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콥이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숨을 내뱉었다.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것만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의 적수는 아니었다. 콥은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사내의 손등을 꾹 밟아 눌렀다. 윽, 하는 신음이 새어나오며 손을 움직이는 것이 아직 의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손목에 시계는 이제 필요 없는 것이 되어버렸는데도 습관적으로 시간을 확인한 콥은 인상을 쓰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더 이상 탐색은 무리였다. 구름이 짙게 가려진 하늘에 간신히 달빛 하나로 상대를 알아봤다.
그정도 실력으로 나를 이길 거라고 생각하다니, 콥은 헛웃음을 치며 구두 끝으로 상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 잘난 신한테 한번 빌어보시지?"
"........"
"이젠 비명도 못 지르는 건가"
얼굴을 퍽 걷어찬 콥이 몸을 숙여 흙을 털어냈다. 그와 동시에 마주친 눈에 우악스럽게 그 머리채를 잡아 올린 콥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상하지, 기억도 안 나는데"
"윽...아.."
"네 얼굴만 보면 짜증이 치밀어"
이를 악무는 그의 목을 잡아 누른 채 내려다보면 아직도 반항적인 그 두 눈에 다시 한 번 화가 치밀었다. 어이, 하고 다가가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억지로 턱을 붙잡고 입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잘근 씹히는 게 느껴졌지만 별로 아프지 않았다. 입을 잡아 벌리고선 입술을 깨물고 억지로 혀를 밀어 넣고 아래로 내리누르면 반항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손을 떼고 나면 곧바로 혀를 물어오는 그에 콥이 그 뺨을 내리쳤다.
"개새끼가..."
"...미친놈이..."
"신을 섬기는 교부가, 마피아 보스와 내통했다고 하면 꽤나 재밌는 이야깃 거리가 아닌가?"
낡아 빠진 침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푹 꺼질것만 같았고,오래된 나무바닥이 한발자국 디딜때마다 끼익 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무심하게 뒤돌아 있는 어깨가 움찔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콥이 시가에 불을 지피고선 침대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걸쳤다. 푹 들어간 엉덩이치곤 마냥 푹신한 침대는 아니었다. 가끔, 콥이 그런소리를 했다. 침대를 바꿔줄까, 그때마다 대답이 없는 그였기에 콥은 굳이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꽉 다물린 조개마냥 그는 아무말도 없었다. 콥은 그걸 알고 있었고, 딱히 신경쓸일이 아니었기에 지나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밤이 지나도록 돌아가지 않았다.
담배가 타들어 더 이상 쥘수 없게 됬을때 콥이 입을 열었다. 방안 가득히 지독한 시가 냄새가 퍼졌다.
"내가"
"..."
"그렇게 싫냐"
좋을리가 없는 관계였다. 싫어하는 이유를 대라면 밤을 새도 모자라지만 좋아하는 이유를 대라면 입을 열수 조차 없는, 그런,
서로를 이용했다. 그렇기에 거부할 관계도 아니었지만, 결코 좋아할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아니, 상황으로 보자면 콘라드, 자신이 훨씬 불리한 위치에 있었고, 이것은 대등한 거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콘라드는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콥이 나뭇바닥에 시가를 던지고선 아무렇게나 구둣발로 눌렀다. 바닥이 검게 타들어갔다.
콥이 몸을 숙여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지독한 향수냄새가 옮겨붙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얼굴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