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무라 유키오는 항상 제 형이 부러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아버지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형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바보 같이 웃으면서 맨날 아버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거스르면서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방황하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형이 부러웠고, 동시에 몹시 싫었다. 그것이 자기혐오인지 단순한 질투인지 어린 유키오는 몰랐다. 그저 아버지가 하란대로 하며 말을 따르면 가끔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게 좋았다. 크게는 표현하지 못해도 그것이 저와 아버지만의 비밀이라도 되는 양 그랬다. 하지만 그것이 부숴 지는 건 아주 쉬웠다. 넥타이 매는법이라. 아마 제 첫 넥타이는 슈라가 매줬던 것 같다. 아버지는 뒤에서 그것을 지켜만 보고 계셨다. 그때만 해도 별 생각 없었던 것을 왜 형한테는. 유키오는 조용히 뒤돌았다.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형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왜냐고 물으니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 유키오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 유키오를 엑소시스트의 세계에 끌고 들어갔다. 첫 마장을 받았을 때 유키오는 제 이마를 쓸어내려 주며 물수건을 얹어주는 아버지를 보고 작게 웃었다. 휴우증은 지독했다. 그것마저 참았다. 착한 아이이고 싶었으니까.
“아버지가 죽었어.”
발밑이 산산이 조각났다.
유키오는 당장이라도 형의 멱살을 잡고 묻고 싶었다. 아버지가 죽을 때 무얼 했냐고, 함께 있지 않았냐고, 대체 왜. 아버지가 죽어야 했냐고, 차라리. 차라리.
“미안하다.”
그제야 유키오는 깨달았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착한아이’ 혹은 ‘좋은 아들’이고 싶어서 저질렀던 모든 일들은 전혀 착한 것이 아니었다. 형을 질투하고, 아버지를 원망하고, 사람들을 미워하며 저질렀던 일들은 제 욕망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유키오는 입술을 꾹 깨물고 멱살을 놓았다. 사과조차 할 수 없었다. 형은 언제나 그랬다. 나보다 항상 한 발짝 뒤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성큼 뛰어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나의 우리들의 아버지. 대체 왜 저희를 거두고 저희를 키우신 겁니까. 대체 왜 자신은 형의 꼭두각시로 만든 것입니까. 그리고 형은 대체 왜.
유키오에게 필요한건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사람이었다. 사람은 지켜야 할게 있어야 강해진다. 제 아버지가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제 앞을 막아선 푸른 불꽃을 보여 유키오는 그제야 아버지의 말을 조금 이해했다. 아마도 우리 형제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하여 이렇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새 자신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형에게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아스라지는 시야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