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구시마 +린시마 베이스의 유키시마
마장을 받고서 누워 있는 렌조를 보며 유키오는 혀를 쯧 찼다. 자신을 희생해서 누군가를 지키는것은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게 했다. 소중한 도련님을 지킨답시고 나선 결과가 이것이다. 이제 그는 평생 상처를 안고서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더 이상 엑소시스트를 하지 않겠다고 할지도, 유키오는 인상을 찌푸리며 렌조의 안색을 살폈다. 이마에 찢어진 상처 말고는 그렇게 크다하는 부상은 없었다. 아마 쇼크겠지. 유키오는 '미련하긴' 하고 중얼 거렸다. 근데 그걸 들어버린 걸까. 렌조가 눈을 슬며시 뜨더니 배시시 웃는다.
"도련님은 괜찮아?"
"손 끝도 안다쳤으니 신경끄고, 네 몸이나 살피시지?"
"하하…"
렌조는 작게 웃더니 이내 표정을 굳혔다. 공중에 손짓을 몇번 하더니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 유키오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돌렸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허공에 미친듯이 손을 흔드는 것 처럼 보였을 것이다. 렌조는 허공에 떠다니는 작은 악마들을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스구로 류지가 그렇게 소중해? 네 인생을 바칠정도로?"
"…유키오는 그런 사람 없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주고 싶은 사람…"
"……"
유키오는 한순간 형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자신을 약했고, 형은 아무것도 몰랐다. 유키오가 엑소시스트가 되는 이유 자체가 형이라는 것을, 강해지고 싶은 이유가 형때문이라는 것을 렌조에게 말하지 않았다.
"지켜야만 하는 사람…"
"무엇때문에?"
그렇게 묻자 렌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유키오는 렌조를 이해함과 동시에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네가 그를 지켜야만 하는가.
마치 어릴적부터 정해놓은 운명이라는듯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듯 두사람은 걸어왔다. 이유라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했으니까, 마치 깨어서는 안되는 규율 같이 두 사람을 옭아맸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야."
유키오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렌조는 이해할 수 없었다.
*********
"형은…! 형은 내가 지켜야해!"
미친듯이 소리치는 유키오를 보며 렌조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의 오쿠무라 유키오는 자신이 알던 그가 아니었다. 오쿠무라 린이 입학하고 나서부터 그는 이상해졌다. 비정상적으로 형에게 집착하며 그를 구속했다. 렌조는 마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은 데자뷰를 느끼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어. 이제부터 구하러 가면 돼"
바티칸으로 끌려간 린을 구하는건 어려울 것이다. 그 혼자가면 죽을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유키오는 렌조를 뿌리치며 총구를 들이댔다. 렌조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너 죽어"
"죽어도 상관없어…형을 구할 수 있다면…"
그의 말에 렌조가 그를 걷어찼다. 갑작스런 충격에 주저앉아 버린 유키오는 무슨 짓이냐며 렌조를 바라보았다. 렌조는 화가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린을 지키기 위해서 네가 죽는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무슨"
"대체 왜 그렇게 집착하는건데? 린이 네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하는 사람이야? 형제애라기엔 과도하지 않아?"
"……"
"너 진짜 린을 형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거 맞아?"
렌조의 마지막 결정타에 유키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자신의 속을 다 까서 뒤집어 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형은…내가 지켜야해"
"무엇 때문에?"
coffee break
헤에, 렌조가 별일이라는 듯 웃었다. 학원에서와 달리, 학교에서는 평범한 학생으로 위장하고 있는 유키오는 실로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여학생들에게 둘러쌓여 쩔쩔매는 꼴이라니, 저런 호사스러운 대접에 살짝 질투를 느낀걸까, 렌조는 도련님과 코네코에게 먼저 가보라고 한 후 유키오에게 다가갔다.
자신은 여자애들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타입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자애들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게 아니라 거절할 생각이 없었던 거였지만, 여자애들을 좋아했고, 또 거절하는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직접 만든 도시락의 경우엔 거절하기가 무척 곤란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봤을때 곤란한건 유키오였다. 많은 여학생들에게 둘러쌓여 거절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니, 렌조에겐 무척이나 부러운 상황이었다.
"유키오-"
어느정도에서 거리를 둔 후 그를 불렀다. 학원이 아닌 학교에선 그에게 이름을 부를수 밖에 없었지만 오쿠무라군이라고 부르자니 린과 비슷하게 느껴져, 그냥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훨씬 친근해보이기도 했고, 갑작스레 몰린 시선에 렌조는 어색하게 웃으며 유키오에게 다가갔다.
"오늘 같이 점심먹자고 했잖아, 왜 여깄는데"
"……"
"그럼 유키오는 저랑 선약이 있어서 데려갑니다."
싱긋 웃는 렌조는 유키오에게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끌고 나왔다. 언뜻 여자애들이 어머머 하는 소리를 들은것 같기도 하다. 뭐 상관 없겠지, 렌조는 어느정도 멀어진 곳에서 팔짱을 풀었다. 유키오 역시 어색했는지, 아무말도 없이 팔짱을 풀었다. 렌조는 흐음 웃으면서 계단 위를 주저 앉았다.
"고맙습니다…"
"뭐, 별로요. 단지 질투나서 그랬던것 뿐이니까요."
"……"
"인기 많네요, 선생님"
아직도 그자리에 남아 있는 여학생들을 보며 렌조가 부러운듯 말했으나, 유키오의 귀에는 별로 들어오지 않는듯 했다. 유키오는 흐트러진 옷을 바로하며 별로요, 라고 말했고, 렌조는 약간 심술난듯 자리에 앉아서 유키오에게 손짓했다.
"아직 저 애들이 보고 있다구, 유키오"
어쩔수 없는 반말이었지만, 어색하지 않게 하는 렌조를 보고서 유키오는 어쩔수 없는 사람이라며 중얼거리며 옆에 앉았다.
******
"헤- 유-키-오-"
"자기 뭐해"
"유키오-"
"유키쨩"
가면 갈수록 화려해지는 렌조의 애칭과, 행동에 여자애들은 질려버린듯 다가오지 않았고, 둘은 다행이라는듯 웃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호칭이 어색해지지 않아지고, 스킨십이 자연스러워 지자 학교에는 물론이고 학원에서까지 그렇게 된다는게 문제였다. 하루는 시험 답안지를 나눠주는데 아무렇지 않게 유키오가 렌조- 라고 불렀다든가, 렌조가 응 하면서 갔다든가 하는 일이었다. 물론 둘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주변에선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전혀 친하지도 않고, 사적인 얘기도 없던 둘이 갑작스레 친해졌다는게 소문이 퍼지고, 퍼지고, 퍼지고, 퍼지고, 둘은 모르고, 여전히 나무뒤에서 여자애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야, 유키오"
쿠로와 놀아주고 있던 린이 생각난게 있다는듯 유키오를 불렀고, 유키오는 왜- 하는 건성한 대답을 날렸다. 그날 따라 업무가 많아서, 린의 말이 귀로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말을 하는건지도 듣지도 않고서 대답했다.
"너 시마랑 사귀냐"
"어-"
"……"
물론 그건 린의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