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일 긴히지 쁘띠존에 나올 더블부장+백가시au 긴히지 중 일부
*미츠바가 등장합니다
사카타 긴토키는 신센구미를 설립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혜성 같은 신입이었다. 검 실력은 그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조차 웃돌 정도였다. 후에야 둘은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며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오키타 소고는 알고 있었다. 사카타 긴토키가 진지하게 나온다면 신센구미에서 녀석을 이길 놈은 없다는걸. 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을 주워온 겁니까? 폭탄이 터진 현장을 수습하는 긴토키의 뒷모습을 빤히 보던 오키타가 물음을 던졌다. 방송국에서 나온 기자들을 대충 상대해주고 돌아온 히지카타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오다 주웠다.”
“…….”
“인력 부족이었어, 누구라도 필요했다고.”
“마치 오다가 개새끼 하나 주워왔다는 투로 얘기하네요.”
오키타는 멀리서 뛰어오는 긴토키를 보며 중얼거렸다.
“목줄은 단단한 거로 준비하는 게 좋을걸요.”
히지카타는 대꾸하지 않았다.
“일은?”
“거의 다 마무리됐어, 우리 쪽은 부상자도 없고.”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오키타가 혀를 찼다. 어느 날 신센구미에 혜성처럼 나타난 초특급 신입 사카타 긴토키는 뛰어난 검술은 물론 화려한 언변과 사람 좋은 얼굴로 금세 대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체 사람 좋은 국장 곤도 이사오는 물론이거니 외 야생동물 같은 오키타 소고조차 그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갔다. 다만 부국장 히지카타 토시로만은 마음을 꽉 닫은 채 열지 않았는데 긴토키는 그에 대한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다. 하루는 오키타가 대놓고 히지카타에게 물었다. '부장 자리 뺏길까 봐 그러는 겁니까?' 이미 대장급에서 긴토키를 이길 자는 없었다. 그의 능력과 실적은 충분히 확인했다. 남은 건 상부의 결정뿐이었고, 최근 히지카타의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화풀이 대상은 대원들이었다. 그들이야 히지카타 토시로가 할복을 하러면 하고, 새벽세시에 무전을 치면 달려오는 신세였으니 화풀이 역시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오죽하면 대원들이 히지카타부장이 임신이라도 한거냐고, 드디어 신센구미를 그만두느냐고 울면서 물어올 정도였다. 그 인간이 임신을 할리도 없고, 신센구미를 그만둘 리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오키타였지만, 상부의 결정이 그의 입지에 큰 피해를 준다면 얘기가 달랐다. 히지카타 토시로가 가지고 있는 부국장이란 자리는 제 것이었으니까. 오키타의 질문에 히지카타는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말했다. '결정은 이미 났어.' 담배 연기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손끝에 약한 화상을 입을 정도로 바짝 담배를 들고 있던 히지카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앞으론 그놈도……'
“소이치로군은 부장이 일하는데 땡땡입니까?”
“사카타 부장이 일을 너무 잘하셔서 제가 나설 자리가 없네요. 그리고 소고입니다.”
“…애초에 오늘 1번대는 순찰이잖아!!”
히지카타의 외침에 오키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랬던가요.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재밌는 구경 했으니 갑니다.”
인사도 않고 가는 오키타의 등을 보며 히지카타가 소리쳤다. '그래 몸조심하고.' 순간 오키타의 머릿속에 의문점이 한가지 스쳐 지나갔다. '그 히지카타 토시로가 마음을 닫았다라…' 힐끔 뒤를 돌아보자 장난스레 히지카타의 어깨를 끌어안는 긴토키가 보였다.
◆
히지카타의 손에 새로운 담배가 들렸다. 이미 재떨이에는 담배가 수북하게 산을 이루고 있었고 그의 입에선 담배 연기가 24시간 풀가동된 공장처럼 흘러나왔다.
'앞으론 그놈도 부장이야.'
'예?'
'나도 그놈도 부장이라고.'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 찰나, 커다란 손이 들어와 히지카타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뺏어갔다. 야! 히지카타는 상대가 누군지 보지도 않고서 몸을 돌렸다. 그곳엔 활짝 웃고 있는 사타카 긴토키가 있었다. 내놔! 히지카타의 주먹질을 가볍게 피하며 담배를 두 동강 낸 긴토키가 다시 한번 날아드는 주먹을 잡아챘다.
'부장님 다크서클 장난이 아닌데? 머리도 푸석푸석하고, 잠은 제대로 자?'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모처럼 부모님이 물려준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을 아껴주라고 나중에 V자 탈모온다.'
'시끄러워!'
긴토키에게서 손을 빼려던 히지카타의 발이 꼬이면서 뒤로 휘청였다. '조심해야지' 그를 가볍게 받아낸 긴토키가 오키타를 보지도 않고서 말했다. '소이치로군도 그만 자러 가. 부장님은 내가 데려갈 테니까.' 오키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역시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지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많이 지쳐있었고, 뒤돌아 있었으며 온 신경이 담배에 몰려있었으니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마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그건 경고였다. 더는 히지카타 토시로를 귀찮게 굴지 말라는 귀신의 경고. 제가 살인자라면 그자는 귀신이었다. 살아있는 귀신(生鬼神). 귀신부장이란 타이틀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망할 히지카타야. 오키타는 밤공기에 식어버린 술을 한숨에 들이켜곤 제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곤도가 긴토키의 승진 소식을 알렸다. 앞으로 긴토키는 토시와 함께 부장직을 맡을 거다─라는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히지카타 토시로가 먼저 긴토키에게 축하한다며 인사를 했고, 사카타 긴토키는 귀찮은데 주니까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요라. 하며 농담을 던졌다. 히지카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일 좀 덜면 좋겠군.' 그것으로 끝. 오늘은 긴토키 승진 기념 회식이 있다는 곤도의 말로 회의가 끝났다. 그러나 변한 건 없었다. 사카타 긴토키는 여전히 옷을 엉망진창으로 입었고, 점프를 읽었으며 순찰 시간에는 경찰차 안에서 숙면을 취했다. 개인 숙직실이 생겼고 히지카타 바로 옆방이란 것을 빼면. 그렇다고 해서 제 방에 얌전히 있을 인간도 아니었다. 매번 그랬듯 히지카타 방에 허락 없이 찾아가 종일 빈둥거리다가 참다못한 히지카타가 검을 빼들었 때 자리를 떠났다.
전 대원들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자연스레 히지카타의 옆자리를 꿰 앉은 긴토키는 곤도와 마츠다이라가 주는 술잔을 죄다 받아마시며 가끔은 히지카타가 받은 잔마저 자기가 마셔버렸다. 그럼 안돼 긴쨩, 이건 토시쨩 거라고. 술에 꼴아 히지카타의 잔에 넘치도록 술을 따른 마츠다이라가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이미 곤도는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지독한 영감이야, 긴토키가 입가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히지카타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마츠다이라가 준 잔을 비웠다.
“너 내일 아침 순찰이잖아. 그만 마셔.”
“이 정도는 괜찮아. 징그러우니까 떨어져.”
“너무하네, 긴상이 기껏 마음 써준 건데.”
허리를 감싸오는 손을 아프게 쳐낸 히지카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디 가? 히지카타가 일어난 방석 위로 얼굴을 처박은 긴토키가 물었다. “담배.” 짤막한 대답에 긴토키가 주변을 살폈다. 다들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자리를 떠난 녀석들도 있었다. 내일 아침은 할복 잔치겠군. 긴토키가 실실 웃으며 일어났다. 이미 신발을 신고 있는 히지카타의 뒤를 비틀거리며 쫓아갔다.
“히지카타야, 조금만 천천히 걷자. 긴상 토할 것 같아.”
“누가 술을 주는대로 다 받아마시래?!”
“내가 누구 때문에 다 받아 마셨는…”
우웁, 전봇대를 붙잡고 헛구역질하는 긴토키의 등을 두드려준 히지카타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마츠다이라 그 영감 완전 말술이라 주는 대로 받아 마시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건만, 이녀석은 정도를 모르고 받아마시곤 했다. 덕분에 마츠다이라의 호감을 사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냐, 언젠가 그 사람도 대원들처럼 널 좋아하게 될걸. 히지카타의 말에 긴토키의 대답은 짤막했다. '필요 없어.' 분명 웃고 있는데도 냉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냐. 히지카타는 입에 문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많이 힘드냐?”
“그걸 말이라고…”
“잡아.”
긴토키의 얼굴 앞으로 손이 불쑥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히지카타의 얼굴을 보려고 했는데 달을 등지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잡은 손이 차가웠다.
“내일부터는 땡땡이치면 안 돼.”
“…그래.”
“옷도 제대로 입고, 아무 데서나 자지 말고.”
“…….”
"듣고 있냐.”
바짝 타들어 간 담배를 뱉고는 발로 비벼 끈 히지카타가 뒤를 돌아봤다. 순간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코앞까지 다가온 긴토키가 입을 맞췄다. 읍,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발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넘어지려는 허리를 그가 붙잡았다. 숨이 부족해 고개를 틀자 혀가 들어왔다. 그만하라며 어깨를 밀어내는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뭔 놈의 힘이. 하지만 생각 외로 긴토키는 금방 떨어져 나갔다.
“담배 냄새…”
“너야말로 술 냄새 지독하다고.”
하하,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어깨 위로 얼굴을 묻었다. 오래 걸렸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히지카타가 혀를 찼다. 그 정도면 빠른 거야.
“오래 걸렸어.”
2년. 사카타 긴토키가 대원에서 부장까지 걸린 시간. 히지카타는 다른 놈들이었으면 꿈도 못 꾸는 자리라며 핀잔을 줬지만, 긴토키는 달랐다. 그동안 얼마나 애가 탔는지 히지카타는 모를 것이다. 나란히 서고 싶었다. 네 옆에서 어깨를 맞대며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신센구미 부국장이란 자리는 바빴고, 내가 옆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없었다. 사카타 긴토키는 그야말로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녔다. 성미에 맞지 않은 제복까지 갖춰 입고 허리춤엔 진검을 차고 다녔다. 대원들의 환심을 샀고, 국장의 호감마저 샀다.
“양이전쟁보다 힘들었다고, 기억해?”
“시끄러워.”
“아무도 없는데 뭐 어때?”
“닥쳐,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순식간에 등을 돌리는 히지카타를 보며 긴토키가 느린 걸음으로 그를 따라갔다. 결국엔 멈춰 서서 안 오고 뭐해? 하고 소리칠 그를 알기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긴토키의 예상대로 그는 몇 걸음 가지 않고 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리친다.
“빨리 와.”
“예, 예. 히지카타 부장님.”
얼른 달려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차갑지만 단단하고 굳센 힘이 절 붙잡았다.
“머리 다시 기를 생각은 없어?”
“절대 없으니까 마음 접어, 그리고 그때 얘기 꺼내지 마.”
“나는 머리 길었으면 해서 얘기했는데 히지카타군은 다른 생각 했나 봐?”
그새를 참지 못하고 입을 놀린 긴토키를 보며 히지카타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물들었다. 아, 부끄러워한다. 긴토키는 날아오는 주먹을 피한 후 제가 먼저 앞서 달려간다. 뒤돌아보며 소리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리 와!”
개 부르듯이 부르지 말라고! 히지카타가 단숨에 긴토키의 옆으로 따라붙는다. 술주정뱅이. 히지카타의 입가에, 목소리에 웃음기가 잔뜩 묻어있었다. 긴토키의 두 손이 히지카타의 뺨을 붙잡는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히지카타 쪽에서 다시 부딪쳐온다.
잡았다. 드디어 잡았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야. 맹세하듯 중얼거리는 긴토키를 보며 히지카타는 옅게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
사카타 긴토키가 그 여자의 존재를 알아차린 건 신센구미에 들어와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도 그럴 게 그는 부슈(武州)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려 하지 않았고, 오키타나 곤도에게서 듣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키타에게 누님이 하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누님과 그-히지카타 토시로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애초에 오키타 대장이랑 히지카타 부장 사이에선 금기어나 마찬가지라고요. 사카타 부장.' 그것도 모르냐는 듯 말하는 야마자키를 보며 괜히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린 긴토키는 밀려오는 허무함에 종일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땅아 꺼져라. 신센구미야 꺼져라. 세상에서 사라져버려~ 다들 사카타 부장이 드디어 맛이 갔다고,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빙빙 돌리며 수군거렸다.
“그래서 어땠는데? 어디까지 갔는데? 나보다 진도 빨랐어?”
“저희 누님에게 더러운 마요라를 묻히지 마세요.”
“나한테는 묻어도 되냐?”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될 거 아닙니까.”
둘이 숨겼으면 저도 몰라요. 오키타는 당고를 다 먹지도 않고서 일어났다. 순찰이나 마저 돕시다. 긴토키가 황급히 당고 값을 계산하고 오키타의 뒤를 쫓아갔다.
“언제부터 성실하게 순찰 돌았다고 그러냐 소이치로군.”
“소고입니다.”
“우린 친구잖아?”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였습니까?”
불쾌하단 얼굴로 저를 흘겨보는 어린놈을 보자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이게 무슨 짓이야 애인 과거사를 캐고 다니다니, 그것도 애인의 전 애인의 동생에게. 뭐야? 신센구미 족보 왜 이래? 이거 완전 개족보 아니냐? 종일 오키타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닌 긴토키는 그냥 히지카타에게 대놓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내일은 비번이고, 파칭코에 갈 거야.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제 친구 사카타 긴토키입니다.”
“내가 왜.”
“… 형씨 원래 친구란 건 오늘부터 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되어 있는 법이라구요.”
“그리고 우리도 모르게 멀어져 있는 것도 친구라 이거지.”
자리를 떠나려는 그의 어깨를 잡아챈 오키타의 표정이 어마어마했다. 젠장, 원래라면 무시하고 지나갔을 것을 녀석의 앞에 앉아있는 여자가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기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동생이 누나를 많이 닮았네요. 얼굴이.”
“그런가요?”
“성격도 좀 닮지 그랬어, 왜 한쪽이 개망나니면 한쪽이 정상이라고…”
“형씨……”
오키타 미츠바.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흰 피부와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반짝거렸다. 커다란 눈동자는 또 어떠한가,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매와 옅게 일어난 잔주름은 그녀가 좋은 사람이란 걸 말해주고 있었다. 오키타 소고 역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미남이고. 도대체 이 집안 유전자는 어떻게 된 거야? 긴토키는 초콜릿 파르페를 주문하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모처럼의 휴일이 엉망진창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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