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크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추위도 잘 탔고, 덕분에 움직임도 둔해져 전투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다. 갑옷을 입기에는 부족함 없었지만 그것도 헤기가 차가워서 싫다는 말을 한 이후에는 더욱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눈이라니. 허크는 머리위를 적시는 눈발에 눈살을 찌푸렸다. 추적추적 지저분하게도 내렸다. 내린 눈은 땅에 단단히 디디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많은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되려 까맣게 눌러붙어 미끄럽기만 했다. 허크는 눈이 녹아 얼어붙은 땅 위로 헤기가 세번쯤 넘어지려는 걸 잡아채고선 손을 잡았다. 딱딱한 갑옷이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헤기는 가는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손을 잡지 말걸, 허크는 차갑게 언 헤기의 손을 녹여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헤기는 괜찮다고 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손 뿐만 아니라 빨갛게 부은 코도, 먹먹한 귀도, 차갑게 언 뺨도, 바짝 마른 입술도 그랬다. 허크는 따뜻한 스프가 담긴 컵을 쥐여주고는 모닥불에서 쉬고 있으라며 두르고 있던 로브를 한겹 더 헤기에게 둘러줬다. 그럼 허크가 춥잖아요. 헤기의 말에 허크는 고개를 저었다. 보급품 더 가져올테니까. 허크는 헤기를 앉혀두고는 용병들 사이로 들어갔다. 두꺼운 담요와 먹을걸 챙기니 손이 한가득 이었다. 헤기 역시 추위를 잘 타니까. 그만 가져가라는 말을 무시하고는 덮을걸 한가득 챙긴 허크는 자리로 돌아왔다. 헤기? 제가 준 컵은 어디에 내려놓고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지 모를일이다. 허크는 설마, 하고는 짐을 내려놓고 헤기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헤기. 그저 부르는 소리였는데도 화들짝 놀란 헤기가 벌써왔냐며 말도 안되는 소릴해댔다.
손 보자. 아버지가 있으면 이런느낌일까. 헤기는 뒤로 꼭 감춘 손을 내밀었다.

헤기. 손이 이게 뭐야.
아니, 허크 내 손 말고 이걸 봐줘요!!

헤기 손에 있는 눈뭉치를 보며 허크가 말했다.

그게 뭐?
허크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닮았죠?

헤기는 다 뭉개진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 허크에게 보여줬다. 눈도 없었을텐데 어디서 그렇게 긁어모은건지 흙투성이에 빨간단추를 박아놓은 볼품없는 눈사람이었다. 허크는 그 눈사람을 받고선 불을 등지고 앉았다. 녹아버리니까. 헤기는 그가 따뜻한 사람이란걸 알고 있었다, 추위를 잘 탄다는 것도. 헤기도 불을 등지고 앉았다. 허크가 감기 걸린다며 쓰고 있던 귀마개를 헤기에게 씌워줬다. 허크가 녹아버리면 안 되잖아요. 헤기는 눈사람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렇네.....
눈이 아주 많이 내리면 따뜻하대요.

 헤기의 말에 허크는 왜냐고 물었지만 헤기는 어깨만.으쓱 거렸다. 몰라요. 저도 대답은 못들었지만. 하얀 눈이 이불같아서? 헤기는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허크의 팔을 잡아 당겼다. 허크 귀 엄청 빨개요. 빨리 들어가서 씻고 따뜻하게 자요. 허크는 눈사람을 들고가다가 천막 옆에 조심스레 세워두고는 헤기의 재촉에 끌려들어갔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허크의 귀를 살살 닦아주며 말했다. 내일은 눈이 펑펑왔으면 좋겠어요! 허크는 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귀를 붙잡은 손을 잡아내리곤 입을 맞췄다. 얇은 천막 하나와, 작은 등불로 이 추위를 막을순 없겠지.

간밤에 눈이 펑펑 쏟아졌다. 허크는 깊게 잠든 헤기를 간신히 떼어놓고 몇번이고 눈을 치우러 나왔다. 천막도 더 단단히 하고 그새 잠에서 깼는지. 헤기가 춥다며 허크를 찾았다. 눈이 많이 와서 그걸 치우러 다녀왔어. 헤기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거늘 헤기가 눈도 뜨지 않고서 말했다.

응...허크 발소리가 들렸어요. 눈 밟는 소리....천막을 터는 소리....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는 소리...
그런것도 들렸어?
그럼요...허크 숨소리가 얼마나 큰데...

헤기가 허크의 차가운 몸을 꼭 끌어안았다. 허크가 피하려하자 더욱 강하게.

어때요...눈이 펑펑 오니까 따뜻하죠?

헤기가 허크의 손을 꼭 잡았다.

응...그러네. 따뜻해.











사담) 요즘은 시간나면 짧게라도 글을 써보려고 노력합니다..^.') 폰이라 더 그런걸수도 있고 블루투스 키보드가 안익숙한 탓도 있고....ㅎㅅㅎ)9 선물 받은거니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오타수정은 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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