에서 상급 악마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주조의 보고서에는 그 실루엣이 찍힌 사진과 함께 여러 사항이 쭉 기재되어 있었다. 검은 긴 머리에, 검은 기모노,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악마는 얼굴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여우가면에 검과 부채라, 피해는? 하고 물으니 조금 망설이는 듯 주조가 말했다.
“피해가 없습니다.”
“…그럼?”
“근처를 배회하기만 할 뿐 아무런 피해사항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보고하는 이유는?”
“이 악마를 기점으로 하급 악마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바티칸에서도 꽤나 골치를 썩고 있는 것 같고요.”
정말이지, 스구로는 권총을 장전하며 위치를 물었다. 검은 옷에 검은 머리카락, 모든게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군, 그렇게 사진을 바라보면 여우가면 사이로 사진 속 남자가 웃는 것 같았다.
하급 악마들은 일단 엑소시스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명타내에서 하급악마를 상대 못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수가 많아 조금 골치가 아플뿐이었다. 악마의 미간에 정확히 총알을 박으면 파스스 하고 부숴지는 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멀리서 보이는 사진 속 남자가 한 곳에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뒤로 무수히 많은 하급 악마들이 우글거리며 몰려오면 주조가 엄호하겠다며 나섰고, 스구로 역시 총을 다시 들었다. 목표는 여우 가면. 그렇게 생각하고 총을 장전하면 여우가면이 들고 있는 부채가 촤르륵 펴지면서 강하게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눈을 뜨지 못하면 달려드는 하급 악마들에게 발포했다. 어라? 하고 권총을 장전하면 하급 악마들이 스구로 만을 피해 다른 엑소시스트들에게 달려 들었다. 어째서? 라고 할 것도 없이 달려든 여우가면이 빠르게 앞으로 다가왔다. 엄청난 스피드에 주춤하면 뒤에서 주조가 소리를 지르는게 들렸다. '당한다!' 전투자세를 하기도 전에 당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으면 여우가면이 입가의 틈 사이로 웃는게 보였다.
공격도 하지 않고서 내 앞을 왔다가 사라지는 그 여우가면은 부채를 촤륵 펴더니 검은 기를 내뱉었다. 후후- 하며 웃는 여우가면은 이쪽을 스륵 돌아봤다. 우지직,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등에서 피어난 검은 날개가 크게 펄럭였다.
“!!”
검은 날개! 스구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지만 그는 발걸음을 휘청거리며 앞을 향해 오는 것이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피드에 스구로가 총을 발포했지만 모두 빗나갔다.
“류지님!!!”
주조의 외침과 함께 등 뒤에서 소름 끼치는 감각이 일었다. 피가 촤악 하고 튀기면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조 역시 뻥진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면 아까의 그 여우가면이 하급 악마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날개 한쪽이 꺽여 버린건지 보기 흉하게 찢어진 깃털들이 공중에서 흩날렸고, 가면 아래쪽이 툭 하고 떨어졌다. 검은 옷과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하얀 피부가 들어나, 그 입가는 웃고 있었다.
그 여우가면은 내리쳐진 검을 맨손으로 잡고서 하급악마를 내려다 보았다. 그 입가는 지독히도 무표정이었고, 살기가 새어나왔다. 순간 그 날개에서 바람이 일어났고,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수 없게 됬을쯔음 그 앞에 악마는 사라져 있었다. 아니 이 일대의 악마들이 거의다 소멸되 있었다.
“꺼져라, 버러지 같은 것들”
그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악마들은 황급히 달아났고, 남아 있는 것은 명타의 엑소시스트와 자신 뿐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여우가면이 비틀 거리며 이쪽을 돌아보면 스구로는 주춤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설마- 그 입가에 그려진 호선이 지독히도 비틀려 있었다.
“나를 잊었는가”
그 여우가면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아직 남아 있는 왼쪽 날개가 펄럭였다. 보라색 염주- 그것은
“그 소년의 유품인데, 그래도 나를 잊었는가”
그 미소는 지독히도
*
시마의 유서는 실로 간결했다. 가족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 코네코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 자신에게 부탁 하고 싶은 말, 감정이 섞여 있지 않은 듯 한 유서에 스구로는 눈물이 새어나왔다. 이런식은 아니었다. 이런 것은 자신이 바라지 않았다.
대체 시마는 무슨 생각으로 유서를 쓴 것일까, 어떤 마음으로 이것을 준비 한 것일까. 스구로는 생각 할 수도 생각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각오따위 바라지 않았다.
살기가 바득바득 새어나오면 여우가면은 황홀한 듯한 입가의 미소가 피어났다.
“어째서 다시 나타난 것이냐”
어떻게 해서든 죽이고픈 악마다. 자신에게서 시마를 빼앗아간 악마다. 더 이상 스구로에게 여유란건 없었다. 여우가면은 부채를 꺼내들더니 스구로를 향해 강하게 바람을 휘날렸고, 곳이어 주조의 비틀어진 신음소리가 나오면 스구로는 그 공격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시마가(家)의 인간들은 모두 피 맛이 좋더구나”
그렇게 말하는 여우가면을 향해 발포하면 빗나간 총알이 가면을 스쳐지나갔다. 금이 간 것 뿐인 가면은 금방이라도 부숴져 버릴 듯 아슬아슬 했다. 그것이 마지막 총알이었던 것인지 스구로가 이를 갈면서 주변에 있던 검을 하나 빼어들었다. 여우가면 역시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어 들면 스구로는 곧 바로 달려들었다.
여우가면이 들고 있던 염주가 탁 풀리면서 흩어지면 스구로는 저항도 하지 않는 상대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바라보면 깨진 가면 사이로 눈이 마주쳤다. 어째서,
파스슥- 가면이 깨어지면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의 상처가, 형제들과는 다른 옅은 눈동자가,그 미소가. 그 모든 것이 그 악마가 시마 렌조 라고 말하고 있었다.
*
손을 놓치고 떨어지면 이제는 죽는 구나했다. 도련님이 바보처럼 울었다. 별로 후회는 없구나 하면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악마가 속삭였다.
-사실은 죽고 싶지 않잖아?
이것은 분명 거부할 수 없는 유혹, 하지만 귀를 기울이고 싶지 않았다. 귀를 막고 있으면 품 속에서 찰랑 거리는 키리크가 보였다. 손목을 감고 있는 보라색 염주가 보였다.
-모든 것이 너를 구속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인지, 모든게 너를 위한게 아닌 저 도련님이란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 라는걸 왜 모르는 것인지, 불쌍한 아이.
그렇게 속삭여지면, 난 이만 죽고 싶어 하고 중얼 거렸다.
-거짓말,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은 없어, 거짓말 쟁이
그렇게 속삭여지면, 그것은 정말이지
첨벙! 하고 강 아래 떨어지면 온몸이 부숴질 것만 같이 아파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강물에서 나오면 이상하리 만치 멀쩡한 몸은 약간의 피만 토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이지, 하나에서 열까지 귀찮고 약한 녀석들 뿐이야, 그렇게 중얼 거리는 시마의 등에서 검은 날개가 펄럭거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도련님을 싫어하고 있다. 마신이니 사탄이니 그런 것을 쓰러트리겠다고 무모하게 엑소시스트가 되다니, 그런 것은 자신 하나로 족했다. 마장을 받지 않은 깨끗한 몸으로 평범하게 살면 어디 덧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모르는 것이다. 그가 걸어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시체가 쌓여 갈지를, 그 주변은 분명 자신의 형제 자매, 친구들의 시체로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오싹해 졌다. 자신은 죽고 싶지 않았다. 큰 형이 푸른 불꽃에 죽었다고 들었다. 이 염주는 그 큰형이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죽으면 모든게 끝. 그 염주를 받아든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죽어봤자 남는 것이라고는 이런 것 뿐이구나. 아버지께 키리크를 받아드는 순간 나 역시 큰형처럼 죽는 것이 운명이로구나 생각했다.
난 그들처럼 바보같이 살지 않겠다. 그들처럼 멍청하게 죽지 않겠다. 자신 앞에 죽어있는 여우악마의 가면을 집어 들었다. 정말이지 예쁜 미소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가면을 썼다. 그렇게 시마 렌조라는 인간은 사라지고 렌조라는 악마가 탄생했다.
가면속에 표정을 감추고 웃자, 평소에도 그래왔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길어진 머리카락에 분홍색은 사라지고 이제 검은 머리칼 밖에 남지 않았다. 귀찮아서 자르는 것을 그만뒀다. 빼앗은 부채와 검은 유용했다. 그는 악마의 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체질이었다. 무기를 빼앗음으로 그 힘을 얻었다.
“젠장…”
명타의 경계는 생각보다 심해서 혼자서 쳐들어 가는 것은 무리였다. 어떻게든 죽이고 픈 사람이 지금 저곳에 있다. 모든 것의 원인이, 원흉이 저 곳에 있다. 아마 그를 죽이지 않는 다면 자신은 평생 이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무방비하게 공격당하는 그를 보고 정말이지 도움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이구나, 하면서 동시에 자신은 역시 시마의 인간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앞을 막아서는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었고, 그가 정이 많은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었다. 이 틈에 자신을 죽이면 되었을 것을. 정말이지 귀찮은 사람이다.
그를 도발했다. 아니다. 자신은 사실을 말한 것 뿐이었다. 시마 렌조라는 인간은 자신이 죽인 것이다. 마음속 깊이 눌러 죽였다. 자신은 이제 시마가 아니다. 그저 악마일 뿐이었다. 자신을 죽을 듯 노려보는 그가 증거였다. 나는 악마- 당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당신을 죽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총알이 빗나가면서 가면을 스쳤다. 쩌저적 하면서 금이 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상관 없다. 이제 끝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부디 당신이 나를 죽여 주기를
파스슥- 가면이 깨지고 그의 표정이 시야에 들어오면 절망에 가득찬 표정이 보였다. 하하하! 그렇게 웃은 시마는 배가 뚫리는 듯한 고통에 쓰러졌다. 악마의 몸이라는 건 정말이지 불편하구나, 이런 고통에 쉽게 죽지도 못하다니, 절망에 빠져 있는 그를 보며 시마는 얼굴이 축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나를 죽임으로써 괴로워 한다면, 평생을 잊지 못한다면, 무언가를 깨닫는 다면 그것으로 됬다고 생각했다. 도련님 울고 있나요? 하고 눈을 깜빡히면 볼 사이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울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
“도련님…당신을 죽이려고…”
“시마!!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나…당신을…”
눈물이 흘러내렸다. 피가 울컥울컥 올라오는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달려온 주조 역시 울고 있었다. 주형, 하고 부르면 형이 울었다. 어째서, 라며 울었다. 배에 뚫린 검을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주변에 명령을 하면 사람들이 물러나고, 조금만 기다리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물러나고 도련님 만이 남은 상황에서 도련님은 내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도련님…저는 악마입니다.”
“그게 어쨌단 말야…”
“퇴치하셔야죠. 죽여야죠.”
그렇게 말하는 시마는 웃고 있어서 더더욱 스구로를 아프게 했다.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아마 아직도 의식을 유지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악마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시마는 손을 뻗었다. 그 손을 잡고 상체를 끌어 안은 스구로는 여전히 눈물 가득한 얼굴로 시마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도련님…미워했습니다…”
울컥 올라온 피를 토하는 시마를 보고서 스구로는 아무말도 하지 말라며 소리쳤다.
“시마!”
“들어주세요…제 유언입니다.”
무슨 소리야, 유언은 유서로 끝난거잖아. 그렇게 중얼 거리는 스구로에게 시마는 손을 뻗혀 뺨을 어루만졌다.
“그런 딱딱 한 것 말고요.”
“……”
도련님 미워했습니다. 증오했습니다.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이 너무 싫습니다. 완고하고 고집쟁이에 부끄럼은 잘타고 눈물은 많고 사탄을 쓰러트리겠다면서 정이 많은 당신은 너무 무르고 한심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스구로는 뭐야 그게, 하면서 중얼 거렸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결국엔 말하지 못한 본심에 시마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이 무엇보다 싫어 한 것은 그런 도련님을 좋아하는 자신이었다. 이루어지지 않을 이 마음에 그것을 싫어 하는 것이라 포장시켜 모든 것을 거부했다. 정말이지 밉고 증오스럽고 싫은 것은 자신, 한심한 것은 자신이었다.
*
다시 눈을 떴을때는 매우 익숙한 곳이었다. 벌써 몇 년이나 잊고 지냈던 자신의 어릴적 방안. 허전하다고 느껴 옷을 들어보면 배에 둘둘 감겨져 있는 붕대에 헛웃음이 나왔다. 결국 그는 나를 살려 낸 것이다. 악마인 나를. 모두가 싫어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살려낸 것이다.
이곳은 정말 예전부터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집안 구조 역시 그대로 였다. 마당에 나가보면 달빛이 비추고 있어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어릴적 자주 놀곤 했던 그 마당에서 시마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길어진 검은 머리카락에 예전의 자신은 없었다. 상처만이 그를 시마 렌조라고 말하고 있었다. 억지로 꺼내는 날개는 고통이 수반되었다. 다른 한쪽 날개는 찢겨져 없지만 날수는 있었다. 살짝 뛰어올라 담위로 올라가면 달이 가까워 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은 악마다. 그것도 명타를, 스구로 류지를 없애려고 한 악마. 어떻게든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가는 거냐”
그렇게 말하는 인영에게 몸을 돌렸다. 네 하고 말하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머리카락이 스르륵 내려가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푹 쉬며 그에게 손짓했다. 그의 손짓에 다가간 시마가 머리카락을 획 잡아 당기는 그를 보며 눈물을 찔끔했다.
“무슨 짓입니까!”
“머리카락…다시 안자르냐”
“네…?”
“상처를 가리잖아”
이마의 상처에 입을 맞추면 그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
“나를 미워해도 좋다. 나를 증오해도 좋아.”
그와 시마에게 있어 상처는 구속과도 같았다. 이 상처는 그들을 이어주는 고리와도 같았다.
“내 옆에 있어줄래 렌조”
“……”
“사랑한다.”
from. 아라타
외전에피소드
처음 렌조를 잃었다고 들은 그 순간 알 수 없는 자책감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실종이라곤 하나 그것은 사형선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아직 열다섯인 어린 아이가 악마의 습격을 받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렌조...”
어째서 좀 더 상냥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좀 더 안아주지 못했을까, 좀 더 칭찬을 해줬으면 좋았을까. 그 어린 아이의 웃는 모습이 생각나지 않았다. 언제부터 였을까, 렌조가 자신의 앞에만 서면 괴로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던 것이. 렌조가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
사랑하는 형을 잃었다. 다신 가족을 잃지 않겠다고 위험에 빠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늘 자신은 렌조가 위험에 빠졌을 때 옆에 있어주지 조차 못했다. 물론 불가항력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동생이 돌아왔다고, 악마의 모습인채로, 죽어가는 채로 돌아왔다고 그것을 본 순간 자신의 상처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재빨리 렌조에게 달려가면 울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어째서, 어째서 렌조...!”
어째서 악마를 선택했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니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
*
“미안, 미안 주형”
렌조가 그의 옷깃을 붙잡고 울었다. 상처는 얕았지만 흉터는 남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 형을 상처 입혔다. 렌조는 그것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아무말도 없이 렌조를 쳐다보기만 하던 주조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른 한 팔로 렌조의 머리를 붙잡고 끌어안았다. 어깨에 얼굴을 묻은 렌조는 조금 놀란 듯 하더니 이내 그를 꽉 껴안았다.
“나, 나를 위해서 형을 다치게 했어”
“다행이다.”
“주형?”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렌조”
형, 하고 렌조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그를 부르면 그가 렌조의 양뺨을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붙잡았다.
“자신을 위해서 행동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
“그래, 이왕이면 좀 더 자신을 소중히 해주렴.”
어째서 방어하지 않았던 건지, 왜 도련님의 칼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지, 묻고 싶었다. 좀 더 자신을 소중히 해줬다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만은 말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악마가 되고 나서 혼자 있었을 지난 8년에 얼마나 렌조가 외로웠을 것인지 자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 쭉 함께야. 렌조”
EPISODE + 시마 킨조
자신은 무력했다. 아버지나 형처럼 강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엑소시스트가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가족이 좋아하니까, 자신은 가족을 좋아하니까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으니까 그렇게 했던 것 뿐이었다.
“시마 렌조군은 지금 실종상태입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저 녀석이 싫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저 녀석이 싫었다.
“실종이라고는 하나...조금은 각오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아무리 눈치 없는 자신이라도 알 수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도련님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고 아버지도 주형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주형, 저 녀석 입좀 다물게 해봐, 형, 그렇게 킨조가 소리치면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거짓말 하지마!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고...”
“킨조씨...”
그렇게 말하는 유키오 녀석의 멱살을 붙잡으면 그 역시 괴로울 것 같은 얼굴로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죄송합니다. 하고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렌조가...내 동생이...”
항상 소중히 해주자고 다짐했다. 평소 죽고 못 살던 동생이더라도 가끔씩 집에 오면 다정하게 해주자고, 그래도 하나 뿐인 내 동생이니까. 그러니까.
차마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그것은 현실이 되어서 그의 가슴속에 박혀왔다. 킨조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니라고 해줘, 그럴 리가 없다고 해줘, 그렇게 말하는 킨조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말한 유키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하며 자리를 벗어난 유키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 쯤 킨조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에게 첫째 형의 기억은 얼마 없었다. 가끔씩 주형이 말해주는 것과 어렴풋이 남아 있는 온기에 그립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 상실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킨형은 목소리가 좋구나’ 하고 말하던 렌조 역시 노래를 잘 불렀었다. 그 목소리가 들리지가 않아.
잊자, 이제 없는 사람이다. 하고 생각해도 그것은 쉽지 않았다. 그동안의 쌓인 추억이, 기억이 너무나도 많았다. 유독 자신과 잘 맞았던 렌조였다. 그 기억이 쉽사리 잊어질 리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하급악마 토벌에 나신 류지님과 주형을 뒤로한채 집에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동료들과 그 사이로 상처 입은 주형이 보였다. 그 모습이 렌조와 겹쳐 황급히 형을 부르며 뛰어가면 형 역시 나를 찾고 있었다. 주형?! 하면서 그를 부르면 형은 울고 있었다. 자신에게 열쇠를 쥐어주며 닥터를 불러와라, 하고 말하는 형의 옷을 붙잡았다.
“어디가 형?”
그렇게 말하면 형은 믿을 수 없는 말을 하고서 다시 숲으로 돌아갔다. 열쇠를 황급히 열면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당황한 듯 보이는 유키오와 그의 형이 있었다.
“킨조씨?!”
나를 보고 놀란 그에게 설명할 생각도 하지 못한채 붙잡고 가려하면 그 형이 다시 붙잡아왔다.
“렌조가 살아왔다고!!!”
그렇게 말하면 나와 유키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문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
바보같은 녀석, 이마를 쓸어올리면 길어진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이마의 상처는 그대로 였고 얼굴도 신체도 그대로 였다. 달라진 것은 이제 검게 물들어 길게 자라난 머리카락 뿐이었다.
잠에서 깬 듯 보이는 렌조가 킨형? 하면서 그를 부르면 그가 렌조의 손을 잡았다. 뭐해 형? 하고 물으면 킨조가 렌조의 머리를 누른채 시끄러 바보야, 하고 다시 눕혔다.
“조금은 형을 의지해주면 좋았을 것을”
“...미안 형”
“미안하다고 하지마 바보야”
내가 더 미안해 바보야, 지키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놓고 중요 한 순간 옆에 조차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형...울어?”
“말시키지마 바보야!”
도련님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한들,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였고, 자식이었다. 남들만큼은 못줘도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은 줬다고 생각했거늘, 유서에 적혀 있는 ‘죄송합니다‘ 라는 글자가 그렇게 못이 되어 박혀 올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렌조가 자신보다 먼저 죽는 다는 것 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푸른 밤이 일렁이던 날 첫째 아들을 잃었다. 그 상실감은 꽤나 컸고, 두려움도 컸었다. 그와 동시에 도련님과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의 목숨은 위태롭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련님은 소중하다. 그건 당연 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도련님을 지킴과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바보같은 자신의 아들은
벌써 두 번째의 상실감에 이번엔 그 역시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들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했건만, 어리광쟁이 막내 아들을 어째서 자신은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던 것일까, 어째서 한 번도 칭찬하지 않았던 것일까. 만약 돌아온다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주고 싶었다.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어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
눈앞의 아들은 조금 움츠러 든 듯 보였다. 삐죽한 귀에 송곳니, 흔들거리는 꼬리가 정말 악마가 되어버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제는 원래의 검은 머리로 돌아가 길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있는 아이 앞에 야오조는 털썩 주저 앉았다.
“아,아버지...”
“......”
그래도, 자신을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렌조에게 그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었던 것인지, 생각했다. 뒤늦은 후회는 이제 싫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또 다시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
“...렌조야.”
껴안으면 몸이 흠칫 떨려오는게 느껴졌다. 한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았던 탓일까, 어딜가야 할지 망설이는 양손이 허공에 맴돌았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아버지”
“사랑한다. 아들아”
그렇게 말하면 곧장 엉엉 울어버리는 아들 앞에서, 자신 역시 조금 울어버렸다. 이제 부터라도 자주 안아주자, 자주 말해주자. 생각보다 우리들의 시간은 길지 않기에
EPISODE + 오쿠무라 유키오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렇게 울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고, 괴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유키오가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자신과는 교류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물론 가끔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오거나 했지만 그 내용은 금방 다른 이야기로 빗나가곤 했다. 조금은 슬프다고 생각했다. 그와는 마음이 잘 맞았기에 나와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죽음이라는 것이 당연스레 다가왔다. 어느정도 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다. 그것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고, 그 순간 실망한 자신이 있었다.
조금은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렇게 그를 잊었다. 어느 순간 자신도 그렇게 죽을 것을 알기에 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가 살아있다고 들은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모습은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 될 정도였다.
“와카센세...”
“그 호칭 졸업해야죠.”
무린가요? 하고 웃으면 그 역시 웃었다. 그와 단둘이 있는 이 방안엔 그의 피냄새로 가득했다. 악마를 치료한 다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아무도 들이지 않게 했지만 누군가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저를 죽여주세요.”
“저는 닥터입니다만”
“이렇게 사는 것은 질색입니다.”
뚫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는거 아닙니다. 하고 상처를 푹 쑤시면 괴로울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배도 뚫리고ㅡ 날개는 찢기고 장난아니네요. 하고 말하면 그러니까 죽여달라니까요. 하고 싱글싱글 웃는 그가 보였다.
“싫습니다.”
“왜요”
이거 형 때문에 만든 악마용 마취탄입니다. 하고 철컥 장전하면 그가 사색이 되어 나를 쳐다보았다.
“와,와카센세?”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이...악마!!”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한발 탕 쏘면 그가 기절한 것 같이 잠들었다. 대체 뭐하는 짓인지, 자신은 형 때문에 악마를 치료 할수 있다. 그것이 이렇게 쓰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조금은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금은 당신이 살아주길 바라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나도, 형도
시마 렌조가 절벽아래로 떨어졌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왜 여기서 멍청하게 있냐고 뛰어내리려는 나를 유키오가 말렸다. 형, 하고 고개를 가로젓는 유키오에게 화가났다.
“왜...어째서... 그럴 리가 없잖아...!!”
소리치면 유키오는 괴로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미안해 형, 하지만 형을 보낼순 없어 그것이 나를 걱정해주기 때문헤 하는 말인지 알면서도 나는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너도 그래, 저녀석도 그래. 시마녀석의 가족들도 다, 어째서 아무도 그녀석을 찾지 않는건데, 하고 물으면 유키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 알잖아”
몰라, 아무것도 모르겠어.
*
시마가 살아있다. 라는 소리를 듣고 뛰어가보면 울고 있는 녀석과 죽은 듯 기절해 있는 시마가 보였다. 배에 박혀 있는 검은 뭐냐고, 이 붉은 건 누구의 피냐고 묻고 싶었다. 넌, 또다시 시마를 상처입힌 것이냐고, 시마를 버린 거냐고 물어봐도 스구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미안하다. 이 말 하나 밖에 하지 못했다.
잠들어 있는 시마의 안색이 창백했다. 피가 모자라서 그래. 하고 말하면 유키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악마의 피는 인간과는 다르니까, 하고 말하면 황급히 손바닥을 이로 찢어 시마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형...”
“나는 악마니까 괜찮을거 아냐, 나는 악마니까...”
그래 나는 악마도, 녀석도 이제 악마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울컥하고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왜 처음부터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너는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리니까, 그 모습으로 가족이나 친구들을 찾아가지 않은 건 이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악마인 자신에게는 보여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전해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녀석에게 고작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런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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