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돌려서 겨우 글 다시 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작년 2월에 쓰던 글인데 만약 좀피아포칼립스가 터지지 않았다면~ 하며 상상하던 거였어요 ㅋㅋ
짧습니다...
글렌은 요리를 못한다. 혼자 산지가 몇 년인데 요리를 못하냐는 소리에 글렌은 정말 혼자 살면 요리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대꾸했고, 데릴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야 살아온 세월도 있었고 만났던 사람도 있었고, 더욱이 아버지에게 야영을 하면서 어느 정도 요리도 배웠었다. 물론 아버지에게 배운 요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데릴의 요리 솜씨가 글렌보다 나은 건 사실이고 데릴은 못 먹을 요리를 할 바엔 자기가 요리를 하자고 생각했다. 글렌은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으나 썩 먹을만한 요리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요리는 데릴이 담당했고 먹고 난 후 뒤처리는 글렌의 담당이 되었다. 데릴은 잠이 많이 없었고, 글렌은 그게 나이를 먹어서라고 놀렸지만, 데릴은 야영에 익숙해져서 그렇다고 했다. 재미없게. 글렌이 투덜거렸다. 맞다. 데릴 딕슨은 재미없는 인간이었고, 나이를 먹으면서 취미는 야영에서 요리하기, 책읽기, 영화 보기 등 십 년만 젊은 저였다면 지루해서 혀를 깨물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바이크 타는 취미는 아직 버릴 수 없었다.
아무튼 이런 저에게 고작 `재미없다.` 라는 수식어는 과분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자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글렌은 저보다 어렸고, 외모는 그보다 더 어려 보였다. 동양인치고도 어렸다. 그렇다고 미성년자는 아니었지만 가끔가다 투정 부리는 것을 보면 나이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글렌은 정말 어린애인이 가지고 싶은 건 아니냐고 되물었고, 데릴은 너보다 더 어린 애인이면 당장에 옆집에 사는 릭 그라임스가 날 잡아갈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게다가 침대에서는, 데릴은 눈을 꼭 감았다. 어리고 애교 많은 애인을 둔 대가는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밖에서 손만 잡았다 하면 릭 그라임스와 똑같은 옷을 입은 경찰 새끼들이 눈을 부라리며 쳐다본다는 것과 생활력이 정말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조지아 주에서도 나름 높은 집세를 자랑하는 애틀란타에서 어떻게 혼자 생활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전에 동거인이 있었냐는 물음에 있긴 했지만 애인은 아니었고 이상한 관계도 아니었으니 안심하라는 -어떻게 눈치챘는지- 소리만 하니 데릴로서는 알 수 없었다. 저 역시 사생활이 깨끗하다곤 하지 못하지만 애인되는 사람의 과거 행적은 역시 궁금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그건 생각으로 그쳤다. 글렌이 제게는 어땠냐며 물어보면 떳떳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추측은 좋지 않고, 데릴은 글렌의 과거가 어쨌든 상관없었다. 멀보다 더러울 순 없으니까. 데릴은 오래전 동양인과 동거한다고 하자 너는 내 동생이 아니라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뚝 끊어버린 빌어먹을 형을 떠올렸다. 벌써 몇 년 전 일이었건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지곤 했다. 멀은 일방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나가버리지 글렌은 자기 때문에 형제가 헤어 질순 없지 않느냐며 울면서 헤어지자고 하지, 결국 데릴은 멀어져 가는 형에게 나중에 전화할 테니 기다리라는 소리만 치고는 울고 있는 글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형과 떠돌아다니는 건 질렸어. 데릴이 그리 말하자 멀은 대답 대신 눈을 돌렸고, 난 그 녀석과 이곳에 정착할 거야. 결국엔 등도 돌렸다. 물론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긴 했지만 예전만큼 가까워질 수 없었다. 글렌을 생각하면 가까워지고 싶지도 않았고, 형제니까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결과적으로 글렌을 선택한 건 잘한 일이었고, 더는 떨어질 곳도 없다고 생각하던 밑바닥 인생도 조금씩 청산하고 있었다. 번화가에서 떨어진 작은 아파트에 자리를 잡고, 방 한 칸과 작은 욕실, 부엌과 연결되어있는 거실, 나름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베란다까지. 꿈에 그리던 집은 아니었지만, 떠돌아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게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느껴지는 것이 차디찬 바닥이 아니라 따뜻한 침대이며 고개를 돌리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몸을 일으키자 덮고 있던 이불보가 떨어지며 하얀 나신이 드러났다. 물론 마냥 희지만은 않았고 그건 지난밤 제가 남겨놓은 것들이었다. 글렌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터벅터벅 욕실로 걸어들어갔고 곧 익숙한 한숨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겨울이 아닌데요. 데릴 딕슨씨. 검은 브리프를 입고 나온 글렌이 목에 있는 키스마크를 문지르며 데릴을 노려봤다. 뭐 어때. 협탁 위에 있던 담배에 손이 가자 대번 글렌이 베란다 문을 열었다. 입만 댈 거야. 입만. 그와 살면서 평생 할 리가 없다는 금연도 하고 있었다. 덕분에 강제로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글렌은 데릴의 흡연이 섹시하다고 생각했고 그의 키스도 나쁘지 않았지만 건강이 걱정됐다. 나이가 있으니. 글렌은 데릴의 눈가를 살살 문지르더니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젠장 키드. 데릴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뚝 부러뜨리곤 허리를 끌어안았다. 겨울이 아니라고 한건 너야. 잇자국과 멍자국이 선연한 허리를 지분거리며 브리프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쭈욱 끌어내리자. 글렌이 그의 허벅지 위를 타고 올라와 앉았다.
글렌은 피자 배달을 했고, 데릴은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일했다. 데릴이 먼저 일을 마치고 글렌의 피자가게에서 죽치고 기다리면 사장이 글렌에게 얼른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아마 갱스터쯤으로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글렌은 모자를 가방 안에 넣으며 데릴의 어깨를 툭 쳤다. 갈까요? 데릴은 불도 지피지 않은 담배를 툭 뱉고는 몸을 일으켰다. 자연스레 팔짱을 껴오는 글렌의 뺨을 두어 번 어루만졌다. 거친 손이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다. 스파게티가 먹고 싶은데. 데릴의 말에 글렌은 자신 있게 소스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데릴은 시중에 파는 스파게티 소스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이편이 싸게 먹힌다고 글렌을 달랬다. 소스와 면, 고기와 우유를 사고 나니 양손이 제법 묵직해졌다. 데릴은 자연스레 종이봉투를 안으며 글렌의 손을 잡았다. 빨리 가자고, 배고파 미치겠어. 데릴의 말에 글렌은 고개만 끄덕였다. 말수가 줄어든 글렌을 보며 데릴이 혀를 찼다. 피곤한가 보군. 아마 잠이 쏟아지는 중일 것이다. 장은 혼자서 볼 걸 그랬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글렌을 욕실로 보내곤 스파게티 재료들은 대충 식탁 위에 올려뒀다. 해봤자 먹을 상태도 아니고 혼자 먹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맥주 한 캔을 들고와 소파에 대충 앉아 TV채널을 돌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글렌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밥은요? 제 앞까지 터벅터벅 걸어와 소파 아래에 앉은 글렌이 머리를 기댔다. 데릴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수건으로 글렌의 머리를 탈탈 털어주며 말했다. 내일 먹으면 되지, 시선이 글렌의 목 언저리에 머물렀다. 키스마크가 멍처럼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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