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형이나 동생과 달리 깨끗한 몸으로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수 있었던 킨조는 스스로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엑소시스트가 되는 길을 걸었다. 그것을 보던 제 동생인 시마 렌조는 철 없는 짓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한채 학원에 무사히 입학했다. 집안은 엄격했고, 킨조는 제가 생각해도 조금은 동네 골목대장 스러웠으나 가족을 퍽 아꼈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가족을 아끼고 제 집안을 사랑하는 아들이라도 머리를 기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샛노랗게 물들인 것을 보며 화를 내지 않을 부모는 없었다. 훗날 형인 주조와 동생인 렌조가 농담삼아 그때일을 입에 올리곤 했으나 킨조는 자랑스레 그것을 떠들곤 했다.
“너 뭐하냐?”
그리고 문제는 제 동생인 렌조가 학원에 갔다가 방학동안 집에 왔을때 발생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인줄 알고 무시하려던 킨조도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것이 동생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분명 집에서 떠날때는 새까맣게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언제 그걸 분홍색으로 물들였는지 아주 꼴이 가관이었다. 킨조는 그걸 보며 당장이라도 머리를 쥐어 뜯어버리려고 했으나, 아직 아버지도 못만났다는 말에 쥐어뜯던 손을 멈추곤 시익 웃었다. 그렇단 말이지.
제 머리를 보고서 거품을 물고 쓰러지던 아버지였다. 아마 동생의 머리를 보면 키리크를 들고 죽어라고 쫓아오실지도 모른다.
“형이 그렇게 웃을때는 꼭 이상한 생각할때인데….”
“너만 하겠냐. 짜샤. 형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하지만 역시 저 말투는 심히 거슬렸으므로 밟고 있던 등은 마저 자근자근 밟아주는 것이 형으로써의 도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뜻밖의 대화였다. 킨조는 제 동생과 아버지가 하는 말을 듣고 한참이나 있더니 이내 자리를 떠났다. 들어서는 안되는 것을 들어버린것 같았다. 그것은 아니 그 자리에는 동생이 아닌 제가 있어야 했다. 거기에는 저보다 아직 어리고 약한 동생이 있어서는 안되었다. 하다못해 주조 형이 그 자리에 앉아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납득했을 것을. 킨조는 마루에 걸터 앉아 한참을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쓸데없이 맑은 날이었다.
삐걱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동생이 제 얼굴을 내려다보며 뭐해? 하는 영양가 없는 질문을 뱉고는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아마 대답을 듣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킨조는 제 동생이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불쌍하다면 푸른불꽃에 죽은 첫째형이 제일 불쌍했지. 시마가에서 태어나서 엑소시스트가 되고 도련님을 지키며 주지스님의 뜻을 이어받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저도 그럴터였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 동생은 어리다. 왜 너는 하필이면, 도련님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세월을 겪어 비참한 인생을 살려고 하느냐.
킨조는 제 동생을 볼때마다 죽은 첫째형이 떠올랐다.
킨조가 노래를 시작하고, 밴드 사람을 모은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노란머리는 꽤 잘어울렸고, 사람들도 모였다. 그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비록 부르는 노래가 감미롭지는 않아도.
아, 인생이란. 킨조는 제 공연을 보며 혀를 차며 나가는 동생을 보았다.
자신은 쓸데 없는 걱정을 했던 것일까. 동생은 자신보다 강했다. 무엇이든. 그것은 킨조로서는 상상할수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건, 평범하게 살아야 하는건 이 집안에선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도, 형도 저도 제 동생도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 불꽃이 어떤 색이던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