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님 멘션 "내리기 시작한 비에서는 알콜의 맛이 났다."

마피아au...캐해석...죄송합니다ㅠ0ㅜ

사망소재주의





  내리기 시작한 비에서는 알콜의 맛이 났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깜빡. 깜빡. 두 눈을 움직이는 것뿐인데도 고통이 스며들었다. 언젠가 네가 말했던, “사람이 느끼는 통증이라는 건 어쩌면 시각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진득한 비가 이마를 타고 툭툭 흘러내리며 입술을 적셨고, 이치마츠는 밭은 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그만 주저앉았다. 기댈 곳도 여의치 않아 무너진 나무판자에 몸을 맡기니 등이 쑤셨다. 움직여야 하는데, 영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실 이치마츠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늘 옆에 두고 있었고, 이런 직업을 가진 이상 언제, 어디서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이치마츠는 체념이 빨랐다. 어릴 때부터 포기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왔던 그였으니까. 하지만,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차마 그 이름을 내뱉지 못했다. 항상,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는데.

 

  이치마츠에게 있어서 카라마츠는 항상 통증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분명 옆에 있는데도 저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이치마츠는 항상 괴로워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고통도 덜했다. 카라마츠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수록 이치마츠는 그에 대한 고통도 잊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다시 그와 마주치는 날에는 지난날의 복수라도 하듯 심장이 찌르르 울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이치마츠는 원한다면 카라마츠를 취할 수도 있었다. 갱스터라는 직업과 걸맞지 않게, 평소에 부하들을 다루듯 했다면, 아니 그러지 않아도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마음을 알았다면 쉽게 몸을 내어주었을 것이다. 카라마츠를 구성하는 성분에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이치마츠는 그것을 잘 이용하곤 했다. 이용이라니, 이상하지 카라마츠가 저에게 내어주는 것뿐인데. 이치마츠는 그 모난 자존감 때문에 카라마츠에게 사랑을 말하지 못했다. 고백이라니, 두 단어만으로도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너에게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카라마츠는 제게 몸을 내어줄 망정 마음까지 줄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완고했으니까. 자기 자신에게.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건 자기 자신이었다. 희생하는 자기 자신! 얼마나 오만한가. 이치마츠는 그가 죽으면 꼭 저와 같은 곳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은 오만한 자들을 벌하니까. 그 생각마저 오만하지, 이치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시커먼 하늘에 정신이 들었다. 하늘이 아니었다. 바지가 서서히 젖어가고 있었다. 벌써 허리까지 차오른 술에 코를 훌쩍였다. 시큼한 포도주 냄새가 온몸을 적셨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장례식을 떠올렸다. 검은 관에 금테를 두르고, 제일 앞에는 오소마츠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 있던 형제들이 모여.... 이것은 아주 이상적인 장례식이었다. 현실은 불어터진 강물에 흘러간 시체를 찾지도 못해 빈 관에 못질을 하고 땅에 파묻겠지. 내 몸뚱아리는 루비콘 강에 흘러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바뀌지 않는 점이 있다면 너는 울지 않으리란 것이다. 이치마츠는 제가 다치고 돌아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카라마츠를 떠올렸다. 너는 언제나 나를 위하는 척, 슬퍼하는 척 했을 뿐이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너를.... 그만두자.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알콜 향이 온몸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네 말대로야. 보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아. 눈앞에 없다면 모른 척 할 수 있겠지.

  네가 울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걸 보지 못 할 테니까. 슬프지 않을 것이다.

 

-

 

 그날은 이치마츠가 총상을 당한 날이었다. 이치마츠의 어깨에 붕대를 감아주며 카라마츠는 그러게 조심하라고 누누이 말했거늘. 하면서 잔소리를 했지만 이치마츠는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그의 목소리는 귀에 착 감겨왔지만 어째선지 하는 말은 영 남아있지 않았다.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이름을 불렀다. 이치마츠는 대답도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사람이 느끼는 통증이라는 건 어쩌면 시각이 있기 때문인지도.”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이유도 없었고,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찾지 못했기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카라마츠는 다 됐다. 하며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프잖아! 망할! 소스라치게 놀란 이치마츠가 옷을 껴입었다. 회의가 있어. 회의라고 해도 모여 앉아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고 그러다가 해산하는 것이었기에 카라마츠는 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쳤으니 술은 적당히 마셔라. 카라마츠의 말에 이치마츠는 콧방귀를 끼며 등을 돌렸다. 갑자기 걱정은. 툭 내뱉은 말임에도 카라마츠는 대답했다. “내가 보고 있....”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기에 끝까지 다 듣지 못했으나 중요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

 


  마츠노 이치마츠의 장례식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아주 화려하게 이루어졌다. 시체는 떠내려가지 않았다. 그의 옷이 나무판자에 걸려 있었다. 누군가는 다행이라고 했지만, 누군가는 불행이라고 했다. 차라리 시체를 찾지 못했다면 행방불명이라는 이름하에 그가 돌아올 거라고 일말의 희망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형제들 모두 참가하지는 못했다. 뒤늦게 달려와 울음을 토한 이도 있었지만, 오래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제 성격과는 달리 형제 모두와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딱 한명, 마츠노 카라마츠만 빼고. 카라마츠는 유일하게 이치마츠의 곁에 있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형제랑은 조금, 다르지.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었다. 하루 종일 이치마츠와 같은 방에 틀어박혀서 무얼 하는지 몰라. 다들 정부니 뭐니 그런 말을 했지만 둘은 단 한 번도 그러한 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다. 이치마츠가 그렇게 했다. 카라마츠가 그렇게 만들었다.

  마츠노 카라마츠는 얼마 후 행방불명됐다. 다들 그가 죽었을 거라고 말했지만, 이치마츠의 묘 위에 남겨진 파란색 장미를 보고선 형제들은 다시 각자의 길을 걸었다. 보이지 않으면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지 못하면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겠지, 그건 잊어서는 안 되는 감각이야.

 


  카라마츠가 말하는 사랑에는 통증이 있었다, 네가 그날의 술을 비라고 느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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