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린 스구시마 베이스에
유키오x시마 구속
"전화받자마자 가는 겁니까. 오쿠무라 선생?"
"…비꼬지 마시죠."
헤에- 비꼬는거 아닌데, 렌조가 비웃었다. 어쨌거나 그-오쿠무라 유키오는 린의 보호자이자 동생이니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핸드폰은 눈치도 없지, 그 타이밍에 울리나. 렌조는 힝칫핏 하며 이불을 끌어안았다. 애초에 먼저 달려든 건 유키오 쪽이 아니던가, 자신은 받는 쪽이니 안해도 상관없지만 유키오는 이미 달아올랐을 텐데, 그 상태로 린에게 가겠다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있을까. 렌조가 유키오의 뒷모습을 보고 키득거렸다.
그는 처음 자신을 보고, 자신과 같다며 웃은 적이 있었다. 솔직히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지금은 확실히 알고 있다. 너무나 확연한 격차. 연모하는 사람과의 닿을 수 없는 격차는 우리 둘을 붙여놓기에는 충분했다. 우리는 욕구를 풀 수 있는 상대방이 필요했으니까.
전할 수도 전해서도 안 되는 마음을 알고 난 후 조금 느슨해 진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막 받아주는 느낌,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느낌,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싱글싱글 웃는 렌조를 보며 유키오는 안경을 고쳐쓰곤 말했다.
"아, 그리고 그 자리에…스구로 류지군도 함께 있었다더군요."
"……."
"물론 다른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가 무사하다는 소식은 없네요."
"……"
"……표정이 가관이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키오는 자리를 벗어났다.
***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제야 전에 린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 내 불꽃은 사람을 해치지 않아!- 그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구나, 린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전 무사하지 않다는 말도 안했다만."
"……이거 사람 열받게 하는구만…"
"그래요?"
가방을 챙기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얼핏 그의 입가에 미소가 띄워진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그를 골려줄까. 한 방 먹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텅 빈 교실은 유키오와 렌조 뿐이었다. 그 숨 막힐 듯한 정적 속에서 유키오는 안경을 바로쓰며 렌조를 쳐다봤다. -더 할 말은?- 그렇게 묻는 유키오의 눈에 렌조는 양손으로 그의 안경을 벗겼다. 여전히 텅 빈 눈동자 속에 나는 없었다. 딱히 그의 마음에 들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저 심통이 났을 뿐이다.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입을 맞췄다. 피하지 않고 오히려 허리를 붙잡는 손이 그 역시 참고 있었는듯했다.
몇 번이고 휘감고 들어오는 혀에 견디지 못하고 몸을 교탁 위로 올렸다. 그의 가방이 툭 떨어졌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급하게 옷을 벗기고 셔츠 안으로 손이 딱 들어오다가 멈췄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문밖의 인기척, 그리고 저 기운. 유키오는 황급히 인기척을 쫓아가려고 했다.
"그냥 가?"
렌조가 유키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유키오는 인상을 찌푸리며 가방을 집어 들었다. 이미 쫓아가긴 늦었다. 그렇다고 해서 렌조와 더이상 시시덕거리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유키오가 잡은 마지막 이성의 끈이었다.
"나쁜남자네…오쿠무라 선생님은"
"…악질이군요"
"선생님만 하겠어?"
***
그 일이 있고 난 후 보름정도 유키오와 렌조는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지냈다. 렌조는 유키오의 수업시간에는 딴곳을 본다던가 툭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수업을 빠지기 일쑤였다. 유키오 역시 아무렇지 않게 그러라고 했고, 둘의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린뿐이었다. 점심을 먹자며 유키오를 공원벤치로 불러온 린이 밥은 먹질 않고 유키오를 빤히 쳐다봤다. 왜 그래 형? 하고 물으니 우물쭈물하던 린이 유키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유키오…이 형은 다 이해하니까 렌조군이랑 화해해"
"…어?"
"너희 둘이 사귄다는 건 알겠어, 근데 그렇게 눈치볼 필요는 없어…"
"……"
"그때 들킨것 때문에 그렇지? 미안 내가 눈치가 없었어"
유키오는 순간 망치로 얻어 맞은듯한 기분이었다. '사귀다'라는 말을 들은 이후 린의 말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이제 끝이야 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난 네 형이니까."
아아. 유키오는 알았어. 하며 싱긋 웃었다.
***
그건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더 이상 나를 동생 이상으로 봐주지 않는다는 형의 말에 나는 죽음을 경험한듯했다. 이제 더 이상의 희망은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잖아. 하지만 소중한 형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다. 형을 더럽히고 싶진 않았다.
"여긴 왜 불러냈습니까?"
천장에 매달려 있는 로프를 툭툭 건드리던 렌조가 물었다. 오랜만이라 어색한건지 단둘이라서 어색한건지 렌조는 다른 곳을 보며 물었다. 유키오는 무언가를 하자고 부른게 아니었다. 렌조와 눈이 마주치고 한참을 지나 이곳에 오게 된 것 뿐이다. 렌조는 그 뒤를 따라왔을 뿐이고, 유키오는 코트를 한쪽에 벗으며 렌조를 쳐다봤다. 렌조는 그제서야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와보라고 하더니 하자는게 그겁니까? 정말이지 못 말리는 선생님이군"
"덕분에 많이 쌓였을거 아닙니까, 억지로 하고 싶진 않으니 옷 정도는 벗어주는게 어때요? 아님 벗겨주길 원하나?"
유키오의 말에 렌조는 됐습니다. 하고 뒤를 돌았다.
"오늘은 영 그러니 다음번에…"
"거칠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이미 창고 문은 쾅 닫혔다. 렌조는 무언가 잘못 돌아간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봤다. 유키오는 평소와 같이 웃고 있었다. -아, 이런 타입 곤란하단 말이다- 렌조는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러나 유키오는 갑자기 그럴 필요가 없다며 그를 쓰러트렸다. 차가운 바닥이 등에 닿자 렌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평소 유키오라면 이렇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라 하더라도 예의를 갖추고, 애무부터 시작하는게 순서였다. 오늘의 그는 그렇지 않았다. 유키오는 천장에 있던 로프를 끌어내려 그의 손을 묶었다.
"뭐하는 짓입니까, 혹시 SM플레이?"
유키오는 대답이 없었다. 벨트를 풀고 바지를 끌어내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항할 생각은 없었다. 딱히 하고 싶지도 않았고, 관계라는 것을 처음 맺어보는 것도 아닌데 억지로 당하는 처녀마냥 울고불고 하고 싶진 않았다. 딱 그 심정이었다. 강간당하는게 아니라, 합의를 보고 하는 듯한 느낌. 물론 유키오가 그렇게 생각할지는 미지수 였지만
처음하던것도 아니라 들어오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물론 풀어준다든가 윤활제를 쓴다든가 하는 배려는 없었다. 오늘은 그런걸 요구할 틈도 없었고, 장소도 아니었다. 따로 챙기고 다니는것도 아니니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빡빡하긴 했다.
"아,,,아아 아파…"
눈물이 찔끔 나올것 같았다. 손으로 무언갈 잡고 싶기도 한데 묶여 있어서 그러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유키오는 옷을 벗지 않았다는게 마음에 안들었다. 자신은 반나체인데 비해 유키오는 단정하기 그지 없었다. 끝까지 선생 행세야, 허벅지를 붙잡곤 뒤에서 찔러오는 탓에 얼굴을 바닥에 처박았다. 유키오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거야 원 자위하는 기분이잖아.
"읏…뭡니까…괴롭히기? 유치하네요"
"언제까지 말할 수 있나 보죠."
하! 렌조는 그를 비웃어 주며 중얼거렸다. -언제까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봐주지.- 허벅지를 꾹 눌러오는 손톱이 아팠다. 그리 길지도 않은 손톱은 하얀 허벅지 구석구석 붉은 자국을 남겼다. 렌조는 이를 악물고 유키오라고 불렀다.
"유…앗, 유,유키오…"
그건 전에 관계를 맺을때 그가 자주 부탁했던 말이었다. 어떻게 된 머리구조일까 생각했다. 그렇게 이름을 불러주면 자신의 형 처럼 생각되?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 표정없던 유키오의 미간이 찌푸려 졌다. 됬구나 생각했는데 유키오가 넥타이를 풀고는 그 넥타이로 입을 막았다.
"시끄럽군요…"
뱉어내지도 손으로 잡아내릴수도 없었다. 말은 못하고 침도 삼키지 못했다. 그대로 아, 하는 소리만 낼 수 밖에 없었다. 안으로 몇 번이고 들어온 페니스가 정액을 토해내면서 끝이 났나 싶었다. 자세를 바꿔 이번엔 정면으로 유키오와 눈이 마주쳤다. 소리내도 좋아하면서 입에 있던 넥타이를 빼내었다. 손을 억지로 목에 걸치고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 아앗!. 하, 아"
결국 나 역시 사정을 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멈추는건 아니었지만 이제 꽤나 유연해진 허리가 휘었다. 앗 하고 비명을 질렀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창고라고 해도 여긴 학교다. 어디서 누가 올지 모르는 학교. 순간 머릿속에서 수만가지 생각기 오갔다.
갑자기 왜 오쿠무라 유키오가 자신에게 관계를 맺자고 했을까. 그것도 하기 싫다는 날 억지로 붙들어서,
창고 밖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하, 읏..그만……"
"……"
"그…만…제발"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문밖의 인영이 사라졌다. 어째서 거기 있는거야. 도련님
***
손목에 새빨간 줄이 생겼다. 여름이라 긴팔도 못 입는데…짜증나. 궁시렁궁시렁 거리던 렌조에게 유키오가 코트를 벗어줬다. 그리곤 준비했다는듯 아대를 쥐여줬다.
"나쁜 남자네…"
"다정한 남자가 아니고요?"
렌조는 그를 홱 노려봤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악질이야"
"렌조군 보다야 덜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