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워데 시4까지 보고 일단 멈췄는데 ㅋㅋㅋ 드라마 내용 너무 힘드네요...진짜 ㄹㅇ루다가
구라ㅣ고 원래도 잘쓰ㅡㄴㄴ편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정말 글을 못쓰겠어요 ㅋㅋ ㅠㅠ
애들 꽁냥꽁냥한 일상물 보고 싶었는데 망함
제목은 애들이 자꾸 뽀뽀하길래...
글렌! 피자 식는다! 데릴이 양손에 맥주 한 캔씩 들고는 욕실을 향해 소리쳤다. 글렌! 그가 냉장고 문을 발로 닫으며 소리쳤다. 글렌이 봤으면 분명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두어 번 부르자 안쪽에서 알겠다는 외침이 들렸다. 그는 소파를 내버려 두고는 바닥에 앉았다. 앞에는 작은 식탁이 하나 있었고, 그 위에는 글렌이 일하는 피자가게 이름이 떡하니 적힌 피자박스가 올려져 있었다. 글렌이 퇴근하면서 받아온 것이다. 페퍼로니 피자 좋아하죠? 글렌이 그리 물었을 때 데릴은 아무렴 파인애플보단 낫지. 하며 차가운 글렌의 뺨을 문질렀다. 피자박스를 건네받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주문이 많아진건지 글렌은 늘 늦은 시간까지 배달을 하다 들어왔다. 손끝이나 코, 귀, 뺨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가만보면 뜨거울 법도 한데 만져보면 항상 차가웠다. 데릴은 얼른 글렌을 집 안으로 들이며 따뜻한 물로 씻으라고 재촉했다. 배달일을 하다 보면 감기에 걸릴 법도 한데 감기 한번 안 걸리는 게 여간 독한 게 아니었다. 감기를 핑계로 피자배달을 때려치우라고 말하려던 데릴의 계획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맥주캔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거품을 물었다. 뒤늦게 머리를 닦으며 데릴의 옆에 앉은 글렌이 혼자 마시기 있냐며 제 앞에 놓인 맥주를 땄다. 건배! 그가 환하게 웃으며 캔을 부딪치자 데릴 역시 웃으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TV에서는 재미없는 시상식이 이어졌다. 글렌은 리모컨을 들고 몇 번 채널을 옮기더니 볼 게 없다며 투덜거리고는 결국 영화로 타협을 봤다.
피자 박스를 열자 먹음직스러운…. 데릴은 피자를 집어 드는 글렌을 보며 물었다. 매일 같이 피자 냄새를 맡으며 지겹지도 않아? 말 그대로였다. 글렌과 동거를 하고 난 후부터 피자 먹는 날이 많아졌다. 배달이 취소돼서, 남아서, 사장님이 서비스로.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피자를 들고 왔다. 처음엔 반겼지만 이쯤 되면 피자냄새만 맡아도 질리는 심정이었다. 글렌은 질려요? 하고 되물었다. 데릴은 머리를 긁으며 글렌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금방 그건 말 걸기 위한 구실이었어.”
피자는 아직 괜찮아, 맥주도 있고. 마침 스크린에서 주인공이 좀비의 머리를 으깨는 장면이 나왔다. 글렌은 질색하며 고개를 돌려 데릴을 바라봤다. 다른 이유는 없구요? 글렌이 시익 웃자 데릴이 들고 있던 맥주캔을 내려놓고선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이리와, 키드.
“아하하, 아저씨 같아요.”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 떨어지자 그가 양손으로 글렌의 뺨을 붙잡고 찐득하게 입을 맞췄다. 뒤엉킨 혀가 민망한지 글렌이 자꾸만 고개를 뒤로 빼더니 이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데릴은 여전히 얼굴을 놓지 않은 채 입술을 찾았고,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글렌이 그의 어깨를 밀어보려고 했지만 쉽게 물러날 그가 아니었다.
“데,릴…숨 좀…, 숨…”
겨우 입이 떨어지고 간신히 눈을 뜨자 그가 매끈한 입술을 혀로 핥으며 글렌을 내려다봤다. 정말, 못 이기겠어. 양팔을 들어 올리자 그가 능숙하게 옷을 벗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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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좀 더 큰 곳으로 이사할까. 네 직장에 가깝고, 해도 잘 드는 곳으로. 침대도 큰 거로 바꾸고, TV도 바꾸자. 여행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그는 침대에 누워 남자의 검은 머리카락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남자는 가늘게 눈을 뜨더니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몇 시나 됐어요? 잔뜩 가라앉고 긁힌 목소리가 사랑스러워 그는 남자의 어깨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6시, 더 자도 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슬슬 일어나 준비하지 않으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늦게 될 것이고, 나쁘면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남자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창밖은 어둡기만 했다. 맨살에 이불만 두르고 앉자 뒤에서 다가온 그가 하얀 머그잔을 건넸다. 진한 커피향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창밖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남자가 고갤 돌렸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던 남자를 훔쳐본 게 들킨 것마냥 고개를 돌렸다.
“이사 좋네요.”
“그렇지?”
“여행도 좋고.”
“가까운 곳으로 가도 좋고, 해외도 좋겠어요. 음, 근데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해고될지도 몰라요.” 남자가 웃으며 말하자 그가 가까이 다가와 입을 맞췄다. “그럼 내가 먹여 살리지 뭐.” 들고 있던 머그잔을 침대 옆 협탁에 내려둔 남자가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곤 다시 입을 맞췄다. 지난 밤보다 진득하지만, 짧게 떨어져 나간 입술에 그가 아쉽다는 듯 고갤 들이 밀자 남자가 손으로 이마를 꾸욱 밀어냈다. 출근해야죠. 그제야 시계를 돌아본 그가 혀를 찼다. 슬슬 남자가 ‘진짜’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먼저 씻을래?”
그의 직장은 남자에 비하면 가까운 편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사하지 않아도 좋았다. 허나 남자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건, 그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저에게만, 아니 저를 위해주는 그가 싫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침묵이 승낙이 아니란 걸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같이 씻을래요?”
남자의 말에 그는 들고 있던 담배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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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다 식었네요. 맥주도. 글렌이 옷을 단단히 여미며 말했다. 지난밤 잊혀진 거실 탁상엔 피자와 맥주가 그대로 있었다. 뒤늦게 글렌을 따라나온 데릴이 글렌의 목에 목도리를 다시 매어주며 모자를 푹 눌러 씌웠다. 내가 치울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출근해. 그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아깝잖아. 내가 애써가져온 피잔데. 글렌이 입술을 삐죽 내밀자 데릴이 어깨를 붙들고 글렌의 눈을 마주봤다.
“배달하다 넘어지지 말고, 시비거는 녀석 있으면 부르고.”
“부르면, 오게요?”
“…릭이라도 보낼게.”
“릭은 노는 줄 알아.”
마음이야 달려가고 싶지, 데릴이 기분 풀라며 살짝 입을 맞추자 글렌이 고개를 뒤로 뺐다. 입술 닳겠어요. 썩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저녁에 피자 먹자.”
“피자 지겹다면서요.”
“이사도 가고 여행도 가려면 아껴야지.”
그가 시익 웃자 이번엔 글렌이 먼저 입을 맞춰왔다. 그는 능숙하게 글렌의 키스를 받았다. 입술만 살짝 깨물고 나가버리는 작은 뒷모습을 보자 괜히 보냈단 생각이 들었다. 씻으면서 한 번 했어야 했나. 데릴이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휴대폰을 챙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