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셒
my little, lovely boy
그곳 <타임스퀘어>는 인적이 드문 골목 뒤 지하에 있었다. 새빨간 전광판이 깜빡이고, close 간판을 걸어둔 가게여서 아무도 찾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그런 가게였다. 해리 하트가 그곳을 알게 된 건 어느 한 임무 때문이었다. 마약 밀거래가 빈번하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 가게에서는 사람이 없었다. 번잡할 줄 알았던 가게에는 몇몇의 만취한 남자와 마담으로 보이는,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여자. 그리고 무대 중앙에 홀로 소년이 서있었다. 미성년잔가? 해리는 조금 인상을 쓴 채 소년을 노려봤다. 그러나 모자 아래에 감춰진 얼굴에선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끽 해야 스무 살 초반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이런 곳에서 노래라니, 희귀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라 해리는 등을 돌려 바에 앉았다. 간단하게 브랜디를 주문한 뒤 주변을 살폈다.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노랫소리가 들렸다. 해리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마이크를 양손으로 쥔 채 눈을 감고 노래를 하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노래였다. 해리는 멍하니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다 멀린의 목소리가 들린 후에야 자신이 정신이 팔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새 소년은 무대에서 내려가고 없었다. 텅 빈 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간간이 스피커 사이로 피아노와 색소폰 소리가 들려오긴 했는데 그 어떤 것도 소년의 목소리를 잊게 만들 수 없었다. 해리는 의자 밑에 도청기를 붙인 뒤 가게를 빠져나왔다. 가게를 다시 찾아간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굳이 갈 필요 없는 가게였지만, 해리는 그 소년의 목소리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다시 갔을 때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마담에게 물으니 에그시요? 하고 대답이 들려왔다. 소년의 이름은 에그시였다 모레쯤에는 올 거예요. 마담이 해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가슴을 끌어 모으며 자리를 옮겼다. 에그시는 인기가 좋거든요. 그때까지 해리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단지, 목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런 가게에서 골목을 조금만 빠져나가면 사창가가 즐비하는 곳이었는데.
다시 가게를 찾아가자 에그시가 얼굴에 멍을 달고 있었다. 입술이 터진 건지 노래하는 내내 입술을 떨었다. 검붉은 색으로 물든 한쪽 눈은 뜨지도 못했다. 다리를 절뚝 거리기도 했다. 해리는 가게를 빠져나가 에그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계단 아래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던 에그시는 고맙습니다. 하며 손을 잡고 일어났다. 아마 넘어진 것일 것이다. 에그시는 해리의 부축을 받은 채 계단을 내려왔다. 손수건을 건네자 인상을 썼다.
“괜찮습니다.”
“받으렴. 네 목소리에 대한 값이란다.”
마지못해 손수건을 받아든 에그시가 입술을 지긋이 눌렀다.
“저번에도 오셨었죠? 바에 앉아 계셨잖아요.“
“기억력이 좋구나.”
“뭐, 여기 손님 없으니까요.”
해리는 내심 에그시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대를 했으나, 돌아오는 사실에 실망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해리 하트.“
“에그시, 아니 게리 언윈이요. 다들 에그시라고 불러요.”
게리 언윈. 이하 에그시는 자신이 생각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아이였다. 얌전하고 조용할 줄 알았던 소년은 생각보다 말이 많았고, 똑똑했다. 해리는 에그시와 함께한 저녁 식사에서 묻지도 않은 그의 과거사와 버릇까지 알아야 했으며, 지금은 새아빠와 살고 있다는 사실과 바에 있던 마담이 사실은 에그시의 엄마라는 것도 알았다. 에그시는 종종 바에 노래를 부르러 온다고 했다. 노래를 좋아하냐고 물으니 엄마가 좋아한다고 대답한 에그시는 조금 울적해 보였다. 그러나 그 이상은 말해주지 않아 왜 에그시가 울적해 졌는지 알 길은 없었다. 해리가 에그시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에그시가 해리의 앞에 마주섰다. 모자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그들은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분명 봤다면 서로 당황했으리라.
“식사 즐거웠어요.”
“나야 말로. 다음에 또 함께 하고 싶구나.”
“저야 영광이죠. 그럼 전 일이 있어서 가볼게요!”
그건 마치 어설프게 짜여 진 각본을 읽는 것 같았다. 에그시는 해리가 붙잡을 틈도 주지 않고서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해리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머저리 같은, 언제 또 가게에 오느냐고 물어보기나 할 걸. 그리고 삼일 째 되던 날 해리가 본건 엉망이 된 에그시의 얼굴이었다.
“헉...흐,으...”
제 밑을 들락날락 거리는 성기를 느끼며 에그시가 몸을 떨었다. 루브도 없이 구멍을 파고든 성기는 몇 번이나 의미 없는 피스톤질을 반복하며 마찰하다가 진득한 정액을 내뱉었다. 남자는 그래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몇 번 더 성기를 에그시의 허벅지에 문지른 후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사정했다. 다리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을 느끼며 에그시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남자가 샤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돈을 세어본 에그시는 작게 웃었다. 이정도면 오늘 하루치 약은 살 수 있을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에그시를 내려다봤다. 마치 여태껏 가지 않고 뭐했냐는 표정이었다. 에그시는 괜히 맞지도 않은 한쪽 얼굴이 시큰거리는 느낌에 재빨리 옷을 입고 낡은 방을 빠져나왔다. 아직 다리 밑에 약장수가 남아 있어야 할 텐데. 에그시는 꼬깃꼬깃한 돈을 신발 깔창아래에 넣곤 일어났다.
“머그시. 뭐하냐.”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몸은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위축했고, 숨은 가빠왔다. 순간 몸속에 있던 피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기분에 현기증이 일었다. 덜덜 떨리는 다리로 애써 몸을 지탱한 에그시가 몸을 돌려 그를 마주봤다. 아직 빼지 않은 정액이 다리 사이로 주르륵 흐르는 것 같았다.
“뭐하긴요. 일하는 중이지.”
“그래?”
딘 엔소니 베이커. 이 골목의 주인이자 자신의 새아빠. 엄마의 남편 그리고 자신을 이곳에 팔아넘긴 작자였다. 그는 에그시의 부어오른 뺨을 지나 멀쩡한 반대쪽 뺨을 두드렸다. 에그시는 그가 무서웠다.
“아까 널 데려갔던 샌님한테선 얼마나 받았냐?”
아, 나는 그가 정말로 무서웠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에그시를 보며 반항이라도 하냐고, 자길 무시하냐고 소리치며 뺨을 내리쳤다. 이제 양쪽 다 빨갛게 부어오른 얼굴에 에그시는 금세 울상이 됐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저,정말 아무것도 안했어요. 에그시의 말에 그는 웃기지 말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럼 그 남자가 널 뭣하러 데려가? 네놈이 뒷구멍 말고 쓸데가 어딨다고?”
건방진 놈. 건방진 새끼. 남자는 한참이나 에그시를 발로 차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주변을 돌아봤다. 위험해. 온 몸의 신경세포들이 발작을 일으키듯 몸이 달아올랐다. 그건 요 몇 년간, 에그시가 몸을 팔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직감이었다. 지금 그는 자신이 돈을 주지 않아서 화난 게 아니었다. 하물며 무시해서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화풀이를 할 곳이 필요할 뿐이었다. 바닥을 질질 기어 도망치려던 에그시의 눈앞에 더러운 운동화가 나타났다. 손에 들려 있는 배트를 보며 에그시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침대가 삐걱거렸다. 하반신에 감각이 없는 것 같아. 에그시는 낯선 손님의 모습과 흔들리는 백열등을 보며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그 남자가 떠올랐다. 해리 하트.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왔다는 남자.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키가 매우 큰 사람이었다. 에스코트에 매우 익숙하고, 매너가 좋은, 자신과는 평생 인연이 없을 남자였다. 만약, 그 남자가. 해리가 자신을 샀더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몸을 팔고, 약을 사고, 딘에게 얻어맞고, 다시 몸을 파는. 하지만 에그시에게 해리는 특별했다. 단, 몇 시간뿐인 만남이었지만 해리는 에그시에게 꿈같은 시간을 내주었고, 에그시는 그것을 스스로 가뒀다. 앞으로 다신 만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는 이런 곳에 어울리는 사람도, 하물며 남창을 살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내게 언제까지나 꿈속의 마법사였고, 나는 어디까지나 그에게 노래하는 소년으로 남고 싶었다.
“오랜만이구나. 에그시.”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신은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중략
해리는 여전히 몸에 딱 맞는 수트와 안경을 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쓰면 샌님 처럼 보였을 안경이 그의 얼굴에는 마치 원래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딱 붙어있었다. 그리고 안경은 아주 약간이었지만 해리의 표정을 숨기는데 유용했다. 때문에 에그시가 황급히 제 얼굴을 숨기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때 잔뜩 구겨진 그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일이 있어서 말이다."
대체 저 신사가 이런 더러운 뒷골목에서 하는 일이란건 뭘까. 에그시는 잠깐 마피아나 스파이 같은 것을 떠올렸다가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그에 대한 추측은 가능한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무얼 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설령 딘처럼 자기 아내를 패고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들에게 몸을 팔라고 해도 해리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직접 나오지 않는다면 에그시는 웃을수 있었다. 내가 시간을 딱 맞춰 왔나 보구나. 해리가 가게의 문을 열어주며 웃었다. 에그시는 그 자연스러운 행동에 혀를 내두르며 그는 절대 아내를 패거나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굳혔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간 가게 안에서 에그시는 움직일 수 없었다. 미쉘의 앞에 앉아 있는 등은 분명 딘이었고, 그 주위로 그의 똘마니 들이 앉아 있었다. 순간 에그시는 당장 해리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나 딸랑.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딘이 뒤를 돌아봤고, 해리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렸으며 그와 동시에 딘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저를 비웃었다.
"에그시?"
그러나 에그시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딘에게서 도망갈 용기. 해리를 데리고 도망갈 힘. 미쉘을 버리고 뛰쳐나갈 마음. 그런게 있었다면 진작 이곳을 벗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에그시는 해리가 자신의 시선을 따라가다 딘과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딘의 시선이 자신의 위를 따라 올라갔다. 에그시는 황급히 몸을 돌려 해리를 마주보며 웃었다. 좋아하는 노래 있어요? 금세 고개를 내린 해리가 에그시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글세, 네가 불러주는 거라면. 뭐든지 좋단다. 낯뜨거운 소리에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에그시는 어색하게 웃은 후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해리의 손을 떼어내곤 무대에 올라섰다. 작은 바에 보기드문 공간이었다. 살짝 높아진 시야에 에그시는 오로지 해리만 보며 미소지었다. 다행이도 그는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자리잡았고, 바는 제일 뒤쪽이었다. 에그시는 애써 딘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에그시의 노래는 여지껏 모두 미쉘을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노래를 좋아했다. 작은 바에 억지로 무대를 채운것도 그때문이었다. 미쉘은 에그시에게 악기를 배우라고 했지만 사정상 그럴순 없었고, 미쉘도 에그시가 몸을 판 이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에그시는 미쉘을 위해 노래했다. 하나뿐인 우리 엄마. 불쌍한 우리 엄마. 그리고 불쌍한 나. 에그시는 스스로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쉘이 저를 바라볼때 그 눈빛이 너무 애처로워서 저도 같이 불행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랐다. 에그시는 미쉘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지금의 관객은 해리 뿐이었다. 해리만을 위해 노래했고, 해리만을 눈에 담았다. 그가 보고 있으면 저의 가치도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의 모습만 눈에 새겼고, 자신의 목소리만 귀에 담았다. 에그시는 확신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왔을때 에그시는 다시 지옥의 밑바닥에 처박히는 기분이었다. 딘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짝.짝.짝. 그리고 그런 에그시를 다시 끄집어 올린것도 해리였다. 바안에 그의 박수소리가 울렸다.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에그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보답할 시간을 부디 주지 않겠니?"
-중략
아들. 네 아빠는 노래를 정말 잘했어. 엄마는 가끔 죽었다던 아빠 얘기를 해주곤 했다. 기타하나 들고 공원에 앉아 있던 네 아빠를 처음 봤을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지. 목소리가 조금 들떠있어서 에그시는 마냥 엄마가 즐거운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루는 너무 우울한거야, 되는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도, 내 투정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어. 근데 그때 네 아빠가 생각나더라. 그래서....무작정....그 공원을 찾아갔어. 근데...사실 있을리가 없다고, 알면서도 갔어...비가 왔었거든. 이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비가 오는 날엔 공연을 하지 않아...그치? 그래서 뒤돌아 가려고 했는데...거기에 네 아빠가 있었어. 이야기의 막바지에 들어섰을때 나는 거의 졸고 있었다. 엄마가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 느껴지는 촉촉한 감촉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니까 아들, 엄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지 않을래?
-중략
소리도 내지 못한채 에그시는 꺽꺽 울었다. 해리의 배에서 피가 멎을줄 몰랐다. 옷을 벗어 그 위를 막아봐도 소용없었다. 이럴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따라오지 말걸. 뒤늦은 후회가 에그시를 덮쳤다. 이럴줄 알았다면 사랑한다고 하지 말걸, 당신의 고백을 받아주지 말걸, 도망치지 말걸, 그냥 당신을 만나지 말걸, 처음 그날 당신을 무시했어야 했다. 내 주제에 무슨. 하면서도 떠오른 기대감은 쉽사리 지울수 없었다.
"해, ...... 해..."
목구멍에 딱 걸맄듯 튀어나오지 않는 단어가 속상했다. 에그시는 지금껏 무언갈 가져본적이 없었다. 인생부터 빼앗긴거나 다름없게 살아온 그였는데 무언갈 가진다는게, 그리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게 너무 벅찼다. 가끔은 이 질긴 목숨마저도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던 도중 당신을 만났다. 맞는것도 몸을 파는것도 지겨워 그만 둘까. 하던 차에 당신만이 내 노래가 좋다고 해주었다. 당신만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주었다. 당신만을, 사랑했다.
나한테는 벅찬 사람이라고, 생에 최초의 사랑은 너무나 달콤했고, 그만큼 위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못한 이유는 가진게 그것 뿐이어서였다. 늘 포기해야만 하는 인생에서 겨우 하나. 겨우 하나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생긴 것이다.
"에그시.....울고 있니...."
자신에게 과분했던 건지도 모른다. 탐해선 안되는 것을 탐한 죄라면 자신이 받아야 했는데, 신은 잔인하게도 그를 빼앗아 가려하고 있었다. 아, 신의 핏물에 잠겨 죽어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더럽고, 추잡하고, 더이상 구제할길 없는 자신.
에그시는 해리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곤 엉엉 울었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몸만 들썩였는데도 그는 그세 알아차렸는지 에그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그시...사랑한다...."
저도요,저도 사랑해요. 그것은 저주였다. 에그시는 제 목을 뚫고, 식도를 자르고, 성대를 집어 꺼내서라도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노래를...불러주겠니?"
아아, 나의 사랑. 나의 연인. 나의 단 하나뿐인 신이시여. 당신이 원한다면 이 목이 찢겨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yes...harry....y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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