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는 평소에 자신을 운좋은 사람이라고 칭했는데 딱히 그런것도 아닌것 같다. 몇 일이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심하게 허기진것이 거진 사흘은 지난 것 같았다. 입안이 바짝 타는게 이제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갑작스레 납치되어 대뜸 묻는 말이 레시오에 대해 아는게 있으면 다 말하라니, 대체 이 바보는 어디서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녀석들이 따라 붙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버스데이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아는 레시오는 투시의 미니멈을 쓰는, 그리고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자신의 일을 돕고 싶어하는 소꿉친구 그것뿐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말했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세간에 미니멈 능력자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레시오가 미니멈 능력자라는게 알려지게 된다면 곤란해 질테니까.
입안이 터졌다. 쓰려서 침삼키는 것조차 곤란했다. 졸음이 몰려와 잠깐 고개를 숙여도 금세 깼다. 유일하게 잘 수 있는 건 정신을 잃는 일 뿐이었으니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귀신같이 알고 물을 뿌리는 덕분에 목이 마르지는 않았다. 그게 다였다. 딱히 심하게 고문을 당한 것도 아니었다. 녀석들은 첫날에는 살기등등하게 굴더니 그 다음부턴 가벼운 손찌검 정도였다. 레시오는 아마 핑계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목적이 무엇인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원한 살 정도로 그래서 납치되어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로 잘못한 적이 있었던가? 버스데이는 지난 몇 년을 돌이켜봤다.
.....조금 있을지도,
벌컥,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내들은 다가오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무언가 얘길 하고 있었는데 그 낌새가 좋지 않았다. 버스데이의 안좋은 예상은 대부분 맞았는데 지금이 딱 그 순간이었다. 바짝 다가온 덩치좋은 사내가 버스데이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무언가 확인하는듯 이리저리 돌려보던 사내는 이내 목에 주사바늘을 꽂았다. 저항할수도 없었다. 커다란 손이 얼굴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뭐하는 짓이야...”
“아직 입은 살아있네”
의자에서 끌어내려져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버스데이는 몸안에 돌아다니는 묘한 액체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녀석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 면 좋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명확한 의도에 이 자리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몇 분, 아니 몇 초 이내 몸이 잔뜩 달아오를 것이다. 버스데이는 이 약물을 안다. 직접 사용하는 건, 당하는 건 처음이지만, 발목을 잡아 끄는 남자의 손이 지나치게 찼다. 어두운 창고 안, 백열전구 하나만 깜빡 거리는 이곳에서, 버스데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레시오, 대체 어디서 뭘 하는거야.
버스데이가 사라졌다. 아트의 도움을 받아 CCTV를 확인도 했고, 허니의 마이티의 도움도 받았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분명 평소의 버스데이라면 어디가서 놀고 있을지도 몰랐다. 핸드폰은 잃어버렸다며 미안하다고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불안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기 하루전 녀석이 뭐라고 했더라, 아무리 애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올 리가 없었다. 머리가 지끈 거리는 것이 터질것만 같았다. 고개를 들어 텅빈 옆자리를 확인하면 역시 이대로 있을수만은 없었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레시오는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찾아갔다.
“세간은 아니고, 뒷소문이 있어”
공기에 노출된 피부에 버스데이가 살짝 떨었다. 목을 자근자근 깨무는 남자는 굳은살 박힌 손으로 그 허리를 더듬더니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잔뜩 민감해진 몸은 조금만 건드려도 반응했고, 엉덩이를 그러쥐며 바지와 속옷을 끌어내린 남자는 웃으며 버스데이를 내리눌렀다.
“이유를 모르겠지? 지금 네가 왜 이런꼴을 당하는지”
요코하마의 정보통이란 남자, 마오는 레시오에겐 조금 불편한 사람이었다. 미니멈 능력자도 아니면서 무엇이든 꿰고 있는 이 남자는, 나이스와는 자주 부딪쳤지만 자신들과는 거의 만날일은 없었기에, 그가 자신들의, 버스데이의 일 하나하나를 알고 있다는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까지 그가 알고 있으련지는 모르겠지만 마오는 돈을 받고는 레시오를 힐끔 쳐다봤다.
“자연계 미니멈 능력자들과”
진짜 웃기는 소리였다. 버스데이는 남자의 말을 듣고 나서 처음으로 소리를 내서 웃었다. 그것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릴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새는 느낌이었다. 남자가 속옷을 벗자 잔뜩 발기한 물건이 보였다. 침을 꿀꺽 삼킨 버스데이가 눈을 감았다. 뜨겁고 끈적한 것이 엉덩이 골 사이를 왔다갔다 거렸다. 몸을 틀어 피하려고 하면 다리를 잡혔고, 바짝 다가온 남자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