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집요하다. 그것은 유키도 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니 이 학원에서 제 형을 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눈치가 없는 시에미 마저 어디 화난게 있냐고 물어왔으니 대놓고 쳐다보고 있다고 광고하는 꼴이었을 것이다. 유키오는 그런 제 모습이 퍽 웃겼는지 웃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조금 피곤했을 뿐이라고.
제 형은 어딜가나 눈에 띄었다. 활발하고 사람 좋아하고, 사람이 좋았다. 사람이라. 좋게 말해서 사람이지. 그게 싫었다. 다른 사람에게 웃어주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에는 그것을 모두 제 사람으로 만들고 제 편으로 만들고 제 옆에 남게 만들었다. 오쿠무라 린은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지는 사내였으므로 자신이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대 사랑은 아니라고, 같은 배에서 나와 같은 피를 가지고 같은 혈통을 가진 우리들이 하는 것은 절대 사랑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다.
때때로 사랑은 증오와도 같은 양날검이라 그들의 마음에 서로 비수를 꽂았다.
아버지는 왜 자신에게 형을 지키라고 한것일까. 아버지는 왜 형만을 좋아 했을까. 아버지는 도대체 왜!! 자신에게만 이렇게 험난한 인생을 선물한 것일까. 그것이 선물이란 말로 포장될수 있는가는 얼마나 편한 일인가 생각했다. 아무 생각없이 자고 있는 형의 모습을 보며 유키오는 알수없는 감정이 휩싸였다. 그것은 태풍의 눈과 같아서 그 옆에만 가면 고요해졌는데 오히려 유키오의 속은 난장판이 되었다. 그래서 총을 겨눴다. 그 새파란 눈이 일렁거리며 유키오를 바라봤다. 언뜻 이름을 불렀던 것도 같은데 그것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피곤한것 같더라.”
형은 그것에 대해 그렇게 말하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결국 총은 쏘지 못했으니까. 제 앞에 놓여지는 따뜻한 국물을 보며 유키오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말을 하면 현실이 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진짜 피곤했던 것이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할정도의 피로감이 유키오의 어깨를 짓눌렀다.
“가끔은 이 형님한테 기대고 그래도 된다고.”
웃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평소와도 같은 목소리였다. 린은 그렇게 유키오에게 밥을 차려주고는 뒤를 돈 채 인사를 건냈다. 먼저 간다. 늦은 아침이었다. 유키오는 그제야 자신이 병가를 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마를 쓸어내렸다.
“형 지각이잖아!! 어디서 폼을 잡고 있어!!”
유키오가 소리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나가는 시늉을 한 린이 뒤돌아 시익 웃었다.
“다녀올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영락없는 평소 모습이었다. 유키오는 잘 차려진 아침밥을 앞에 두고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 혼잣말로 잘먹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한때는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죽이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이 마음을 버릴수 없다면 죽이기라도 해야 내가 사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