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는 눈앞에서 불타 사라지는 악마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카레가 좋겠어. 도련님께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그런 평범한 생각. 악마를 죽이는 것은 썩 즐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를 죽이는 것은 같은 악마의 힘이었고, 그들은 카니발리즘이라도 있는지 사라지는 동족의 몸뚱아리를 잔인하게 뜯어 먹었다. 시마는 이내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돌아가면 몸을 씻을 여유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다.
“시마.”
네, 네. 도련님의 목소리에 시마가 별 수 없이 대답했다. 잔뜩 널어놓은 빨랫감을 보고서 해명하라는 듯 턱짓을 하였으나 시마는 차마 ‘우리가 자주 가는 가게 길목에 무시무시한 악마가 있었는데 혼자 처리하다가 피가 튀어서 그랬습니다.’ 라고 대꾸하지 못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만 있던 코네코마루가 한숨을 쉬며 도련님을 말렸고, 덕분에 시마는 아무 탈 없이(여전히 도련님은 노려봤지만) 제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코네코마루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숨기는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기척을 숨기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지우는 것이라, 시마는 제 속에 있는 검은 불꽃을 그대로 가뒀다. 어차피 한번 꺼내면 제어 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오쿠무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제어하지 못하는 불꽃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가끔, 시마는 오쿠무라 옆에서 같이 불꽃놀이를 하는 상상을 했다.
코네코마루가 자신의 몸이 안 좋다는 걸 알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은 하루 종일 앓아누웠다. 바로 옆 침대에선 한참을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시마는 그것을 신경 쓸 정도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이마위에 올라오는 차가운 물수건에 간신히 눈을 뜨고 그에게 고맙다고 하는 게 다였다.
“…고마워.”
“됐어.”
코네코마루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도련님은 곤란해 할 것은 묻지 않았다. 그것이 아주 고마워서 시마 역시 말하지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게, 모르고 있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둘은 아직 모르는 게 좋았다.
시마 렌조에게 행복이란 이러한 것들이었다. 도련님과 코네코마루와 함께 다니면서 웃을 수 있는, 가끔 오쿠무라 형제와 장난도 치고, 이즈모와 시에미에게 농담을 건 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하루.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것인데도 시마에겐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아주 힘들게 노력하고, 자신을 희생해서 만든 하나의 울타리였다. 그랬기에 이정도 아픔은 당연한 대가였고, 행복을 이 정도에 살 수 있다면 아주 후 한거라고 생각했다.
아, 카레냄새. 시마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서였다. 시계를 확인한 시마는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차피 늦을 거라면 확 늦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웬 카레냄새?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침대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 남자 셋이서 그러고 있으니 참 보기 싫네요. 시마의 말에 셋이 고개를 돌렸다.
“기껏 도시락까지 챙겨왔더니…”
“오쿠무라군 도시락 정말?!”
황급히 몸을 일으키자 그대로 도련님의 손이 쭉 뻗어와 머리를 눌렀다.
“네가 밤새 잠꼬대해서 오쿠무라한테 부탁까지 해왔다!”
“제가요?”
아, 그랬구나. 시마는 얼빠진 얼굴로 눈앞에 놓인 도시락을 봤다. 카레냄새가 방안에 솔솔 퍼졌다. 그래. 예를 들면 이런 행복. 이 작고, 아무것도 아닌듯한 것들이 나의 행복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