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데릴x비동정 글렌이 동거하는 내용
특징:느림
천천히 생각나는 내용있으면 써보려고 합니다 ~.~)~
짧습니다
1
데릴 딕슨은 말을 돌려서 할 줄 모른다. 위로하는 방법도 몰랐고, 사과도 안 한다.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뭐, 감정을 느끼긴 하는지 글렌이 울거나 화를 내서 혼자 토라져 있으면 주인에게 버림받은 똥개마냥 옆을 지키고 앉아 있는다. 그게 퍽 웃겨서 넘어가길 수십번이었다. 모든 것에는 장점이 있었고, 그의 직설적인 화법 역시 장점은 있었다. 허나 직설적이라는 건 말이 좋아서 ‘직설적’이라고 쓰는 것이지 공과 사도 구분하지 못하고, 할 말 못 할 말 구분하지 못하는 재앙의 주둥아리에게 붙이는 말은 아니었고, 데릴 딕슨은 직설적이라기보단 할 말 못 할 말 구분하지 못하는 소위 버르장머리 없는 애새끼나 다름없는 화법을 구사했다. 그의 입방정으로 얼마나 많은 깽값을 물어야 했는지 떠올리기도 싫었다. 분명 제 잘못이었던 것들이 그가 화를 내며 내뱉은 일방적인 폭언에 휩쓸려 싸우고 상처받길 수십번이었다. “내가 남창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못했어요?” 라고 되묻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건 아마, 언제였더라. 그와 동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아직 썸만 타고 있을 때, 말하자면 섹스만 하고 사랑한다 속삭였지만 사귀지도 않았을 때 다른 남자와 원나잇을 했다는 이유로 남창이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렌트 보이가 일할 곳은 피자가게가 아닌데, 사장 아래라도 빨아주나 봐?”
썸만 탄다고 해서 그와 사랑을 속삭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잠자리마다 낯간지러운 말로 글렌을 유혹했고, 글렌은 나도 그렇다며 대꾸했다. 만약 이게 바람이라면 글렌은 매우 억울했다. 사귀자고 안 했잖아요. 글렌의 말은 그랬다. 원나잇 하는 남자들도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고, 그게 데릴이라고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라리 마음을 배신했다고 하지. 그러면 아주 조금,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아주 조금.
섹스하다 보면 사랑한다는 소리는 그냥 나오는 줄 알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데릴은 사랑한다고 하며 섹스까지 했으니 사귀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상한데서 순수한 사람이었고, 그는 글렌에게 애처럼 생겼으면서 발랑 까졌다고 했다가 또 정강이를 까여야 했다.
2
글렌 리.
27살.
대학교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스물다섯이란 나이에 졸업했다. 미국 대학생 대부분이 그렇듯 글렌은 애틀란타의 피터 파커였다. 더럽게 높은 등록금을 받아먹은 대학교를 그냥저냥 한 성적으로 졸업해 받은 건 얇은 졸업장과 사진이 다였고, 가진건 몸뚱이뿐이니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높은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룸메이트도 구했고, 그들과 섹스도 했었다. 누가 들으면 난교파티라도 한 줄 알겠지만 룸메이트가 여러 번 바뀌었을 뿐이다. 글렌은 게이였고, 동양인이었으며 어렸다. 할 줄 아는 건 개뿔 없었고, 한때는 정말 렌트보이라도 해야 하나 했었는데 데릴이 그를 보며 “누가 널 돈 주고 사 먹어.” 라고 했다. 뒤이어 “그냥 대주는데.” 까지 그의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서 냉큼 문을 열어 방까지 안내해준 제가 머저리 등신이었다. 최악 최저 어떻게 룸메이트를 구해도 저런 쓰레기가 온단 말인가. 사실 룸메이트라고 하기에도 웃겼다. 그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월세를 꼬박꼬박 주긴 했으니 별 불평은 없었다. 그는 대부분을 밖에서 보냈고 가끔 옷을 갈아입거나 씻으러 왔다. 예의상 어디 다녀왔냐고 물으니 형과 떠돌아다녔단다. 솔직히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을 빌려 듣자니 그의 형은 마약을 하며 사람을 패기도 했다. 불법적인 거래를 하기도 했고.
그와 섹스한 건 그로부터 며칠 후, 그의 형이 일방적으로 그를 때리고 연락을 끊었다는 소릴 들은 직후였다. 그는 술에 절어있었고, 글렌은 마침 몸이 달아있었다. 그는 술에 취해 주절주절 옛날이야기를 해댔다. 글렌은 술대신 콜라를 마셨다. 그러다 문득 그가 말을 잃었다. 자세히 듣진 않았지만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형과 둘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더니 입술을 부딪쳐왔다. 너 때문이야. 글렌은 그냥 화풀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거라도 상관없었다. 그의 키스는 서툴렀고 조금 짰다. 사람 눈물이 이렇게 짰던가.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잘 울어본 적 없었고, 눈물은 흐르기 전에 닦기 일쑤였다. 다른 누군가가 우는 건 처음 보긴 했다. 이렇게 서럽게. 그렇게 섹스를 했고 데릴은 더는 밖을 떠돌아다니지 않았다. 제가 배달을 갈 때 당신은 무얼 하느냐 물으니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일한단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직업이었다. 부럽네. 글렌은 말을 삼켰다.
그와 종종 섹스했고, 가끔은 데이트도 했다. 영화 보고 공원에 산책하고 밥을 먹고 웃고 떠들고, 글렌은 친구끼리도 이런 건 하니까 하며 별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데릴은 아니었나보다. 하긴 딱 봐도 친구 없게 생겼다. 그러다 그가 형에게 연락이 왔다며 며칠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렌은 전에 알던 남자를 불러 섹스를 했고, 약속한 듯 중간에 데릴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방음이 썩 좋은 집은 아니었다. 조금만 격양돼도 복도에 신음이 울렸고 다음 날 되면 어느집에서 섹스를 했는지 알 정도였다. 때문에 데릴이 모르고 들어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데릴은 그 신음이 글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익숙한 신음인데도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 문 앞에 서서는 꿈을 꾸는 건 아닐지, 혹 술에 취했는지 소매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정사 장면을 맞닥뜨렸을 땐 차라리 그대로 둘을 죽이고 도망칠까 생각도 했었다. “어, 데릴.” 글렌이 까만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두컴컴한 밤이었거늘 하얀 몸에 난 키스자국이 너무도 잘 보였다. 그의 위에 있던 남자가 애인이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고, 글렌은 웃으며 룸메이트라고 말했다. 글렌에게 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단순히 룸메이트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걸 나누지 않았던가?
“하긴 피자 배달을 하면서 어떻게 애틀란타에 사나 했지. 등록금도 네 슈가대디들이 내줬나? 응? 사장 페니스라도 빨아줬어? 나한테 받아먹은 월세도 콜비였나보군. 그것치고는 많지 않아? 처음도 아니고 이 새끼 저 새끼 대주고, 헐고 헌 구멍에 들어간 내 페니스한테 미안하지도 않던? 키드.”
중간에 듣고 있던 남자는 데릴과 글렌을 번갈아 보더니 낭패라는 듯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애인이 생겼으면 말했어야지.” 글렌은 남자를 붙잡지도 못하고 보내야 했고, 데릴은 지나치는 남자에게 친절이 몸을 비켜줬다.
3
글렌 리.
27살.
피자 배달 경력 2년.
그간 숱한 고난과 역경을 혼자 이겨냈고, 눈물은 속으로 삼켰으며 제대로 울어본 지는 이년이 훌쩍 넘었다. 사실 기억도 안 난다. 피자배달을 하면서 재수 없는 동양인이라고 노란 원숭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도 화내지 않았다. 글렌은 성격이 좋았고, 잘 웃으며 넘어가는 법도 알았다. 물론 제게 모욕을 준 이들은 제외였다. 자길 노란원숭이라고 부른 집 현관문에 피자로 떡칠을 해놓거나 우편함에 콜라를 쏟아버리는 유치한 복수를 해줄 뿐이었다. 펔킹 코쟁이들이 엿을 날리면 자전거로 들이받을 때도 있었다. 물론 그가 일하는 피자가게 사장이 글렌을 좋게 봐줘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데릴 딕슨의 말처럼 그의 페니스를 빨아줬냐면, 빨아주고 싶을 정도로 멋진 남자였지만 그는 게이가 아니었고 글렌보다 조금 어린 아들이 있었다.
4
“데릴 딕슨…”
글렌 리.
27살.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한국 땅 한번 밟아본 적 없고, 아는 한국어라곤 부모님 이름뿐인 미시간 출신 미국인. 그냥저냥 한 대학을 나와 애틀란타에서 피자배달을 한지 이년. 성격은 유순하고 친화적이며 게이이고 그리고,
“당장 내 집에서 꺼져 개 같은 새끼야!!”
눈물이 없었다.
만약 이게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다들 여기서 글렌이 울며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그런 심한 말을 하냐며 데릴에게 묻고, 데릴은 흥분해 다가와 글렌의 팔을 붙잡고 키스를 하고 둘은 썩 좋지만은 않은 연애를 시작했을 것이다. 이건 글렌의 부모님이 한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이고 글렌도 그걸 기웃기웃 보곤 했다. 자막으로. 아무튼 글렌은 침실문을 쾅! 닫더니 얼마 후 속옷을 입고 나와 욕실로 향했다. 비척비척 걸어오는 데릴을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말이 당장 꺼지라는 거였지 진짜 꺼질 순 없었다. 글렌은 날이 밝자마자 짐 싸 들고 나가라고 했지만 당장 어디로 간단 말인가. 형은 동양인과 동거한다는 소릴 듣자마자 구역질하는 시늉을 하며 절 내쫓은 사람이고, 글렌의 추측대로 친구라곤 없었다. 당장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받기로 한 돈은 다음 달은 되어야 했다. 한 달만 있다가 나가겠단 소리에 글렌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홧김에 한 소리지만 데릴이 당장 여길 나가면 갈 곳이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잘하면 피자배달을 하면서 지나치는 공원에 커다란 박스나 신문지를 깔고 자는 데릴 딕슨을 볼 수도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웃였고, 안쓰러웠다. 그 꼴만은 글렌도 보고 싶지 않았다. 결국 글렌은 한 달로 타협을 봐야했다. 만약 그가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나 그는 사과하는 방법을 몰랐고, 글렌은 굳이 기다려 주고 싶지 않았다.
5
그리고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글렌이 피자배달에서 잘렸다. 잘린건가. 글렌은 어느 날 아침 텅 비어있는 가게를 보며 모자를 꾹 눌러쓰며 생각했다. 이 새끼 튀었구나. 어쩐지 가끔 눈탱이가 맛이가곤 했는데 마약을 했단다. 경찰이 다가와 그는 어떤 사람이었느냐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하고 물었지만 일개 아르바이트인 제가 무얼 알겠느냐 가족에게 물어보라 했더니 가족이 없댄다. 씨발, 그럼 진짜 페니스라도 한번 빨아줄 걸 그랬다. 그랬다면 월급은 주고 튀었으려나. 아르바이트야 당장 구하면 되지만 그간 일한 한 달 치 월급을 받지 못하는 건 타격이 컸다. 진짜 존나게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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