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s터&미세s. s미스 패러디.
영화 내용 네타 있습니다.
데릴 나이 수정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 결혼할 거야.”
단호한 글렌의 목소리에 안드레아가 물었다. 프라하에서 만난 남자? 들고 있던 머그잔이 유리 테이블 위로 탁 소리를 내며 안착했다. 글렌은 들고 있던 모형권총을 내려두며 소리쳤다. 나폴리에서 만난 남자! 안드레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네가 만난 남자들이 워낙 많아야지 하곤 말을 돌렸다.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 하지 마, 제발.”
그들은 전부 일 때문에 만난 남자들이고 헤어지고 나서는 다 죽였잖아. 글렌의 말에 안드레아가 시익 웃었다. 그거야 글렌 헤어지면 다 죽였지 그 나폴리 남자도 그럴거야?
“결혼하면 헤어지는 일은 없겠지.”
“결혼과 죽음은 미룰수록 좋다는 말 못 들어봤니?”
글렌이 입술을 삐죽였다. 확실히 그녀는 인생을 즐기는 편이었고 연애도 수십 번, 원나잇도 여러 번 있었다. 오자마자 이 남자는 어떻고 저 여자는 어떻고 나불나불 말해버리는 게 척 봐도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에 뭐라고 할 나이도 아니지만 내 인생 역시 그녀가 참견할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할 거야.”
“다 좋아. 근데 그 남자 경찰이라며?”
“……”
“간수 잘하는 게 좋아. 보스가 널 아낀다고 하지만, 가차 없는 거 알잖아?”
보스는 확실히 냉정한 편이었다. 특히 남자관계에서는 더더욱, 글렌은 그녀가 남자의 뒤통수에 칼을 꽂아 넣는걸 몇 번이고 봐왔다. 그녀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서 타켓은 가차 없이 처리했다. 안드레아는 그런 글렌에게 네가 너무 타켓에게 마음을 주기 때문에 그런 거라며 타박했지만 글렌은 결코, 절대 그런 적 없었다. 타켓은 타켓이고 사랑은 사랑이지, 어떻게 몸 한번 섞었다고 마음이 가냔 말이다. 안드레아는 표정이나 관리하며 그런 말을 하라고 덧붙였지만 글렌은 눈썹을 팔(八)자로 모으며 '제발' 하고는 소리쳤다. 안 그래도 표정에 거짓말을 하는 게 드러난다느니 그렇게 거짓말을 못 해서야 포커도 못치겠다느니 하는 소리는 지겹도록 들었다. 동료들 뿐만 아니라 타켓들은 그걸 보고는 귀엽다는 듯이 놀리기도 했었다. 글렌은 그럴 때마다 열불이 터졌지만, 그조차도 상대는 삐졌냐는 같잖은 말을 내뱉곤 했다. 어차피 몇 시간 후면 죽을 녀석이 말이다.
그것도 데릴을 만나면서 괜찮아졌다. 데릴은 글렌의 거짓말이 다 드러나는 얼굴을 보고선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아줬다. 말 그대로다. 그냥 넘어가 줬다. 물론 글렌이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숨기는 데는 대게 이유가 있고, 글렌은 그것을 굳이 파헤치는 남자와는 만나고 싶지 않았으며 다행이도 데릴은 글렌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것들을 모른 척 알고 싶지 않은 척 넘어가 줬다. 데릴은 정말 자상하네요. 글렌이 그리 말하자 데릴은 웃음을 터트리며 글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말해주니 영광인데. 형은 나보고 망나니라고 했거든. 글렌은 데릴의 형이 멀이라는 이름만 알뿐 얼굴도 본 적 없었기에 그저 웃기만 했다. 그는 형을 정말 아꼈다. 부모님은 죽고 형이 날 키웠거든. 형 성격이 좋진 않지만 싫어할 순 없어. 글렌은 이해한다고 했다. 비록 그의 형이 빌어먹을 레이시스트에 약을 하고 뒷골목에서 사람을 죽일지라도 상관없었다. 저도 사람을 죽이고 가끔 약도 하고 가끔은 다른 남자와 잤다. 물론 글렌에게 모든 건 일이었고, 그 이상의 관계는 없었으며 그와 잔 남자들은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다. 죽지 않는 경우는, 글쎄 후에 일들을 글렌은 상상하지 않았다. 방해만 됐고, 무엇보다 데릴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래, 만약 내 직업이 들키고, 보스가 그것을 안다면 둘 다 무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데릴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지도 모르고 저를 먼 타국지부로 보내버릴지도 모른다. 어쨌든 확실한 건 둘 중 하나는 무사하지 못할 거란 거고 그게 데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글렌은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데릴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결혼할 거야. 글렌이 입술을 꾹 깨물곤 말했다. 누가 뭐래? 안드레아가 어느새 텅 비어버린 머그잔을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결혼 축하해. 그녀의 목소리가 묘하게 비꼬는 것 같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대충 짐작이 갔다. 자기가 파혼한 걸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몰라! 글렌이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결혼식은 간소하게 치러졌다. 말이 간소하게지 그것에도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고, 글렌은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에서 내내 데릴의 어깨에 기대 투덜거렸다. 얼른 미국을 떠나고 싶어요…. 아주 잠깐이라도. 데릴은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데릴의 나이 서른 셋, 글렌이 스물둘이었고, 글렌 리가 글렌 딕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굳이 성을 바꿀 필요는 없잖아.”
데릴이 글렌의 약지에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요? 글렌이 되묻자 데릴이 눈을 돌리고 먼 곳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성은, 제가 바꾸고 싶어서 바꾼 거니까 상관없어요. 슬슬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기도 하고.”
저 작은 머리통에서 어쩜 저리 대견하고 사람을 기쁘게 하는 말만 나오는지. 그렇게 서로의 이름에 미래를 약속하고 야경이 아름답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입을 맞췄을 때, 그 감정이 영원할 거라 믿었고, 서로의 비밀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에 일 있어?”
뒤를 힐끔 돌아보자 글렌이 시계를 차며 탄식을 내뱉었다. 오늘 무슨 날이에요? 거울 옆에 있던 작은 달력을 보며 글렌이 뒤를 돌았다. 그 달력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고, 글렌은 일 년 일정을 대부분 정해놓고 살았기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일정에 익숙하지 않은 듯 살짝 인상을 썼다. 데릴은 넥타이를 매다 말고 글렌에게 다가갔다. 최근 일이 많아서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간만이었기에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옆집에 이사 온 릭 그라임스가 우릴 홈파티에 초대했었잖아. 너와 친분이 있다고 하던데.”
살짝 흐트러진 머리를 넘겨주자 구겨진 미간이 서서히 펴졌다. “맞아요. 릭 집에 가기로 했지.” 글렌의 눈밑이 까맣게 멍들어 있었다. 안 그래도 최근 상사와 트러블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직 해결 안 됐어? 데릴의 말에 글렌은 조금 억울한 듯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일찍 돌아올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데릴은 묻지 않았다. 때가 되면 말해주겠지. 글렌은 그의 그런 점을 참 좋아했지만, 가끔 먼저 물어주길 바라게 되었다. 물론 사람 일이 모두 마음처럼 되지만은 않았다. 데릴은 글렌의 눈가를 살짝 누르며 마사지하듯 어루만지고는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나도 시간 맞춰서 오지.” 둘은 각자 옷을 꺼내입고 각자의 차를 타고 일터로 향했다. 글렌은 가는 내내 운전에 집중하지 못해 몇 번이고 핸들에 머리를 푹 파묻었다가 투정하듯 중얼거렸다. “힘들어.” 일하는 것도 데릴에게 숨기는 것도 그와의 결혼생활도 모든 게 어깨의 짐이 되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아무것도 털어놓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참 한심했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싫증도 났지만, 글렌은 프로였고 제 일을 허투루 하지는 않았다. 그건 고아였던 자길 어릴 적부터 키워준 이에 대한 보답과도 같았다. 물론 진짜 부모였다면 모르는 남자 -그것도 제 할아버지뻘 되는- 와 자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진지하게 상대한 적도 없고 끝까지 한 적도 없었다. 글렌은 고꾸라진 남자의 목에 주사바늘을 찌르더니 급히 바지를 끌어 올렸다. 망할 노친내가 내 엉덩이에 러브젤을 넣었어! 글렌의 히스테리를 듣고 있던 안드레아가 얼른 빠져나오기나 하라며 정문에 차를 보냈다고 했다. 글렌은 셔츠에 묻은 진한 향수 냄새를 지우려 손으로 벅벅 문질러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제발, 그는 결국 와이어 줄을 타고 14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아무렇지 않게 차를 탔다. 우리 집, 아니, 그 한 블록 전에 내려주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택시기사는 글렌의 집 한 블록 전에 차를 세웠고 글렌은 고맙다며 팁을 건넸다. 물론 돈은 아니고 타켓이 가지고 있던 카드였지만.
글렌. 급히 옷을 갈아입던 그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다가온 데릴이 글렌의 넥카라를 살짝 문지르며 물었다. 향수 바꿨어? 글렌은 저도 모르게 도리질을 치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고객이 장난이 심해서. 아직 그 뻑킹 에스홀이 제 엉덩이 안에 짜낸 젤이 남아있었고 착각이면 좋겠지만 허벅다리 사이로 젤이 흐르는 것 같았다. 글렌은 셔츠를 대충 벗어 던져두고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데릴이야 말로 술 마셨어요? 위스키 냄새가 나는데. 뒷걸음치며 샤워실로 들어가자 데릴이 시간 없어! 하고 소리쳤다. 말 돌리지 말고요! 속옷을 바꿔입고 엉덩이 사이를 해결하자 마침 그가 문을 홱 열었다.
“나도 안 마시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게 들어왔다고 하잖아.”
“데릴 술 마시고 후회할 짓 많이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그럼 후회하지 말고 얼른 가요.”
데릴은 글렌의 속옷차림을 훑어 보더니 진짜 그냥 가? 하며 눈으로 물었고 글렌은 단호하게 눈으로 그를 내쫓았다. 얼른 옷 갈아입어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소리에 글렌이 고개를 저었다.
릭 그라임스와 어떻게 아는 사이냐는 물음에 글렌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동양인이라고 시비를 거는 미국인들을 쫓아줬거든요. 하고 말하자 입을 꾹 다물었다. 좋은 사람이네. 그의 감상은 그게 다였다. 인상도 좋고, 경찰인 데다가 글렌을 아낀다. 그것뿐이다. 그 이전에 글렌이 릭을 도와준 적 있었지만 중요한 사실도 아니었고, 그는 정말 글렌을 평범한 27살. 어린 나이에 변호사를 한 머리 좋은 한국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글렌에겐 릭과의 약속은 소중했다. 평범한 일상을 느끼게 해줬고 데릴과는 다른 편안함이 있었다. 혹, 오해할까 봐 덧붙이지만 릭과 처음 만날 때부터 그는 연인이 있었고, 지금은 결혼해 칼이라는 아이도 하나 있었다. 안드레아가 들었다면 결혼했다고 바람 피지 말라는 법은 없지. 하고 끼어들었겠지만 릭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데릴도 아니었고, 나는. 글렌은 두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최근 보스와 트러블은 자꾸 잠자리를 강요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이런 일은 밑에 애들 시킬 때 되지 않았어요? 하고 반발하는 글렌에게 네가 자꾸 흔들리니까 그러잖아. 하고 대꾸했다. 글렌은 보스가 좋았고, 이 직업이 싫지 않았지만, 때론 무서웠다. 가족이라고 부르지만 언제든 내치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글렌 역시 보스가 안드레아를 죽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럴 것이었으니 따로 할 말은 없었다. “누가 꼭 자라고 하든? 섹스전에 끝내면 되잖아.” 글렌이 고개를 들어보자 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물론 질펀하 게 섹스하고 잠든 상대를 죽이는게 더 쉽겠지만.” 말하곤 했다.
“글렌.”
단단한 손이 어깨를 붙들었다. 그제야 네? 하고 대꾸하는 모습에 데릴이 글렌의 몸을 당겨 어깨에 기대게 했다. 많이 피곤한가 본데 이만 돌아갈까? 글렌이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들어 입을 적셨다. 릭의 집엔 사람이 많았다. 사람 한둘 빠진다고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라임스 부부는 바빴고, 처음 문을 열어줄 때 빼고는 얼굴도 보지 못했다. 글렌은 제 손에 들린 샴페인잔을 건네 받은 데릴의 목에 얼굴을 비비며 돌아가요. 하고 속삭였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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