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라이트x페이트 크오 합작에 참여했습니다!
1.
리즈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때는 새벽 다섯시.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 밖은 어두컴컴했다. 하얀 입김이 눈앞을 가렸다. 모든 것의 준비는 끝났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창고 바닥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부식된 쇳조각이 하나 놓여 있었다. 두 손을 모아 올렸다. 벌써부터 공기가 날카로워졌다. 쯧, 혀를 찬 리즈가 긴장된 목소리로 고했다.
고한다.
그대의 몸은 나에게,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맹세를 여기에.
나는 온 세상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온 세상 모든 악을 베푸는 자.
허나 그대의 눈은 혼돈에 흐려질지니, 그대는 광란의 감옥에 갇힌 자, 나는 그 사슬을 손에 쥔 자.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일곱 하늘.
억지의 윤회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마법진이 붉게 빛났다.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었다. 귀신이 나올 것인가 신이 나올 것인가.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리즈는 창고 가득 퍼지는 안개에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안개 속에 있는 그것은 분명 사람의 형체였다. 자신보다 조금 더 큰 키와 무뚝뚝한 목소리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귀신을 소환하진 않은 것 같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보라색 머리카락과 마른 얼굴.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고 나타난 남자는 리즈를 보더니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들었다. 무표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표정을 읽기가 쉬어 리즈는 그만 피식 웃고는 손을 내밀었다.
“나는 리즈 라파르쥬. ”
“…….”
“설마 말을 못하는 건 아니지?”
리즈의 말에 남자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고개를 졌고는 대답했다.
“서번트 버서커 소환에 따라 참전했다……내 이름은 베른하드 자이페르트(Bernhard Seifert).. 나의 검은 그대의 운명과 함께 할 것을 맹세하지.”
“자이페르트(Seifert)?”
리즈가 되물었다. 베른하드는 굳이 고개를 끄덕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리즈는 다시 한 번 자이페르트, 하곤 읊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고, 베른하드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죽을 각오로 소환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해서 놀랐어. 버서커. 아니 베른하드라고 불러야 하나?”
“마음대로 불러도 좋다.”
리즈가 기지개를 켜며 창고 문을 열었다. 이미 해가 기웃기웃 올라오고 있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한 리즈가 베른하드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제부터 잘 테니까. 도시 구경은 저녁에 시켜줄게. 널 소환하느라 마력을 많이 소모했거든.”
“…그래. 마스터의 힘은 나중에 천천히 보도록 하지.”
그리고 리즈가 뒤돌아가자 혼자 남은 베른하드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발자국만이 그가 거기에 존재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2.
프리드리히가 그것을 소환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마술사의 세계도 성배 전쟁도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고, 이번에도 이 도시에서 성배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우연히 자신의 방에 딸린 창고 안에 들어갔고, 하필이면 맨발이었고, 손전등을 가져오기엔 너무 귀찮아서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작은 빛만으로 앞을 더듬거리며 걸어가던 도중이었다. 파삭. 무언가를 밟는 소리와 함께 발에 강렬한 고통이 함께 찾아왔다. 유리를 밟은 걸까. 발을 감싸 쥔 손에 축축한 액체가 묻어나왔다. 그때였다. 바닥이 새하얗게 빛나며 그림을 그렸다.
“묻겠다.”
청렴한 목소리였다. 아직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한 발음이었지만, 듣기 좋은 톤의 목소리.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그리고 소년은 어디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를 읊었다. 하지만 지금 소년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첫 번째. 여기는 매우 어두운 창고 안이라는 것과 두 번째. 프리드리히는 일반인의 시력이라는 것과 마지막 세 번째. 주문도 촉매도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프리드리히는 설마 자신이 밟은 유리조각이 소환의 촉매인줄은 꿈에도 모른 채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은 안경을 한번 꾹 눌러 올려 쓰더니 프리드리히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언제까지 그런 멍청한 얼굴로 쳐다볼 겁니까. 마스터? 서번트 라이더, 마스터의 소환에 응해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나 에바리스트 발렌슈타인(Evarist Wallenstein)의 검은─”
“잠깐!!”
소년의 말을 끊은 프리드리히가 절뚝이는 발로 그 앞에 섰다. 생각보다 작은 키에 괜히 쫄아 있었나 싶어 프리드리히는 그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밝은 곳에서 보니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제복을 입고, 안경을 쓴 모습이 제법 똑똑하게 생긴 소년이었다. 아니, 에바리스트라고 했던가. 프리드리히는 자신의 발을 살피곤 이내 치유마술을 사용해 상처를 말끔히 없앴다.
“마스터는 치유마술도 할 줄 아는군요. 대단합니다.”
“뭐 이 정도는 기본이지……아니아니 아니, 잠깐 내가 왜 네 마스터야?”
칭찬 소리에 정신이 팔린 프리드리히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정색하고 되물었다. 에바리스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왜냐뇨. 당신이 저를 소환했으니까 당신은 제 마스터─”
“아니 난 너 소환한 적 없는데.”
“그럴 리가요. 저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당신의 마력을 따라 이곳에 소환됐는데요.”
아, 아하하 프리드리히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설마 했다. 설마, 그것이 마법진이겠냐 싶었다. 그저 숨어 있는 아이가 자신을 놀려 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어리석게도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지. 프리드리히는 에바리스트를 힐끗 바라봤다. 프리드리히의 방을 여기저기 살펴보던 에바리스트가 시선을 느끼곤 프리드리히를 마주 봤다. 눈이 마주치자. 마스터 하고 부르는 것이 영락없이 자신의 서번트가 맞다. 게다가 증거도 있었다. 자신의 발목에 있는 새빨간 문신. 그것은 령주다. 령주가 맞았다.
아무리 성배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마술사의 집안이었다. 부모님은 프리드리히가 마술사의 긍지를 이어받길 원했지만, 프리드리히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터무니없는 말에 미치광이들의 살육전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마술사의 긍지라면 더더욱 싫었다. 오히려 혐오감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자마자 집안을 뛰쳐나왔다. 부모님은 잡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뻐할지도 모른다. 집안에는 이미 뛰어난 후계자가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저기 에바리스트라고 했던가?”
“네.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그래. 에바. 정말 미안한 데 내가 성배에는 관심이 없거든. 원하지도 않는 걸 위해서 목숨 걸 생각도 없고, 그리고…너를 소환한 것도 진짜 우연이야. 미안하지만 다른 마스터를 찾아줘.”
“지금 그 말은 마스터의 자리를 포기하겠다는 소리입니까?”
“그래.”
그렇군요. 에바리스트가 몸을 일으켰다. 프리드리히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말이 통하는 상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아주 잠깐이지만, 생각했었다. 탕!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간 총탄에 프리드리히의 표정이 굳었다.
“당신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저는 아직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마스터.”
“에바…리스트.”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분명 그 얼굴은 생긋 웃고 있었지만, 방안은 가시가 가득 돋쳤다. 정적이 흘렀다. 살기가 몸을 찔렀다. 에바리스트의 금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위험요소라고…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위험요소?”
“예를 들면 말입니다. 저희 서번트들은 마스터를 잃어도 자신의 마력만 있다면 아주 잠깐이지만 이곳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길을 헤매던 도중 서번트를 소환하지 못한 마술사라던가 서번트를 잃은 다른 마스터와 재계약 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것도 거절하면 되잖아.”
“당신은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네요.”
에바리스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하게 묻죠. 프리드리히. 나의 마스터여. 당신은 마스터가 서번트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니.”
“그럼 그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면초가다. 프리드리히는 얌전히 두 눈을 감곤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에바리스트의 검은 거둬지지 않았다.
“당신이 제 마스터를 그만두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이 자리에서 죽는 것. 그 외에는 아쉽게도 돌아갈 방법이 없어요. 자 선택하세요. 제 손에 죽던가─아님 그만 인정하고 저를 서번트로 받아 들여 성배전쟁에 참가하던가.”
-1.
리즈는 두 눈을 지그시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버서커의 제어는 힘들었다. 한 번씩 이성을 잃을 때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많은 마력소모에 애써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다. 리즈는, 리즈 라파르쥬의 집안은 마술사의 집안이 아니었다. 단지, 십년 전 그날 모든 것이 불에 타 사라져 버린 그날. 리즈는 자신의 이름을 버렸다. 정확히는 잃었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리즈에겐 가족도 친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속마저 공허하게 텅 비어 버렸다. 그 화재가 성배전쟁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것을 들은 직후였다.
그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이 전의 성배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의 소원은 대체 무엇이길래 그런 참상을 만들어 낸 것일까. 리즈는 알고 싶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회로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몸에 억지로 마력을 주입하며 마술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리즈가 마술에 소질이 있다는 것과 체술에 강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거리에서, 이 도시에서 리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리즈는 금방 전에 있었던 전투를 떠올렸다. 어려운 전투는 아니었다. 지형도, 상성도 이쪽이 훨씬 우위였다. 그런데도 찝찝한 기분은 사라질 줄 몰랐다. 마스터는 죽이고, 서번트는 놓쳤다. 하지만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었다. 마스터가 없는 서번트는 오래가지 못한다. 금방 사라질 테니 초조해 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리즈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발치로 굴러오는 다른 마스터의 머리통이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배 전쟁에 참가하기로 한 이상 이보다 더 한 것은 얼마든지 봤다. 단지, 단지. 리즈는 자신의 서번트에게 령주를 써가면서까지 도망치라고 하는 마스터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손등에서 빛나는 마지막 령주를 쓰면서 까지 서번트를 도망치게 만들고 자신이 대신 죽었다. 아니 대신이라는 말은 이상했다. 서번트는 죽지 않는다. 그저 사라질 뿐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마스터라는, 마술사라는 우리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도.
-2.
“마스터.”
“우리 호칭부터 바꿀까.”
프리드리히가 진지하게 말하자 에바리스트는 뜻대로. 라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편한 대로 불러봐.”
“─교관.”
“…??…”
“아, 이곳에선 선생님이던가요?”
“네가 부르니까 헷갈린다.”
아, 맞다. 학교 선생님이라고 했죠? 에바리스트가 활짝 웃었다. 분명 알고서도 일부러 그런 것이다. 프리드리히가 주먹을 꾹 쥐며 대답했다.
“그럼 프리드리히는요?”
“너무 길지 않냐?”
“프리츠?”
“죽인다.”
“리리?”
“…….”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해봐야. 전달도 되지 않고, 프리드리히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곰곰이 생각하더니 에바리스트는 다시 한 번 프리드리히하고 불렀다.
“음. 역시 이게 좋아요. 프리드리히. 저에겐 이 울림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울림?”
“그런 게 있다고 해두죠.”
어느새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에바리스트가 커피를 홀짝 마시며 대답했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오늘 새벽. 어쌔신의 마력이 사라졌다고”
“네. 그리고 아마 상대는 버서커였을 거예요.”
“이로써 벌써 세 명째인가.”
“남은 건 랜서, 버서커, 캐스터 그리고 저뿐이네요.”
다시 한 번 홀짝 하는 소리가 방안에 가득 찼다. 그리곤 천천히 머그잔을 내려놓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에바리스트를 보며 프리드리히가 물었다.
“우리 너무 태평하게 있는 거 아냐? 벌써 세 명이나 죽었다고? 다음 타자는 우리일지도 모르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 프리드리히. 우리는 그 넷 중에서도 가장 약체인 데다가. 프리드리히는 치유 마술밖에 쓸 줄 모르고…죽이러 왔으면 진즉 와서 죽였을 걸요?”
생글생글 웃는 모양새가 어째 재수가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열이 받았다. 프리드리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에바리스트가 어디 가느냐고 묻자. 담배. 하고 픽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 추운 겨울에 담배라니 미쳤지. 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었다. 옷을 꽁꽁 싸매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니 어느새 다가온 에바리스트가 뜨거운 찻잔을 내밀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걱정돼서 한 말이었어요.”
“오냐. 알고 있어.”
“또 무모하게 나대…덤비시다가 다치시는 건 아닐까 하고.”
“날 놀리는 거라는 것도 알겠어.”
아니에요. 에바리스트가 말하자. 프리드리히가 그의 머리통을 쥐어 잡고는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아파요, 프리드리히. 하고 말하는 것 역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프리드리히는 그만두기로 했다. 안경을 고쳐 쓰는 에바리스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
3.
“디노!!!”
리즈의 외침이 닿기도 전에 붉은 창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깔깔거리는 캐스터의 웃음소리가 비를 타고 허공에 울려 퍼졌다.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자신의 마스터를 보며 랜서는 천천히 창을 뽑았다. 그의 피가 얼굴에 튀었다. 진득하고 따뜻한 피가 비를 타고 씻겨 내려갔다. 캐스터는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령주에 대고 말했다.
“자해해 랜,”
그리고 그 말보다 이데리하의 창이 먼저였다. 이제야 알았다. 이제야 캐스터의 정체를 파악했다. 이데리하는 그녀의 손에 있던 동그란 구형의 드론. 그 안에 들어있는 케이오시움을 단숨에 찔렀다. 그것이 그녀를 이루고 있는 전부였다. 그녀는 사라지면서까지 웃고 있었다. 정말, 음침하고 재수 없기 짝이 없는 여자였다. 어쩐지 예쁜 여자와는 인연이 없다고 했지. 이데리하는 서서히 사라지는 자신의 발끝을 보면서 어색하게나마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정말이지 이런 세계에서도 네 녀석은 참 태평한 놈이었어.”
그리고 디노의 눈을 감겨주며 그 옆에 앉았다. 분명 지금이라면 서번트를 잃고 혼자 남아 있는 마스터가 있겠지. 하지만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지루하고, 벨 수 있는 거라곤 사람밖에 없는 세계는.
“나는 베는 것밖에 할 수 없는데…남은 게 사람뿐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재수 없는 건 똑같군.”
그리고 이데리하는 흔적도 없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제야 리즈를 놓아준 베른하드는 터벅터벅 그들에게 다가가는 리즈의 모습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사라졌다. 비가 내렸다. 리즈는 신발 끝에 빨갛게 물드는 친구의 모습을 한참이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성배 전쟁 같은 걸 알아냈는지, 서번트는 또 어떻게 소환했는지 모를 녀석이었다. 운 하나는 지독시리 좋다고 생각했던 녀석이었는데. 리즈는 결국 등을 돌렸다.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간 마력의 충돌을 감지한 다른 녀석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성배 전쟁이 이런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모르지 않았지만, 리즈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성배를 가져야 했다. 두 번다시 이런 참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4.
“…미안하다. 레온. 역시 그에겐 이기지 못하겠어.”
아이자크가 빛에 으스러지며 말했다. 이미 듣지 못하겠지만, 프리드리히의 품에서 기절한 레온을 보며 아이자크가 씁쓸하게 웃었다. 하필이면 만난 것이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와 자신의 스승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지는 싸움이었다. 이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에바리스트는 사라지는 아이자크를 아무 말 없이 보고만 있었다. 필요하다면 해도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가 그것까지 이해해주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에바리스트는 이내 모자를 꾹 눌러썼고, 아이자크는 등을 돌렸다.
-1.
베른하드가 서번트로 소환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베른하드는 더욱 선명하게 기억했다. 자신의 하나뿐인 가족을. 자신의 총명했던 제자를. 자신의 우상이었던 선배들을.
그래서 베른하드는 프리드리히를 봤을 때 저도 모르게 프리츠, 하고 부를 뻔했다. 자신만이 기억하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완전한 타인이 되어 버린 동생을 부르려고 했다. 동기는 말했다. 동생에게 혼란을 주지 말라고, 우리는 잊힌 존재고 그들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존재라고, 제자는 말했다. 저는 끝까지 모른 척할 자신이 있습니다. 베른하드. 당신도 그럴 수 있습니까? 리즈는─자신의 마스터는─우리들의 우상이었던 선배는 말했다.
“제 1 령주로 명한다. 버서커. 미쳐버려. 그리고 그들을 죽여.”
베른하드는 차라리 프리드리히가 도망치기를 바랬다. 영령은 죽지 않고 좌로 돌아갈 뿐이었지만 평범한 인간인 그들은 끝이었다. 죽은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니 비참하더라도, 비겁하더라도 서번트를 버리고 도망쳤으면 했다. 하지만 그가 그럴 성격이 아니라는 걸 베른하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제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의 앞에서 피투성이로 쓰러진 두 사람을 보며 베른하드는 숨을 삼키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마스터! 어째서 모두 죽여버린 거지? 프리츠는 상관없었잖아!”
리즈가 천천히 베른하드를 돌아봤다. 착 가라앉은 죽은 눈이 베른하드를 향했다.
“이레귤러는 언제든 존재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게다가 네가 언제부터 프리드리히를 프리츠라고 불렀는지 모르겠군……버서커. 너는 우리를 알고 있지?”
베른하드가 숨을 삼켰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리즈가 무표정하게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눈은 아는 사람의 눈이었다. 그 안에 소용돌이가 있었다.
“시치미 뗄 생각하지 마. 내가 네 꿈을 몇 번이나 꿨다고 생각하지? 네 꿈에 나온 그건……분명 우리들이었어. 베른하드 자이페르트 소령. 내가 언제까지 모른 척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리즈…라파르쥬!!!”
베른하드가 이를 으득 깨물곤 리즈에게 검을 휘둘렀다. 커다란 검이 요기를 내뿜으며 그의 목 앞에서 멈췄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리즈가 입을 열었다.
“너는 나를 못 죽여. 베른하드. 네 소원은 성배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들어줄 수 없는 거니까.”
증오한다. 당신을 증오한다. 단 한 번도 당신을 증오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생전에도, 죽어서도 지금 당장에라도 당신의 목을 베고, 살을 가르고 뼈를 녹이고, 내장을 파헤치고 싶었다. 공포로 물들어가는 당신의 눈동자를 파내고, 비명을 지르는 입술을 불로 지져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베른하드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리즈의 말이 맞았다. 그는 그럴 인물이 못되었다. 대의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라면 기꺼이 그럴 사람이었으니까.
0.
베른하드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영웅으로 치켜세워졌는지, 레지먼트는 어떻게 붕괴하였는지, 소용돌이에서 무엇이 튀어나왔는지 배신자는 누구였는지, 동생은─프리드리히는 어떻게 죽은 건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오직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베른하드는 다시 한 번 그 과오를 반복한다. 한번만 더, 제발 다시 한 번만 더. 세계여, 성배여 다시 한 번만 더 내게 기회를, 과거를 되돌릴 기회를.
성배는 말한다. 어떻게 하겠느냐. 이 문을 열고 들어가겠느냐?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너의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비록, 그 과오를 반복해야 하지만. 다른 걱정은 하지 말거라 그것을 기억하는 것은 너 뿐일 테니.
그리고 어리석게도 남자는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고서.
시간상 다 나오지는 못하지만
디노-이데(랜서)
리즈-베른(버서커)
리리-에바(라이더)
레온-아치(아쳐)
아벨-자크(어쌔신)
그룬-브레(세이버)
로쏘-마르(캐스터)
미리안-성배전쟁의 감독관(교회)
레온-자크 재계약 이었습니다.
시작의 세가문은 자이페르트/론즈브라우/타운젠드 지만...하나같이 애들이
리리:마술사 살육전 미친극혐 ㅇㅅㅇㅗ
그룬:노관심 ㅇㅅaㅇ 이었고 아벨만이 정해진 루트로 서번트를 얻었습니다. 리리는 본편에 나왔듯이 우연히, 그룬은 살인마였는데 거기서 세이버(브레이즈)가 탄★생
성배 혹은 세계라고 썼지만 성녀라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성배(성녀). 서번트와 마스터를 구분한것은 단순히 내가 보고 싶은 조합! 도 있었지만, 생전의 미련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뉘었고, 서번트들은 생전(성유계오기전+성유계에서)의 기억이 모두 있지만 마스터들은 없습니다. 리즈는 이레귤러 같은 느낌? 사실 중간에 헷갈려서 ㅇㅅ;ㅇ
소환때 장면은
리즈&베른-린&아쳐
리리&에바-시로&세이버
그후는
리즈&베른-키리츠구&세이버
리리&에바-린&아쳐 같은 느낌으로 쓰려고 했어욧..
리즈 같은 경우는 성배의 목적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마스터로, 베른 같은 경우는 동생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서번트로 어찌보면 성배에게 속은거죠. 리리는 이미 일반인으로 부활했고, 베른은 세계(성녀)와 계약해서 좌로 갔으니까요 ㅇㅅ< 이데리하는 정보가 부족했으나 설명상 E중대 소멸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했으니 서번트로 ㅇㅅㅇ> 디노랑 조합이 보고 싶으니 마스터는 디노로..(단순) 나머지는 이하 생략.
에바의 소환촉매는 안경이었습니다....
그룬&브레이즈(세이버)
브레 :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동공지진)(파워기사도)
그룬 : 그게 뭐지?(노관심)(피범벅)
브레 : 그러니까 성배전쟁을 위해 나를 소환한
그룬 : (노관심)(시체 해부중)
브레 : (ㅂㄷㅂㄷ)그룬왈드!!!!
그룬 : 내 이름을 아는군.
그룬 : 그러고 보니 그 머리카락은 눈에 익어
브레 : ㅇㅅ;ㅇoO(설마 기억이)
그룬 : 왕궁에 있던 백마가 생각나는군
그룬 : 나는 역시 왕궁보단 이곳이 마음에 들어(피범벅)(시체썩은냄새)
브레 : ...역시 너에게 느껴지는건 동정뿐이다.
아벨&자크(어쌔신)
자크 : 정말 지긋지긋한 인연이군. 내가 어째서 네놈이랑 $##@%@#
아벨 : 제 1령주로 명한다. 닥쳐.
자크 : (입다뭄)(노려봄)(고구마답답)
아벨 : ㅇㅅaㅇ 심심하군 제 2령주로 명한다. 짖어봐. ㅇㅅㅇr '
자크 : 야이 개 오랄로아아왈왈왈!! 개!@#%%
레온&아치(아쳐)
레온 : 아치볼드씨 방에서 담배피지 마세요.
아치 : 그래그래 ㅇㅅㅇ (담배핌)(머리쓰담쓰담)
레온 : 애 취급좀 하지 마세요. ㅇㅅ"ㅇ;;
아치 : 그래그래 ㅇㅅㅇ(발가락으로 TV끄기)
레온 : 아치볼드!!
아치 : 흥분하지마 레온, 나쁜 버릇이다.
레온: (ㅂㄷㅂㄷ)
로쏘&마르(캐스터)
로쏘 : 분명 내 이론은 완벽했는데 어째서 네가 소환된거지 캐스터?
마르 : 어머. 그말은 나와 싸우자는 거야? 장난으로 끝나지 않을텐데.
로쏘 : 귀신이랑 하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지.
마르 : 현실보다 더 짜릿한걸 느낄수도 있는데 말이지.
로쏘 : 내가 소환하고 싶은건 세이버 였지만...어쩔수 없지. 인정할게 당신의 힘에 흥미가 생겼어.
디노&이데(랜서)
디노 : 리즈 녀석은 내가 못할거라고 했지만, 봐 나도 소환했다고!!
이데 : 시끄러운 마스터군.
디노 : 걱정마. 네가 운이 아무리 없어도, 이 몸의 운은 만랭이니까!
디노 : 이몸이 뽑은 서번트가 최강이 아닐리가 없잖아!
이데 : 디ㄴ..마스터 방금 그거 사망플래그야.
~같은느낌
dlc1
리리 : 근데 에바, 네 소원은 뭐냐?
에바 : 글쎄요.
리리 : 딱히 소원도 없으면 걍 현계해서 살면 안되나 ㅇㅅaㅇ
에바 : 프리드리히가 절 먹여 살려준다면 ㅇㅅㅇr '
리리: 제 1령주로 명한다 자해해라 에바리스트
에바 : (대마력)(존나 대마력)
리리 : 농담이야 ㅇㅅaㅇ
에바 : 가시나무가 절 찔렀습니다 ㅇㅅ"ㅇ
리리 : ㅇㅅㅇr
에바 : ㅇㅅ""ㅇ
리리 : 책 읽어줄까? 차 마실래? 귤 까줄까?
에바 : ㅇㅅㅇ*
dlc2
리즈 : 이게 형제도 없는게 까불어!
베른 : 아니야 프리드리히는 현계했어! 반 사이드에서 나를 기다린다고 했다고!
리즈 : 뭐~ 현계? 반사이드? 바보야! 반사이드가 아니라 하늘나라겠지! 니 동생은 죽었어! 저건 네 동생이 아니라고 그것도 모르냐!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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