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스콥 리아님께
2.우닝콥(ts) 리아님께
3.보스콥
남자가 콥의 손목을 낚아챘다. 툭 떨어지는 단도와 함께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구토에 다른 한 손으로 살짝 입을 막고는 콥이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놔' 하지만 남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더 꽉 잡아오는 악력에 콥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힘을 줘 당기면 딱 거기서 멈췄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자신도 어딜 가면 뒤처지지 않을 힘이 있었다. 프라임원에 보스는 그냥 한 것도 아니었고 그 일대에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콥은 눈앞에 사내를 빤히 쳐다봤지만, 전혀 기억 속에 없는 인물이었다. 사실상 여기서 기억이라는 것은 그리 믿을만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자신을 이 정도 까지 제압한 사람이라면 분명 어딘가 기억하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당신 누구지?"
처음 봤을 때 부터 마음에 드는 사내는 아니었다. 헤벌쭉 웃는 모습에 실없다고 느낀 게 전부였다면 전부였지 절대 호감은 아니었단 말이다. 사실 콥도 이 감정을 딱 무어라 정의 할 수는 없었지만 단 하나 아는 것은 절대 좋은 감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등뒤에서 부터 달라붙는 진득한 시선이라던가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오는 팔은 콥에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당신은...대체 누구길래 날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지?"
사실 그 정도 스킨십에 화낼정도라면 콥 주변에는 대학살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콥은 생각보다 다혈질도 아니었고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화를 안내는, '무신경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달랐다. 아니 이 남자와 자신은 달랐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이 남자와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자신은,
결국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이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좀 화났어"
"...."
"설마 날 기억하지 못할 줄이야. 내 마지막은 너였는데 넌 기억조차 못 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고"
점점 다가오는 남자에 콥이 다른 한 손으로 단도를 쥐었지만 금방 알아차린 남자가 재빠르게 손으로 쳐내었다. 결국, 양손 모두 잡힌 콥이 그에게 짜증 난 듯 소리쳤지만 남자는 웃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근데 이제쯤이면 내가 기억날때도 되지 않았나"
"알아듣게 이야기 하라고!!"
" -.. "
순간 콥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콥의 가슴께를 꾹 누르고선 말했다. 거봐 기억하잖아, 몸이.
브라우닝x코브TS
-너한테 난 뭐지?
왜 지금 그 일이 떠올랐는지 모를일이었다. 마지막이라서 그런걸까, 이게 주마등이라는 걸까. 그녀는 텅 비어 버린듯한 배에 손을 올렸다. 힘도 들어가지 앉아 폭 얹어진 손이 금세 축축해졌다. 뒷세계에 몸을 담근 댓가는 처참했다. 적어도 죽는 순간은 멋들어진 관안에서 꽃들에게 둘러쌓여 죽고 싶었는데, 이런 뒷골목이라니.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골목에 비가 투툭 내렸다. 마치 그 골목안에만 비가 오는것 같았다. 검은 정장이 질척해질 정도로 피가 흐르고 나니 눈이 감기는것 같았다.
잘 웃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무례하게 굴어도 화내지 않았다. 때론 엄하긴 했지만 기분나쁠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나 웃으면서 자신을 반겨주는, 마피아 보스라는 자신을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여자로 만드는 신기한 남자였다.
위험해질게 뻔했다. 그래서 숨겼다.
태어나면 불행해질 것이다. 그래서 지웠다.
그가 탐정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언젠가 들킬것이라는 것을 알고 각오를 했었다. 그가 정작 화를 낸것은 내가 아이를 지웠다는 것을 알고난 후였다. 그는 내가 마피아 보스라는 것을 훨씬 전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화를 낼수가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평소와는 달리 오히려 차분해진 기분에 코브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가에 문신이 욱신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오히려 차분하게 대답했다.
내 가족, 동료들 그에 비하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을 듣자마자 브라우닝은 조금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릴 벗어났다. 그녀 역시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자 자리를 떠났다. 어째선지 아무렇지도 않아 그녀는 조금 안심했다고, 그랬다고, 그녀는 허해진 배를 붙잡았다. 비가 내려서 그녀의 반듯한 머리칼을 헝클어 놓았다.
대규모 항쟁이었다. 어느 한쪽의 끝장을 보자는 전면전이었다. 예상한 결과였다. 그녀는 어렴풋이 이 항쟁은 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건 그 다음이었다. 그 다음은 아마, 그와 헤어져서 잘됬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오히려 차분해진 감각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자기가 기분나쁜건 금새 알아차리고 맞춰주는 사람, 아픈 곳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사람. 한 없이 자기한테 맞춰주는, 그런, 바보 같은
“바보같은”
“...당신은 진짜...”
“왜 울고 있어, ”
“한시도 눈을 뗄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제일 싫어하는게 뭐라고?”
“우는 어린아이였죠”
“맞아..”
“........”
“지금 당신...그꼴이야”
“.....”
“싫어지려고 그런다고”
그 한마디에 웃는 남자는 정말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까딱. 까딱. 움직이는 손목이 꽤나 절도 있어 보여 남자가 피식웃었다. 그것이 콥의 어디를 건드렸는지 몰라도 돌아보는 눈이 매섭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것도 아니란 듯 제스쳐를 했으나 시선은 떨어질줄 몰랐다. 사실 이때쯤 되면 남자가 먼저 피할줄도 알아야 하건만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요하게 콥의 뒤를 쫓았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콥은 그 이후 남자와의 눈싸움은 피했지만 진득하게 달라 붙는 시선은 떨어질줄 몰랐다.
“강하네”
콥보다 약간 큰 남자가 콥의 어개를 감싸며 다가와 말했다, 콥은 남자의 손을 쳐내며 당연하지, 하고 말했다. 옷소매를 정리하고 단도를 닦아내는 모습이 꽤나 익숙한 듯 했다. 흐응, 남자는 손을 바로 하고는 웃으며 그 옆을 따라 걸었다.
“보스라고 했던가?”
“......”
“프라임.......”
“프라임원”
“그래 아무튼 그거”
콥은 생각보다 다혈질은 아니었다. 무언가에 그렇게 크게 화내지도 않았고 오히려 '무신경하다' 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그는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달랐다. 만나는 순간부터 묘하게 신경을 긁어대는 이 남자는 말 그대로 거슬리는 남자였다. 웃는 얼굴도 말투도 그 행동하나하나 까지, 콥은 자신이 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그런것을 생각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