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올라오기도 전에 베른하드는 프리드리히를 안았다. 술에 취해서 였을까 저항은 없었다. 하얀 침대시트위로 작게 움찔 거리는 몸을 깔아뭉겠다. 좁은 단칸방에 더운 공기가 피어올랐다. 상의는 이미 탈의된 상태였다. 겨울이라서 그랬을가, 창밖의 눈에 비쳐 피부가 더더욱 하얗게 보였다. 입을 맞추고 그 허리를 잡으며 상처많은 배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프리드리히가 긴 숨을 내뱉었다. 좀 더 내려가 바지를 벗기려 하면 두 손이 머리에 닿았다. 거절의 의사는 아니었다. 단지 둘곳을 찾지 못해 허공을 맴돌던 손이 제자리를 찾은듯 긴 손가락이 약하게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 들었다.
"하아, 베른…"
그후로 몇번이고 프리드리히는 베른하드를 불렀지만, 베른하드는 한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바지를 끌어내리고 속옷 안으로 손을 넣으면 한껏 달아오른 성기가 말끔말끔 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손으로 잡고 살살 문질러 주면 허리를 들어올리며 눈을 질끈 감은 프리드리히가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허벅지가 달달 떨리면서 양 팔을 목에 둘러왔다.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는 듯한 모습에 베른하드는 뺨에 입을 맞췄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건만, 그 행동 하나에 프리드리히는 입을 열었다.
"하아, 아, 베른, 베르은…"
프리드리히가 몇번이고 몇번이고, 베른하드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에도 베른하드는 단 한번도 프리드리히를 부르지 않았다. 아니,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몇번이고 몇번이고 부딪쳐오는 입술을 피하지 않았다. 프리드리히는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아마 이른 밤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베른하드의 손에 사정한 프리드리히는 몽롱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더 이상 아무행동도 하지 않는 베른하드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답하지 않겠지만서도 프리드리히는 베른하드를 불렀다. 역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처친 눈 위로 입술이 닿았다. 까슬하고 다 일어난 입술이었다.
"피곤해보이네.."
그것 뿐이었다. 오히려 더 피곤해보이는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베른하드는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곤 눈을 감겨줬다. 푹신한 이불이 어깨까지 올라왔다. 익숙한 손놀림에 그를 빤히 올려다보면 곤란한 표정을 지은듯한 베른하드가 보였다. 사실상 어두운 탓에 그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랬다. 그런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