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탑전력 60분 주제 「장신구」

과거 날조 있습니다 ;ㅅ;



+2017.07.23 02:24 대사추가 문장수정

+2017.07.03 14:52 문장추가









  세상에 보물은 너무도 많았다. 카라카는 온갖 금은보화를 손에 넣고도 만족할 줄을 몰랐다. 더 반짝이고, 더 아름다운 것을 원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석.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그러나 카라카가 원하는 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온갖 금은보화,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와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태양을 닮아 있었다. 태양이라면, 태양 정도라면 자신이 가질 만 하지 않겠는가?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영원불변한 존재. 카라카는 그것을 손에 넣고 싶었다. 원래 내 것이었다. 내 사람이었고, 내 아이였다. 놓친 게 잘못이라면 다시 찾아오면 그만이었다. 카라카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만약, 내가 네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죽음보다 더 어두운 지하 아래라도 널 데리고 갔더라면─나는 변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만약이라는 말 만큼 가치 없는 건 없겠지. 돌아볼 시간이 없다. 나에게 시간은 많지 않았다. 퍼그 안에선 불신자가 날뛰었고, 스승은 언제 제 목을 노릴지 모르며 너는 가만히 있지 않았으니까. 되도록 빨리. 카라카는 멍하니 반지를 바라봤다. 단 하나뿐인 증표. 분명 너도 나를 봤을 것인데. 카라카가 가면을 벗었다. 같은 금빛이었지만 카라카는 제 색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만 있지, 나는 네가 늘 그랬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그저 가만히. 


  태양은 한 사람만을 비추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고, 널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았다. 너를 위해 목숨을 바칠 이들도 많았다. 카라카가 간과한 것은 자왕난이 우리가 형제라는 것을 알아차림에도 불구하고 손을 잡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잖아.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널 보면, 나는 왜 안 되는 거냐고 중얼거렸다. 나도 널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너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너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는 없었다. 다만 널 지켜줄 수 있었다. 우리는 형제잖아. 카라카의 말에 자왕난이 입술을 깨물었다. 형제라는 이유로, 네가 했던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카라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발짝 다가갔다. 지금 널 지켜줄 사람은 없다. 말을, 조심해야 할게야. 카라카가 경고했다. 어째서 거부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왕난은, 우리는 자하드와 10가문의 최악의 치부. 형제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했고 간신히 도망친 너와 나만 살아남았지. 그러다 손까지 놓친 거야. 내가 퍼그에 들어가 복수를 꿈꾼 건 단지 나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착각하지 마라." 


  살기를 담은 목소리에 자왕난의 어깨가 들썩였다. 카라카가 한발짝 다가올 때마다 자왕난이 뒤로 물러났다. 


  "내가 지금 너를 살려두고 있는 건 형제여서가 아니야." 


  단지, '형제'여서 였다면 널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열차의 문이 활짝 열렸다. 더는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왕난은 카라카가 가까이 다가와 억지로 눈을 마주 보게 할 때까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간단하잖아, 내 밑에 들어와. 더는 위험한 일도, 돈에 궁할 일도 없을 거야." 그건 유혹이었다. 그 무엇보다 달콤하고 감미로운 유혹. 자왕난이 눈을 꼭 감았다. 저와 같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현기증이 밀려왔다. 


  "네가 원한다면 비올레를 죽이는 일도 포기하지."


  나지막한 목소리에 자왕난이 고개를 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퍼그에서도 나오마. 도망자가 되겠지만, 너를 얻을 수 있다면 싼값이지."


  이대로 뛰어내릴까. 카라카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듯 가까이온 카라카는 자왕난의 목덜미 위로 진득한 숨을 내뱉었다. 이대로 열차에서 뛰어내릴까. 나라면 도망칠 수 있다. 탑도, 자하드도, 퍼그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너와 나 단둘이서. 그것이면 된다. 너만 있으면.

 

 "거짓말." 


  자왕난이 실소했다. 그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잖아. 태양은 어둠 속에서 살 수 없었다. 밤과 함께할 수 없었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 자왕난을 보며 카라카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뭐가 웃기지? 금방까지 저를 위해 살겠다는 다정한 목소리와는 달리 살기와 분노가 잔뜩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 "나를 위해서라고? 너는 그저 날 위해주는 네게 취해있을 뿐이야. 형제? 웃기고 있네." 나를 죽이려고 했으면서, 내 동료들을 친구를 죽였으면서. 가만히 보고만 있었으면서. 나를 위해서라고. 자왕난은 주먹을 꽉 쥐곤 카라카를 노려봤다. 겁먹은 것 치고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였으나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를 따라가지 않아. 차라리 죽여."

 "……"

 "아무리 자하드라고 해서 죽지 않는 건 아니야. 너도, 알고 있잖아?" 


  아무리 발버둥 치고 원해도 태양은 나만을 비추진 않을 것이다. 카라카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애원하고, 매달려 봐도 도망칠 수 없다. 자신의 운명은 결국 이 어두운 지하에서 홀로 남겨져 비참하게 스러지는 것뿐이었다. 자하드를 없애고 탑을 바꾸고 나면? 탑을 정복하고 나면? 카라카는 그 이후를 상상해보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복수를 끝마치고 나서도 카라카는 혼자였다. 그러니까 너만은 나를 믿어야 한다고, 너만은 내 손을 잡아야 한다고, 내 피를 나눈 반쪽, 내 하나뿐인 가족, 내 사랑하는 동생.


  카라카의 손이 자왕난의 배를 관통했다.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는 걸 안다. 고작해야 기절할 뿐이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아우를 가볍게 받은 카라카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가면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왕난과 꼭 닮은 금색 머리카락과 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자왕난!" 그의 동료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이것은 내 것이다. 나만의 태양이고, 나만의 보물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었다. 태양이 한 사람만을 비추지 않는다면, 모조리 죽여 버리면 된다. 나와 너. 우리만 남겨두고 다 죽여버리면 되겠지. 가면이 사라졌다. 사랑하는 이의 피를 칠갑한 카라카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뻗었다. 


  나의 태양, 나의 소원, 나의, 하나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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