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무척이나 낡았지만 몇 번이고 도색하고 수리하여 닦아낸 티가 보여 매우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번 험하게 휘두르긴 하지만 녀석의 긴 손가락과 손바닥에는 항상 굳은살이 있었다. 놓치지 않기 위해 세게 쥐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마치 자신이 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꼭 쥐고 있는 것처럼.
하루는 코네코마루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방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물론 연락을 넣지 않았기에 있을지 없을지는 몰랐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코네코마루는 없었고 엉뚱한 시마만 왜? 하고 되물어왔다. 코네코마루는 동아리활동에 갔다며 조금 있으면 돌아올 거라는 소리에 코네코마루의 침대에 누워 뒹굴 거리다 문득 시선이 반대편으로 향했다. 품안에 그것을 꺼내 정성스레 닦아내는 모습은 평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평소완 다르게 조금, 금욕적으로 보일지도,
"그거 소중한 건가 봐"
목소리에서 삑사리가 났다. 린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을 기다렸다.
“키리크야”
“응?”
“오쿠무라군의 검에도 이름이 있지? 이건 그게 아니라 키리크라고 불러”
린은 자신의 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아버지가 주신거야.”
“진짜?“
린의 꼬리가 흔들렸다. 아버지, 그것은 린에게 있어서 운명적인 단어였다. 자리에 일어나 앉은 린이 눈을 반짝였다. 사실 시마에 대해서, 시마 렌조란 사람에 대해선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언제나 느슨하게 풀려 있어서 조금 재밌는 녀석 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이성을 잃어 무시무시한 힘을 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곧 원래대로 돌아와 도저히 본 실력을 알수 없는 녀석이라고,
좀 더 얘기해줘 라는 듯한 시선을 받은 시마는 잠깐 곤란해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게 아니라 죽은 형꺼야"
아,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솔직한 점이 린의 좋은점이니까, 시마는 그리 생각하며 좀 더 얘길 했다.
"형은 푸른밤에 죽었어, 나와 도련님을 지키려다가. 그리고 나는 도련님을 지키라는 말과 함께 이걸 물려받았지"
"……그…미안"
"아냐, 어차피 난 형 얼굴 기억도 안 나고"
"그렇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난 푸른불꽃에 죽을 일은 없잖아?"
"……"
"린"
넌 아마 모를거야. 내가 그 말에 얼마나 위안을 얻었는지,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살짝 처진눈을 곱게 접어 웃는 모습이라던가 끝이 삐뚤게 올라간 입꼬리라던가, 짧게 잘라 볼품없지만 긴 손가락이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속을 들끓게 하는지,
"무엇보다 …으니까"
"응?"
"린 여기서 뭐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갑작스레 들어온 코네코마루에 마지막말은 듣지 못했지만 괜찮거니 했다. 그때 조금 더 귀를 기울였다면, 너를 좀 더 지켜봤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네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심심해서 였을까, 혹해서 였을까, 무언가로 협박을 당했을까 아님 순간의 변덕일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난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피곤해, 린은 눈을 비볐다. 많은 생각 이후에는 항상 졸음이 몰려왔다. 다시 너를 만나면 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너에게로 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 꿈을 꿨다. 쿠리카라에 기댄 체 강해지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포근한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