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요?”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헤기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 빤히 보다가 다시 뒤로 벌러덩 누웠다. 천장은 높았고, 침대는 푹신했다. 어제 배를 타고 도착한 마을이었지. 곧바로 찾아온 안도감에 눈이 감기려는 것도 찰나, 어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곱씹었다. 배에서 내렸는데 마을 외곽이 시끄러웠다. 마을은 개 한 마리도 없이 조용했다. 분명 선장에게 듣기론 평화롭지만 제법 시끄러운 마을이라고 했는데, 그때 뒤에서 붉은 머리의 여자가 헤기의 어깨를 툭 쳤다. 빨리 가자! 헤기는 제 팔을 붙들고 질질 끌고 가는 여자를 뿌리치려 애썼지만, 무슨 힘이 그렇게 센 건지 도통 놔주질 않았다. 그리고 마주친 게 커다란 거미였다. 헤기는 발가락 끝부터 저릿저릿하게 현기증이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것은 머리카락 끝을 쭈뼛쭈뼛 서게 만들었고, 애써 지워냈던 거미문신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을 들게 했다. 종탑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커다란 하얀 거미. 거미 이마에 새겨져 있는 빨간 문신. 여기다. 이 마을이다. 이 마을에 답이 있을 것이다. 헤기는 마을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거미 벤샤르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종탑은 이미 낡을 대로 낡아 있었다. 발리스타를 쏜 게 화근이었지만, 거미는 제 몸집만 한 종에 깔려 죽었고, 헤기는 거기서 환영을 봤다. 아제이스…에일…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환영은 틈만 보이면 그 사이로 불쑥 튀어나와 헤기를 집어삼키곤 했다.


  “역시 열이 있네.”


  남자가 불쑥 헤기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손이 체온을 녹이는 것도 잠시, 헤기가 남자의 손을 쳐냈다. 무어냐고 묻는 눈에도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쉬고, 열 좀 내리면 용병단을 가던지 해봐. 아이단 대장이 그것까지 이해 못 할 사람은 아니거든.”

  “당신…누군데…”

  “어제 널 여기로 엎고 온건 용병단에 케아라야, 빨간 머리 여자 있지? 가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내가 누군지는 알 바 아니지만 여긴 원래 내방이었어.”


  방의 구조를 보니까 여관이 아닌가? 당장 독실로 옮겨 달라고…


  “참고로 여기 여관에 독실은 없고, 다른 방도 이미 꽉 찼거든? 용병단에서 제공하는 방은 기대 안 하는 게 좋아. 너처럼 어린애는……”

  “아, 알고 있어요……”


  헤기는 황급히 말을 돌렸다. 오늘 처음 보는 남자의 충고 따위 듣고 싶지 않았고, 이미 질릴 대로 경험한지라 다른 방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도 접었다. 헤기는 남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마치 자기는 안 그러겠다는 듯한 말투였는데, 남자는 누구보다 용병이란 이름에 걸맞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키도 저보다 한 뼘은 더 컸고, 덩치도 제법 좋았으며 얇은 옷 아래로 보이는 탄탄한 육체 또한 그랬다. 상처도 많았고, 구석에 세워둔 커다란 검은 아마 남자가 쓰는 무기일 것이다. 저보다 훨씬 커 보이는 대검은 새것처럼 반짝였지만 진한 냄새가 배있었다. 피 냄새도, 쇠 냄새도. 헤기가 결코 익숙해지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헤기는 대충 짐을 갈무리하고는 방을 나섰다. 내일 가라는 둥, 오늘은 쉬라는 둥 하는 말은 듣지 않았다. 들을 이유도 없었고. 헤기는 제 등을 빤히 바라보는 남자를 알지 못한 채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자 커다란 벽난로를 둘러싼 소파가 보였다. 소파는 다 헤져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그나마 나무로 된 의자가 튼튼해 보였다. 의자는 금방 누가 일어났는지 천천히 흔들리다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커다란 홀 측면으로 주방이 있었다. 식탁은 주방에서 가깝도록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서 몇몇 이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저를 보더니 아는 채를 해왔다.


  “일어나셨어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헤기에게 다가왔다. 헤기가 계단 끝에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걸 본 여자는 헤기를 살갑게 맞아주며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헤기 앞으로 따뜻한 수프가 나왔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어제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종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아. 헤기는 따뜻한 수프를 한입 떠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아니에요…”


  별거 아니긴! 누군가 큰 소리를 냈다. 용병단 다 덤벼도 그건 못 이겨! 누군가 거들었다. 헤기는 괜히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자기를 티이라고 소개했다. 무녀라고, 남자가 말한 무녀가 여자인가보다. 그러고 보니 옷도 특이했다.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티이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무녀라는 것도 책에서나 봤지 실물은 처음이었다.


  “성함을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헤기.”


  케르. 헤기는 케르를 말하지 않았다. 처음 저를 팔아넘기려는 자에게서 도망쳤을 때 다짐했던 일이다.


  “헤기…좋은 이름이네요. 무언가 숨겨진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티이가 웃으며 말했다. 의미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티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제례가 있어서 가봐야 해요. 헤기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티이는 용병단에서 헤기를 찾는다는 말과 얼마든지 여관에서 푹 쉬라는 말을 듣고는 고민했다. 콜헨은 너무 보잘것없는 마을이었다. 어제 잠깐 본 사내는 저를 툭 치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내겠다고 했지만 콜헨은 헤기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선착장에서 보았을 때도 대부분 콜헨을 경유지로 생각하지 정착하지는 않았다. 어제 본 커다란 거미만 아니었다면 헤기는 콜헨에서 일주일도 있지 않은 채 지나쳤을 것이다. 마을의 수호신이 커다란 거미라니, 웃기지도 않아. 헤기는 그들이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길러진 숙주들은 마물이 되더라도 가문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 그들은 낄낄거리며 아제이스의 머리를 으깼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마물을 보고 그냥 지나치라니 절대 안 될 말이었다. 에일은 지키기 위해 살라고 했지만, 이대로 제대로 된 이유도 모른 채 몸 안에 있는 마물을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헤기는 쉬라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용병단을 찾아갔다. 근래에는 환영이 보이질 않았지만, 쉬는 날이 오면 꼭 환영이 저를 덮쳤다. 어떤 형태로든, 악몽이든 헛것이든 헤기는 푹 쉬어본 게 언젠지 새어봤다.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용병단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날 선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헤기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는데 저를 향한 말은 아니었다. 몇 명이 헤기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금세 높아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용병단 한가운데서 용병단원으로 보이는 이들과 은색 플레이트를 입은 여자가 대치하고 있었다. 헤기는 그 사이에서 빨간 머리의 여자를 찾았다. 저를 찾고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이래서는 종일 대화는커녕 통성명도 하지 못할 것이다. 헤기가 여자의 옷깃을 쭉 잡아당기자 여자는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대더니 헤기의 얼굴을 확인하곤 미소를 지었다. 너는 어제…! 그때였다. 침착한 목소리의 여자가 검을 뽑아 들 것처럼 흉흉한 기세로 용병단을 노려봤다.


  “우리 자리를 좀 옮기자.”


  빨간 머리 여자는 헤기를 데리고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놀랬지? 분위기가 살벌해서…원래 용병단과 기사단은 사이가 조금 안 좋거든.”


  조금? 헤기가 묻자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원래도 사이가 안 좋았는데 어제 대장님이 다치고 나서 갑자기 나타나 자기들이 이번 일을 맡겠다고 하니까…” 여자가 말끝을 흐렸다. 이 일은 그만 얘기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참, 소개가 늦었지! 난 케아라야.”

  “……헤기예요.”

  “헤기! 좋은 이름이구나. 그리고 저쪽은 앨리.”


  케아라가 헤기의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막 뒤에 숨어있던 조그마한 사내가 나왔다. 저와 비슷한 또래정도 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들은 서로 애칭이니 뭐니 하며 떠들었고, 헤기에게 영웅이라고 말했지만 새겨듣지 않았다. 어제 일 때문인 것 같은데. 거미는 종에 깔려 죽었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라는 사실을 헤기는 말하지 않았다.


  “그나저나…마렉이 너에게 신입 교육을 해줘야 하는데 상황이 이래서…”

  “…신입이요?”

  “원래 신입은 훈련장을 다녀와야 하거든.”

  “영웅이라면서요…?”

  “영웅은 영웅이고 신입은 신입이지!”


  케아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 다른 일을 할까. 그런데 배운게 용병일이고 해왔던 게 용병일이었다. 마을에 머무르기 위해선 용병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 누군가 천막을 걷고 들어왔다. 여관에서 봤던 남자였다. 남자는 헤기를 지나쳐 케아라에게 대금이라며 금화 주머니를 건넸다. 케아라는 고마워. 하며 받아들다가 말했다.


  “허크 시간 괜찮으면 헤기 훈련 좀 시켜주지 않을래?”

  “…난 이제 용병도 아닌데.”

  “보다시피 조금 바빠서. 그래도 한때는 유망주였잖아?”


  케아라가 허크에게 부탁했다. 허크는 곤란한 얼굴을 하더니 헤기를 내려다봤다. 등에는 커다란 검을 메고, 옷은 갑옷 차림이었으니 누가 봐도 용병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헤기는 바쁜 건 마렉 뿐인 것 같은데. 하고 대꾸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허크가 제 정수리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응? 오랜만에 괜찮은 신참이란 말야. 어쩌면 영웅일지도 몰라.”


  케아라가 들떠서 말했다. 허크는 어쩔 수 없다며 헤기의 어깨를 붙들고 용병단에서 나왔다.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 헤기를 보고선 허크는 싫음 말고, 하며 마을을 나섰다. 헤기는 콧방귀를 흥 하고 끼다가 허크가 점점 멀어지자 헐레벌떡 뒤를 따라갔다. 배를 타는 그를 보곤 말했다. 배는 왜 타요? 걸어가면 되지 않나? 훈련장이라면서 설마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 헤기의 말에 허크는 아까 케아라가 설명해주지 않았느냐. 하고 입을 다물려다가 말했다.


  “칼브람 용병단은 주로 배를 이용해서 출정해. 이그나호 강이 크고 여러 갈래로 뻗어있어서. 걸어서 이동하려면 반나절은 걸릴 거다.”


  헤기는 배에 먼저 올라탄 허크가 건네는 손을 잡고는 무사히 배에 올랐다. 작은 배였는데 곧 가라앉을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허크 옆에 바짝 붙어있자 그가 헤기를 떼어냈다.


  “내 배야. 안 가라앉으니까 좀 떨어지지그래.”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까진 없고.”


  강줄기를 따라 얼마 가지 않자 조그마한 선착장이 나왔다. 헤기는 챙겨온 단도를 들고서 허크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곳엔 나무 조각이 일렬로 서 있었는데 에일이 처음 저를 가르쳤던 것과 똑같았기에 별로 어려울 건 없었다. 헤기는 이 정도쯤이야. 하는 얼굴로 나무 조각을 맞췄다. 허크는 전혀 놀란 기색도 없이 다음 훈련장이 있다며 헤기를 데려갔다.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 투덜거리려다가 참았다.


  “너 생각보다 말이 없구나.”


  허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헤기는 일자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할 필요도 없거니와 하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과묵하네. 자주 들었던 말이다. 헤기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침묵을 고수했다. 그냥, 그편이 차라리 편했다. 용병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말은 필요치 않았고, 용병단에서도 많은 걸 묻지 않았다.


  “내 이름은 알 테고, 네 이름은 어떻게 되냐.”


  일찍도 물어본다. 헤기는 허크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숙여 한숨을 내뱉었다.


  “헤기…예요.”

  “평범하네.”

  “…뭐 당신보다야…”

  “헤기 이제부터 실전이야.”


  허크가 헤기의 어깨를 붙들었다. 네? 고개를 들어 허크가 가리킨 곳을 보자 그곳에는 커다란 나무문이 있었고, 그 뒤로 움직이는 물체가 보였다.

  “저건 목인이라고 불려. 평범한 나무토막에 마법을 걸어놓은 것뿐이지만 방심하면 다친다.” 허크가 헤기의 등을 팡팡 두들겼다. 자기 힘이 얼마나 센지 알고 있을까. 헤기는 괜스레 등을 툭툭 털고는 나무문을 지났다. 일제히 달려드는 목인은 저보다 작고 느렸기에 해치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야. 헤기는 이게 끝이에요? 하고 허크를 돌아봤고, 그때 허크가 등에 지고 있던 대검을 제 머리 위로 날렸다.


  “헤기.”


  묵직한 검이 머리 위를 스치고 뒤쪽 벽에 박혔다. 허크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헤기에게 다가왔다.


  “내가 방심하면 다친다고 했지.”


  허크는 제 검을 다시 잡아 뽑았다. 허크의 검 아래 깔린 건, 저보다 훨씬 큰 목인이었다. 손에는 해머를 들고 있었고, 제가 뒤돌아본 사이 다가왔을 것이다. 헤기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허크를 바라봤다. 그는 아까와 같이 한숨을 내뱉었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한숨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헤기는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너 그 실력으로 용병은 무리겠다.”









 

  헤기가 터벅터벅 용병단으로 돌아왔다. 케아라는 헤기를 발견하자마자 다가와서는 어땠어? 괜찮았지? 하고 연신 물어봤지만 헤기는 그냥, 하고 말끝을 흐렸다. 괜찮긴! 완전 꽝이었다.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도움 되는 내용 역시 하나도 없었다. 허크는 저를 선착장에 내려주고는 알아서 가라며 홱 등을 돌렸고, 헤기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용병단으로 돌아왔다. 케아라는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였다. 한참 실랑이를 하던 남자가 헤기! 하고 친근하게 부르며 다가왔다.


  “난 마렉이야. 어제 봐서 알고 있지?”


  마렉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낡은 플레이트 투구를 벗지도 않은 채 말했다. 큰 키는 아니었지만, 제법 매서운 손이 헤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어젠 정말 대단하던데? 네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 그는 아까완 다르게 다정한 목소리였다. 헤기는 네, 하고 대답했다. 그에게서 다른 이들의 모습이 겹쳤다. 헤기는 고개를 홱홱 저으며 환영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마렉은 칭찬을 아끼지 않더니 어제 헤기가 입었던 옷이 엉망이었다며 죽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야. 하고는 새로운 옷을 꺼냈다.


  “조금 크려나….”


  마렉이 눈대중으로 옷과 헤기를 번갈아 보더니 중얼거렸다.


  “마렉!” 케아라가 눈치를 주지 않아도 헤기는 괜찮았다. 정말 괜찮았다, 케아라가 눈치를 주지 않았으면 더 괜찮았을 것이다. 헤기는 빨개진 얼굴을 수습하지도 못한 채 마렉의 크면 수선해줄게. 하는 말에 그냥 입을게요! 하고 옷을 낚아챘다. 해줄 수 있는데… 마렉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좋아. 이제 북쪽 폐허를 조사하러 갈 거야. 헤기. 이게 뭔지 알아보겠어?”


  손아귀에 들어오는 작은 해골. 그리고 그 해골의 이마에 그려진 의미모를 문양. 헤기는 붉게 빛나는 문양을 보곤 마렉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모르는 것이다.


  “어제 종탑 위에서 주웠던 물건이야. 그런데 내가 알기론 이 붉은 징표는 마족을 의미하는 거거든.”


  헤기는 저도 모르게 손목을 꽉 감쌌다. 상처 아래에서 문신이 붉게 빛나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놀 종족은 마족이 아니야.” 케아라가 거들었다.

  “내 말이 그거라니까. 마족은 인간과 전쟁을 하고 있는 무리를 일컫는 말이야. 그리고 놀 종족은 거기에 속하지 않지. 그렇지만 이번엔 우리들을 공격했고….”

  “…….”

  “그래서 헤기, 네가 조사를 좀 해줬으면 해. 어렵거나 위험한 일은 아니고, 놀 종족이 머물고 있는 북쪽 폐허에 가서 그들의 동태를 좀 살펴보고 와 줘.”


  마렉이 구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불렀다. 잭이라고 불린 남자는 왼손에 손가락이 네 개뿐이었다. “헤기를 데리고 북쪽 폐허로 가줘.” 남자는 헤기를 보며 하품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함께 행동해. 용병단이라고 해도 단독행동은 금물이야. 알겠지?”

  “괜찮은데요…”

  “헤기. 배는 어떡할 건데?”

  “아……”

  “잭은 베테랑이야. 걱정하지 말고.”

  “네…”

  “이상한 사람도 아니니까.”

  “알아요.”

  “알긴.” 


  마렉이 헤기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별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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